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마켓 D-2]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누가’ 만드냐에 달려있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을 탄 ‘핸드메이드’ 제품이 비싼 이유도 그 때문이다. 5월 1일 열리는 서울숲마켓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건들이 있다. 제품 속에 담긴 그 스토리를 소개한다. 

◊인생의 겨울을 겪는 이들이 만드는 꽃, ‘꽃그리다봄’

길거리에 꽃이 만개하면 완연한 봄을 느낀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이 피어내는 과정은 실패 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 꽃을 통해 인생의 겨울을 겪는 사람들과 다시 봄을 찾아 나서고 싶다는 ‘꽃그리다봄’의 양순모(29) 대표를 만났다.

사진_청년기자_서울숲마켓_에덴그리닝_양순모
꽃그리다봄의 양순모 대표

‘꽃그리다봄’은 단순한 꽃집이 아니다.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쪽방촌 주민, 어르신,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미션이다. 양 대표의 원래 꿈은  NGO 활동가였다. 영국으로 유학을 하러, 아프리카행 티켓까지 구입했지만, 국제 이슈와 관련한 실전 경험을 한국에서 쌓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사업이 됐다. 

‘꽃그리다봄’은 보통의 꽃집과 달리 온라인 판매에 중점을 둔다. 고정비를 절감해 ,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따뜻한 글귀가 적혀있는 ‘드라이플라워 액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꽃그리다봄은 사회적기업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요. 제품으로 승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자활 사업일수록 수익구조가 탄탄해야 해요.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돕는 것이 아니라 ‘동업’의 개념이거든요. 수익 구조가 탄탄할수록 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요.”

양 대표는 “5월 1일에 열리는 서울숲마켓에서 특별한 꽃다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드라이플라워 액자와 카드, 다육식물, 장바구니형 꽃다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또한 5월 중에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드라이플라워 액자에 공감‧위로의 캘리그라피를 넣는 프로젝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위안부 팔찌로 잘 알려진 소셜벤처 ‘마리몬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다. 트렌디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잘 담아내는 기업이 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것. 양 대표가 꾸는 꿈은 그저 일자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종 목표는 확실해요. 인생의 겨울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일자리, 의료, 주거 모두를 케어할 수 있는 소셜 벤처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규리, 김리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위기 청소년을 위한 의류 브랜드, ‘아코밋(Acomet)’

긴 꼬리로 밤하늘을 수놓는 혜성을 발견할 때가 있다. 혜성은 태양계 외곽에 존재한다. 보통의 별과 달리 ‘삐딱한’ 타원형 궤도로 운동한다. 하지만 태양계에 들어왔을 때 그 어떤 별보다 빛난다. 우리 사회 위기 청소년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사진_나주예 청년기자_서울숲마켓_아코밋
아코밋의 온상현 대표/나주예 청년기자

온상현(20)씨는 사회 주변을 겉도는 위기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름하여 ‘아코밋(Acomet)’. 영어로 하나의 혜성이라는 뜻이다(a comet). 20대 초반인 한 청년은 왜 위기 청소년에 주목했을까. 

“중학생 때 저는 학교 폭력 피해자였어요. 처음에는 날 때린 친구들을 죽어라 미워했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친구가 생겼어요. 심지어 절 때렸던 가해자 학생과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그 아이들은 원래부터 나쁜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다만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 잘못됐던 거였죠.”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위치를 허물고, 위기 청소년을 이해하게 됐다. 고등학생 때, 청소년 교육복지센터 ‘누림’에서 지원하는 패션제품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자신의 철학을 담은 의류 브랜드 창업까지 이어졌다. 학창시절 그의 경험은 고스란히 패션제품에 녹아있다. 

“왕따를 경험한 아이들의 경험을 디자인해봤어요. 뭔가 눈에 띄면 왕따의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너무 키가 크거나, 왜소하거나, 아니면 너무 뚱뚱하거나. 그런 스토리를 디자인했습니다.” 온대표는 캐주얼 의류를 직접 디자인해 판매한다. 평범한 패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기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코밋온 대표는 패션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꿈꾼다. “사회와 청소년, 또 청소년과 청소년끼리의 소통이 필요해요. 소통을 통해 그 친구들의 아픔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옷’은 누구나 약간의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 매체잖아요.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의 스토리를 디자인할 생각이에요. 언젠가는 위기 청소년들이 마주한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라 믿어요.”

나주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치과 의사가 만드는 1+1 기부 치약, ‘위드마이’

사진_김준영 청년기자_서울숲마켓_위드마이
위드마이의 민승기 대표/김준영 청년기자

치약 하나를 살 때마다 국내외 아동들에게 치약 하나가 기부된다. 천연유래성분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쓸 수 있다.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 합성계면활성제인 ‘SLS’를 빼 환경에도 이롭다. 나와 이웃, 환경까지 같이 행복해지는 치약을 만드는 위드마이 민승기 대표를 만났다.

민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보건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치대를 졸업한 뒤, 해외에서 치과 의사로 일을 한 재원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한국에 들어왔던 재작년, 돌연 건강이 악화됐다. 암세포가 발견된 것. 그녀는 치료를 받고 3개월을 누워 지냈다. 앓으면서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원하는 것을 해봐야겠다고. 평소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있던 그녀는 소셜벤처 ‘위드마이’를 창업했다. 아이템은 바로 ‘치약’이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원포원(one for one) 방식의 커피, 옷, 액세서리는 이미 많아요. 칫솔도 있는데 치약은 없어요. 그래서 치약을 선택했죠. 아무래도 제가 제일 잘 아는 게 구강건강이니까요.”

위드마이치약위드마이는 치약 하나가 팔릴 때마다, 서울의 보육원 ‘선덕원’과 필리핀의 ‘빠야따스’ 마을의 아동들에게 치약을 하나씩 기부한다. 지금은 소매 판매 방식이지만, 유통 판매를 하게 되면 수익의 10%를 기부하며 교육 사업을 지원할 생각이다. 사람들의 삶을 중장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또 하나의 미션은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는 것. 

“구매는 하나의 투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한 회사의 제품, 나아가 그 회사의 경영방식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거죠. 사회적기업이 하고 싶었던 거지, 치약 장사가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앞으로도 윤리적 소비가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할 겁니다.”

김준영, 이규성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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