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사회공헌 특집 SPC그룹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지적장애인 바리스타 11명 서울시내 4곳서 커피 제조
매장 내 빵, 전부 유기농 장애인 40여명 고용한 소울베이커리에서 공급
점포 찾아오는 손님들 장애 인식 개선에도 도움
“카페라테 주문하신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온조대왕문화체육관에 허동휘(20)씨의 목소리가 울렸다. 커피잔을 건네는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 5월부터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부점장으로 일하는 그는 병환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여고생 동생 둘을 보살피는 집안의 가장이다. 퇴근 때면 몸은 힘들지만 그는 “바리스타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했다. 지적 장애를 가졌단 이유로 졸업 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동휘씨 부모는 아들이 이곳에 취직한 날 기쁜 마음으로 기초생활수급권을 포기했다. “나중에 커피숍을 차리고 싶어요.” 포부를 밝히는 동휘씨 눈이 빛났다.
‘행복한베이커리&카페’는 SPC그룹이 지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2012년 9월 푸르메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시 인재개발원, 강동구 온조대왕문화체육관, 서울시립은평병원 등 4곳에 오픈했다. 카페 수익금 전액은 푸르메재단을 통해 장애인 재활사업에 사용된다. 현재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 정직원으로 채용된 지적장애 바리스타는 총 11명.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3호점에 취업한 강지원(20)씨는 “다른 카페에선 커피머신도 못 만지고 청소만 했는데, 이젠 카페라테를 직접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매장의 빵은 모두 장애인 보호 작업장인 ‘소울베이커리’에서 우리 밀, 유기농 원료, 유정란 등을 사용해 만든 것이다. 소울베이커리는 중증 지적장애인 40여명을 고용해 빵과 쿠키·케이크를 만들지만 공간도 좁고 인력도 부족해 제빵 교육을 못하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에 SPC그룹은 지난해 4월 ‘SPC&소울 행복한베이커리 교실’을 열었다. 소울베이커리에 인테리어, 설비, 자금을 지원하고 제빵 기술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도 전수했다. 4개월 동안 교육받은 20명 중 60%가 취업에 성공했다. 송기우 SPC그룹 홍보팀 과장은 “교육은 모두 SPC 전문 강사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이노베이션랩’ 직원들은 매달 이곳을 방문해 신제품을 연구해 생딸기 롤케이크, 초코 브라우니 등을 탄생시켰다. 이는 소울베이커리의 인기 상품이 됐다.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매출액은 1년 새 100% 늘었고 점포당 월 1000만~1500만원의 수익을 낸다. 인식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승권 SPC그룹 사회공헌팀장(겸 SPC행복한재단 사무국장)은 “푸르메센터 1호점엔 하루 평균 300여명의 장애인·학부모가 왕래하는데, 부점장으로 일하는 지적장애 청년들을 보고 희망을 갖는 분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2호점이 입점한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 공무원 교육을 받던 강동구 장애인복지과 공무원이 “강동구에도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있으면 좋겠다”며 온조대왕문화체육관에 공간을 내줘 3호점이 마련됐다. SPC그룹은 지난 5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기관의 유휴 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2015년까지 15호점을 오픈해 최대 60여명의 지적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