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노동자 대표는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지고 소속 기관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의 ESG 경영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기획재정부는 노동이사제 시행 계획이 담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3일 공표한 공운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관계부처와 전문가·지자체·공공기관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확정했다.
개정안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전국 13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적용된다. 8월 4일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공공기관부터 차례로 시행한다. 해당 기관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선발한 비상임이사 1명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기관에 근로자 과반수가 속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노조 대표가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한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기관에서는 직접, 비밀 또는 무기명 투표를 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후보자를 2명 이내로 추천한다. 임원추천위원회에서는 논의를 거쳐 이들 중 1명을 뽑는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당초 목적대로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도입·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4일까지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8월 4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사회 다양성이 갖춰지면 지배구조(G)뿐 아니라 전체 ESG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은 “주로 경영진이나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사회 의사결정에 실무와 현장을 잘 아는 근로자가 참여한다면, 환경(E)과 사회(S) 부문에도 임직원 관점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S 영역에 해당하는 임직원의 복리 후생, 급여, 여성·장애인 고용 개선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유럽 19국 공공기관에는 노동이사제가 이미 자리 잡았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우리나라에도 노동이사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노동이사제의 선진적 사례를 직원에게 알리고, 선임된 노동이사에게는 소속 공공기관의 특성뿐 아니라 소유구조, 지배구조, 법률·제도의 변화 등에 대한 정기적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노동이사제의 부정적인 부분은 해소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