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슈링크플레이션(용량 감소 꼼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치킨 업종에 조리 전 중량 표시제를 우선 도입한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품질이나 중량을 줄이는 사실상의 가격 인상 행위에 제도적 규율을 마련한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식품 분야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오는 15일부터 10대 치킨 브랜드에 조리 전 중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가격·중량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공식품의 중량을 5% 넘게 줄이고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 품목제조중지명령까지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을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외식업계에서 용량 축소가 빈번해지며 규율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교촌치킨이 재료로 쓰는 닭 부위를 변경하고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사례 등이 이번 조치의 배경 중 하나로 알려졌다. 교촌치킨은 해당 사건 이후 메뉴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부터 치킨 메뉴에 ‘조리 전 총 중량’을 가격 옆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원칙적으로 몇g인지를 표기해야 하지만 한 마리 단위로 조리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10호(951∼1050g)’처럼 호 단위로도 표시할 수 있게 한다. 메뉴판뿐 아니라 배달 플랫폼·온라인 주문 페이지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의무 적용 대상은 BHC, BBQ치킨,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지코바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10대 가맹본부 및 소속 가맹점으로 제한한다. 내년 6월 30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하여 메뉴판 교체·시스템 수정 등을 지원하며, 7월 1일부터 시정명령 등 본격 제재를 시행한다.
정부는 법적 규제와 함께 자율규제를 강화한다. 치킨업종 등 주요 외식업 가맹본부에 가격 인상이나 제품 중량 변경 시 사전 고지를 권고하고, 연내 관련 협약을 체결한다.
소비자단체의 역할도 확대된다. 내년부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분기마다 5대 치킨 브랜드(BHC·BBQ·교촌·처갓집·굽네)를 표본 구매해 중량·가격 정보를 공개한다. 또한 협의회 홈페이지에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신설해 제보를 접수·검증하며,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계부처에 통보해 조치를 요청한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도 규율이 강화된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19개 제조사와 8개 유통사로부터 받은 중량 정보를 기반으로 5% 초과 감량 여부와 고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참여 기업을 확대해 감시망을 넓히고, 식약처는 미고지 시 제재를 품목제조중지명령까지 확대한다.
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는 다수 소비자가 구매하거나 제보가 집중된 제품을 중심으로 중량·가격·원재료 정보를 브랜드별로 비교해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외식업·가공식품 업계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식품분야 민·관 협의체도 구성한다. 협의체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자율규제 이행, 물가 안정 방안뿐 아니라 치킨 중량 표시제가 자영업자에게 주는 비용 부담을 줄일 방안도 논의한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지방정부 담당자·사업자 대상 교육과 상담을 병행해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