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일)

“전문성 발휘해 사회 발전에 기여합니다”

이주여성·판로개척·법률상담… 기업에 부는 재능나눔 바람
SK프로보노… 사회적기업과 매칭, 무료 경영컨설팅
포스코패밀리 동반성장지원단… 협력사·중소기업에 자문 역할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이민여성·장애우 등 바리스타 교육

미상_그래픽_재능기부_하트_2011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활발한 ‘재능기부’가 국내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의 한 줄기로 자리 잡았다. 재능기부란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발휘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 쉽게 말해 ‘각 기업이 가장 잘하는 것을 사회와 나누는 것’이다. 기존의 단순한 자원봉사 개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기업 안팎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또 그 재능기부의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과 중소기업처럼 경영노하우가 부족한 소규모 사업체, 장애인,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해외 빈곤국, 고객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재능기부가 가장 활발한 대상은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노숙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익을 추구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기업. 그러나 많은 사회적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 경영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경영노하우가 탄탄하고 인적·지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기업들은 사회적기업을 돕기에 적격이다. 최근 기업들은 ‘프로보노’로 불리는 직원 봉사단을 잇달아 만들어 사회적기업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의 약자에서 유래한 말로 ‘전문성 기부’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말한다.

SK그룹은 2009년 상반기에 ‘SK프로보노’라는 이름의 사내 봉사단을 출범했다. 이 봉사단은 국내 변호사, 미국 변호사, 해외 경영학석사(MBA) 출신자, 회계사 등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직원 200여 명으로 꾸려졌다. 직원들은 팀별로 사회적기업과 매칭을 하여 무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봉사단 1주년을 맞아 ‘제1회 SK프로보노상 시상식’이 열렸고 이달에는 ‘SK프로보노 활동 사례집’도 발간된다. SK의 올해 목표는 봉사단원을 400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SK텔레콤 프로보노 봉사단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프로보노 봉사단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공기업 가운데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작년 6월 ‘프로보노 봉사단’을 창단했다. 직원 가운데 MBA 출신자, CPA 자격증 보유자, 회계사, 어학실력 우수자 등이 모여 8개 팀을 만들고 8개의 사회적기업을 일대일 매칭해 컨설팅을 시작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사회적기업을 직접 방문하여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은 사회적기업을 직접 방문하여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고용노동부 위탁기관으로 사회적기업과 프로보노를 매칭해주는 (사)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의 정선희 이사는 “기업의 ‘재능기부’가 개인과 조직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의미라면 ‘프로보노’는 조직을 대상으로 그 조직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보노 서비스는 아직 기본적인 경영상의 조언인 경우가 많다. 물건을 팔고 수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관련 자문, 취약계층 고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사노무 관련 자문, 기본적인 재무회계, 법률 관련 자문 등 기본적인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포스코는 작년 10월 ‘포스코패밀리 동반성장지원단’ 발대식을 가졌다. 포스코 상생협력단과 계열사 임직원 200여 명으로 이뤄진 이 지원단은 월 1, 2회 협력사인 중소기업들을 방문해서 경영혁신 모범사례를 설명하거나, 판로개척이나 수출 등에 대한 자문을 해주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전국 6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자문활동을 희망 협력사에 한해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영 컨설팅 형태로 이뤄지는 기업 재능기부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기업 또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해서 이들 기업의 ‘자립’을 돕고 국가 생산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의 재능기부는 조직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할 때도 많다.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기업이 가진 업의 특성을 살려 자원을 투입하는 형태다.

KT는 2007년 ‘KT IT 서포터즈'(이하 IT 서포터즈)를 꾸렸다. IT 서포터즈는 인터넷 활용법, 사무자동화, IT 컨설팅 등 IT 지식 기부를 통해 누구나 정보통신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직원 봉사단이다. 전국 23개 팀, 20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작년 말까지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 장노년층 등 4대 정보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총 144만 명에게 IT 나눔 활동을 펼쳤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다문화 결혼이민여성, 장애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양성 교육을 실시해왔다. 사내 강사 자격을 갖춘 스타벅스 직원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커피 지식, 음료 제조법, 서비스 및 위생 관리, 매장 실습 등을 직접 지도한다. 전 과정을 수료하면 스타벅스 명예 바리스타 자격증도 수여한다.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그 대상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그 대상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현대차그룹이 매년 200억원을 지원하고 현대캐피탈이 운영을 맡는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작년 3월 미소학습원을 개소하고 소규모 영세 자영업을 하는 미소금융 대출자들을 위해 재무, 법률, 마케팅, IT, 운영 등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무료로 알려주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해서 간접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증권은 작년 8월부터 ‘기부 컨설팅’이라는 독특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고객 상담을 통해 기부 의사가 있는 고객이 있으면 사내에 있는 기부 컨설턴트가 직접 고객을 만나 어디에 어떻게 기부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컨설팅을 해준다. 고객들은 원하는 분야의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맞춤형 기부’나, ‘재단 설립’, ‘유산기부’의 3가지 종류 기부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하고 컨설팅을 받는다. 이 서비스는 은퇴를 준비하는 60~70대 고객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 재능기부는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기업 입장에선 ‘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좋고, 직원 입장에선 전문성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 말하는 이런 장점들 때문에라도 기업 재능기부는 앞으로 점점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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