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탁기는 한때 여성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한 발명품으로 불렸다. 젖은 빨랫감을 손으로 비비고 짜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는 분명 컸다.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세탁기가 등장한 뒤 여성의 삶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두고는 지금도 논쟁이 이어진다. 2010년 경제학자 다니엘레 코엔피라니(Daniele Coen-Pirani) 등의 연구는 가전제품의 보급이 1960년대 미국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전제품을 보유한 가정의 생활시간을 살펴본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 시간이 대체로 줄지 않았다. 빨래 한 번이 쉬워졌더라도 더 자주 빨래해야 한다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세탁기가 일을 덜어 주어도 세탁물을 챙기고, 널고, 개는 일이 누구의 몫인지는 기계가 결정하지 않는다. 의료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찾을 수 있다. 설사로 인한 탈수를 치료하는 경구수분보충액(ORS)이다. 물과 소금, 포도당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설사로 잃은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이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ORS는 콜레라에 걸린 난민 아동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 이후 1979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전국적인 경구수분보충 캠페인을 시작했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보건인력을 교육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모든 아이가 이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유니세프가 202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사를 앓는 아동 가운데 ORS와 아연을 함께 투여받는 비율은 세계적으로 약 22%다. 효과가 입증된 방법을 필요한 때에 구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