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버릴까? 기부할까?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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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매장을 관리하던 매니저 A씨는 냄새의 출처를 확인하던 중 ‘헉’ 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냄새의 원인은 작은 도시락통. 뚜껑을 열자 파랗게 곰팡이가 핀 썩은 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한 시민이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한 ‘기증품’이었다.

과연 기증 문화는 3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했을까. 물건을 기증받는 대표 주자 아름다운가게와 굿윌스토어에 따르면, 나눔에 참여한 시민은 늘었다. 아름다운가게의 물품 기증량은 2013년 395만건에서 지난해 452만9000건(서울 32개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수거된 기증품과 전국에서 배달된 기증품 기준).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 역시 지난해 1분기 누적 기증량과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27%가 뛰었다. ‘단추가 떨어졌습니다’ ‘해당 부품 하나가 빠졌습니다’ 등 특징을 작성하거나, 물건을 정성껏 포장해서 보내오는 기증자도 늘었다.

하지만 단체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기증품 폐기율 또한 대폭 늘어났기 때문. 아름다운가게 안국점을 관리하는 지정자 간사는 “지인이나 가족을 위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을 기증해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제품의 품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기증받은 물건을 되살림센터로 옮겨 판매 준비를 거치는데, 폐기할 물건을 골라내는 데 더 많은 인력이 소모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실제 아름다운가게의 기증품 폐기율은 2013년 39.6%에서 2015년 56%로 크게 늘었다.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박경호 굿윌스토어 총괄국장은 “가정에 방문해서 기증품을 수거할 때, 1차로 ‘제품 상태에 따라 수거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알리지만, 어쩔 수 없이 수거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의류는 2차 판매업자에게 판매가 가능하지만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비의류 제품은 자체 비용을 들여 폐기해야 한다.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의 물품 폐기 비용은 월 280만~300만원. 장애인 직원 두 명을 더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해외에선 ‘재사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기증 가능한 물품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은 데 반해, 국내에는 재활용 분리 배출에 대한 교육만 있을 뿐 재활용보다 상위의 가치인 재사용에 대한 기초 교육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기증에 참여하는 시민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수도권 전체 가구 비율로 따지면 2% 미만”이라며 “재사용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숙한 기증 문화를 위해 어떤 역할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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