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ESG 채권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 지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16일 발간한 ‘2021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가 직접 채권으로 조달한 금액의 사용처를 관리하고, 투자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ESG 채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000억원 규모였던 ESG 채권은 지난해 62조 3839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1~3월 발행된 채권은 12조 2982억원이다. 단기간에 ESG 채권 규모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정부가 공공기관 통합공시 항목에 ESG 항목을 포함하는 등 공공기관의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ESG 채권으로 조달된 금액의 사용처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차환용으로 발행된 채권의 경우, ESG와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이 아니므로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차환은 신규 채권을 발행해 기존에 발행됐거나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작년 기준 공공기관에 발행한 차환 금액은 5조2066억원이다. 예정처는 “공공기관은 ESG 채권 중 차환용으로 사용되는 금액과 기존 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을 별도로 관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ESG 관련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권 발행자금이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고체계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SG 채권으로 발생한 자금을 일반 자금과 통합 관리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자금이 어느 시점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기존 발행 채권에 대한 단순 차환은 아닌지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또 국민연금공단의 ESG 투자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2019년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나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다. 예정처는 “석탄산업의 범위를 석탄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나 석탄 발전을 수행하는 기업으로만 한정할지, 석탄과 관련된 발전건설 및 장비생산 기업까지도 포함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당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