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는 정말 비용일까?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한 해를 놓고 보면 학기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상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주로 한다.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학 기간 동안 수십여 개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만나 지속가능경영, ESG, CSR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이 있다. “회사에서는 ESG를 잘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작 인원과 예산은 변함이 없다” “ESG 활동 계획을 세우고 보고 드리면, 첫 질문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모두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내부의 현실은 조금 다른 듯하다.

ESG 경영이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2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81.4%가 작년 대비 ESG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곳이 88.4%에 달했고, 탄소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활용,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동시에 이러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세, 공제 등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필자가 지난해 기고했던 ‘ESG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있다. ESG 경영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맞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어설프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개념으로 ‘ESG 패러독스(역설)’를 소개했다. ESG와 관련된 워싱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ESG 경영은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ESG 측면의 재무적인 투자는 필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은 ESG 경영을 잘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비용적인 이슈로 주저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ESG 활동을 위한 비용은 추후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주장과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글도 있고, ESG 경영을 위해 투입된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ESG는 비용이기만 할까?

오늘은 간단한 산수를 해보려고 한다. 며칠 전 필자는 연구소의 회계를 도와주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손익계산서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액과 지출액, 그리고 영업이익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손익계산서의 내용은 ‘이익=수익-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비용에 해당하는 ESG 활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ESG 경영을 위해 투입되는 지출은 비용(이하 ‘ESG 비용’으로 표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익을 자본수입과 사내유보로 구분한다면 위 수식은 ‘자본수익+사내유보=수익-(ESG 비용+기타비용)’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 수식을 통해 이익(자본수익+사내유보) 극대화를 위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기업은 재무제표의 틀에 맞춰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즉 기업의 관심이 이익극대화에 맞춰져 있다면 ESG 경영을 위해 필요로 하는 비용은 어떻게든 최소화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통적인 회계의 관점에서는 ESG 경영이 아무리 중요해진들 이익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ESG 경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위에서 ‘ESG 비용’으로 표현한 것을 좀 더 진취적으로 해석하여 ‘ESG 성과’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ESG 비용이 제대로 투입되면 우리 환경과 사회가 얻을 수 있는 ‘ESG 성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 수식은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을 연구했던 마저리 켈리(Marjory Kelly)가 즐겼던 방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ESG 성과=수익-(자본수익+사내유보+기타비용)’, ESG 경영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이익 중심의 회계 논리를 ESG 성과를 중심으로 재해석함을 의미한다. ESG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자본수익과 사내유보, 기타비용을 줄인다면 ESG 성과는 더 커지게 된다. 이때 기업은 고민의 지점이 생긴다. ESG 경영을 위해 자본수익과 사내유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지, 줄여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절대 쉽지 않은 고민이 될 터이다. 하지만 기업이 ESG 경영을 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익에서 비용을 제외하는 기존 회계 논리에서, ESG 경영은 여전히 줄여야만 하는 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로는 ESG 경영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최근 여러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재무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바른 접근인 듯하다. 사회적 가치를 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이처럼 기존의 수식을 뒤집고, 주인공의 자리에 누구를 앉혀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ESG 경영, 여전히 비용으로만 생각할 것인가? 이제는 ESG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 조직이 늘리거나 줄여야 할 다른 것이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SG는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등 희망적인 메시지에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던 비용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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