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매출액 30대 기업 사회공헌 전략, 어떻게 바뀌나

매출액 30대 기업에 사회공헌 전략을 묻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국내 기업의 사회 공헌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더나은미래’는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2014 회계연도 기준)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2016년 달라진 사회 공헌 체계 및 전략을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은 총 28곳으로, 포스코대우(구 대우인터내셔널)와 현대글로비스는 “공식 답변이 어렵다”며 응답하지 않았다.

◇사회 공헌 예산, 인력 증감 기업별 편차 커

불경기를 감안해 사회 공헌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상당수 기업의 사회 공헌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대기업 28곳 중 사회 공헌 예산이 ‘전년과 동일하다’고 답한 기업은 14곳(50%)으로 가장 많았고, ‘전년 대비 1~30% 증가했다’는 곳도 10곳(35.7%)에 달했다. 반면, ‘전년 대비 1~10% 감소’한 기업은 4곳(14.3%)이었다.

SK텔레콤·두산·CJ·SK이노베이션·효성은 신규 사회 공헌 프로그램 및 행사를 기획함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이마트는 임직원 기부금이 늘면서, 롯데쇼핑과 현대모비스는 각각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로 인해 사회 공헌 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 기업이 “창조경제 등 준조세격 기부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회 공헌 예산은 줄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년 대비 예산이 감소한 기업들은 “대규모 적자로 인한 예산 및 인력 축소” “효과성 낮은 사회 공헌 중단”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략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2016년 대기업의 CSR 관련 조직 체계도 달라졌다. CJ는 기존 CSV경영실을 ‘CSV기획단’과 ‘사회공헌추진단’으로 개편해 전략을 다각화했고, SK텔레콤은 CSV(공유가치창출)와 창조경제 업무를 통합한 ‘CEI 추진단’을 신설했다. CSR 인력을 충원한 이마트는 기존 사회 공헌 파트를 사회공헌팀으로 격상시켰다. 한편 사회 공헌 예산이 늘었지만 충원 없이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곳이 50%로 나타났다.

Image courtesy of  winnond at FreeDigitalPhoto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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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설 또는 사라진 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매출액 30대 기업이 올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아동·청소년 교육’ ‘청년’ ‘환경’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신설한 기업들이 많았다. 포스코는 섬마을 등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직업 교육 프로그램 ‘드림브릿지’를, 두산중공업은 중학교 진로 체험단 ‘마이드림(M.Y.Dream, Make Your Dream)’을 시작했다. 한화는 청소년 학습·진로·직업체험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두산은 임직원 봉사와 연계한 장애청소년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올해 신설했다. 현대건설은 임직원 재능 기부와 연결해 저소득층 청소년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흙수저’ ‘헬조선’ 논란이 지속되는 국내 현실을 반영해 청년 지원을 확대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예비 창업자를 발굴·양성하는 SK텔레콤의 ‘청년 비상 프로젝트’, 자립지원형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인 현대차의 ‘드림무브’ 등이 그 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새롭게 열릴 신기후 체제에 대비해 업사이클링 등 환경 분야 사회 공헌을 확대했다. 글로벌 어젠다에 따라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전략을 보완한 기업도 있다. CJ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연계한 글로벌 사회 공헌 캠페인을 신설했고, LG전자는 국내외 이슈를 반영한 2016년 신규 사회 공헌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기업 사회 공헌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2016년 사라진 프로그램도 있었다. 주로 만족도 및 효과성이 낮은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 KT는 대학생 IT서포터즈를 은퇴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재편했고, 효성은 전투영웅 기념공원 조성, 대국민 나트륨 저감화 사업 등 일회성 후원 대신 취약계층 자립 지원 사업을 지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삼성중공업도 “효과성 및 임팩트가 낮은 봄맞이 환경정화 캠페인 등 단순 대규모 봉사활동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KPI(핵심성과지표)에 CSR 반영한 기업 늘었다

대기업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더나은미래 설문 결과, 4곳을 제외한 86%의 기업이 KPI(핵심성과지표)에 윤리경영·상생·파트너십 등 CSR 요소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2011년부터 비재무적 지표들을 전체 KPI의 35%까지 반영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20%, 한화와 이마트는 10%를 적용한다. 최근에 이를 도입한 기업들도 있었다. CJ는 2014년부터 CSR 요소를 평가해 최소 5점 이상 가산점을 부과하고, 두산은 2015년부터 인권·상생·환경 요소를 KPI에 반영해, 담당 임원별로 차등을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 역시 지난해부터 임원 및 팀장의 KPI 항목 중 10~20%를 CSR 관련 지표로 배정했다.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는 향후 평가 체계를 개발해 CSR 요소를 성과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부터 KPI에 윤리경영·상생·이해관계자 소통·파트너십·사회 공헌 활동·자원봉사 참여도를 반영한 삼성중공업은 “항목별 평가를 통해 CSR 추진시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고, LG전자는 “2008년부터 매년 지속 가능 경영과 관련된 주요 KPI별 목표를 수립한 뒤, 관련 부서 및 지속 가능 경영 임원협의회를 거쳐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진·김경하·강미애·오민아 더나은미래 기자

※설문에 참여한 기업: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한화, 현대모비스, S-OIL, 삼성물산, 롯데쇼핑, LG디스플레이, KT, LG화학, SK네트웍스, 두산, CJ,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SK텔레콤, SK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이마트, 삼성중공업, 효성(이상 매출액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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