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 ‘001스테이지’에서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배분위원회’ 활동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청소년배분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지원 사업 분야와 지원 대상 기관을 정한 뒤 재단의 기금을 이들에게 직접 ‘배분’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 프로그램인 ‘반디’를 수료했거나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과 시민사회 캠페인 등에 참여한 적 있는 청소년들로 꾸려졌다. 재단은 청소년배분위원회에 사업기금 1000만원을 배정한 뒤 이를 배분하는 모든 과정과 방법을 청소년 위원들끼리 결정하게 했다.
이날 결과 공유회는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여에 걸쳐 진행된 청소년배분위원회 활동 과정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기 청소년배분위원’ 12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를 비롯해 청소년배분위원회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은 단체 5곳의 회원 등 6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청소년 위원인 김수미(19)·서현희(18) 양이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했다.
청소년 위원들은 아름다운재단의 배분위원장을 만나 배분위원회의 역할과 지원사업, 심사기준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기금을 배분받아 활동하는 단체들도 직접 만났다. 비영리단체들에게 사업비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분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등을 생생하게 전해들었다.
청소년배분위원회는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단체’와 ‘청소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주제를 나눠 배분 사업을 설계했다. 배분사업 신청 단체를 공모하는 데 필요한 신청서와 포스터 등도 청소년 위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다 학생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포스터에 교복 대신 사복 입은 소년·소녀를 넣었어요. 또 신청서에 학교 소속을 쓰는 칸을 없애고, ‘보호자명’ 대신 ‘비상연락처’를 쓰는 칸을 만들었죠.”(김채영 양·16)
단체를 선정 과정에서는 자신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을 심사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늘 어른들에게 심사받는 입장이었는데, 반대로 직접 면접관이 돼 어른들을 심사하는 경험을 해보니 신선했어요. 어른들이 우리를 어려워하며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면접관으로서 더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오예나 양·18)
청소년배분위원회의 손을 거쳐 총 6개 단체가 70만원~300만원 상당의 사업비를 배분받았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단체’로는 ▲청소년 성평등인식개선 프로젝트를 기획한 ‘파란’ ▲안성시 청소년 정책 제안 사업을 제안한 ‘파트’ ▲저상버스를 주제로 삼아 장애인 이동권 인식 개선 캠페인을 계획한 ‘IDIA’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활동과 캠페인을 기획한 ‘RKC’ 등이 선정됐다. ‘청소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는 ▲특성화고 청소년 인권 보장 캠페인을 제안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대학생 성소수자와 청소년 성소수자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등이 뽑혔다. 청소년 위원들은 선정된 단체들의 활동 진행 상황을 꾸준히 살피며 배분된 사업비가 잘 쓰이고 있는지 점검했다.
청소년 배분위원으로 보낸 1년. 이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박수연(17) 양은 “우리 힘으로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냈다는 게 자랑스럽다”면서 “‘청소년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현(18) 양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들을 많이 알게 됐다”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정한결(18) 군은 “배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됐다”며 뿌듯해 했다. “배분이라고 하면 친구들이랑 과자를 나눠 먹는 것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젠 누가 ‘배분이 뭐냐’고 물으면 ‘나무 한 그루로 자라날 싹을 심는 일’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비영리단체들이 큰 나무로 자라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주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