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국내 생협계 양대산맥, 아이쿱과 한살림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조합원 수 90만6184명, 매출액 9771억’.

국내 대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두 곳인 아이쿱(iCOOP)과 한살림조합원 수와 매출액을 합한 수치다. 생협계 양대산맥의 총 매출이 1조에 달한다(2017년 기준). 2000년대 들어 불량 만두(2004), 멜라민 분유(2008), 그리고 살충제 계란(2017) 파동 등 식품 안전 사고는 생협에겐 성장 발판이 됐다.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하는 생협으로 쏠렸던 것. 지난 10년 간 아이쿱과 한살림의 조합원 수는 각각 5만4600명에서 26만2507명으로, 17만793명에서 64만3677명으로 약 3배 이상 늘었다. 

웬만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아이쿱과 한살림. 두 생협은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실현하고자 공익 재단을 만들었다.  아이쿱이 설립한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이하 ‘씨앗재단’)과 한살림이 설립한 ‘한살림재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이쿱과 한살림이 만든 공익 재단은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두 재단의 사회적 가치를 짚어봤다. 

(좌)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과 (우)한살림재단의 홈페이지 첫 화면

◇조합원들이 솔선수범해 기부…협동, 상생의 가치가 재단 기금의 토대

설립연도로 치면 씨앗재단이 한살림재단의 선배다. 2010년 아이쿱은 생협연대 출자금 5억원과 출연금 2억 5000만원으로 ‘아이쿱행복나눔재단’이란 재단을 설립했다. 2017년 기준 누적 기금은 약 42억원. 조합 구성원(소비자, 직원, 생산자) 중 정기후원자 수도 664명에서 1624명으로 늘었다. 사업 영역도 점차 넓히고 있다. 2011년 재단 이름을 ‘아이쿱씨앗재단’으로 바꾼 데 이어 2015년엔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으로 변경했다. 아이쿱생협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한편, 한살림재단은 2015년 해산된 사단법인 한살림의 잔여재산(약 18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지난 3년간 국내 취약계층 지원, 해외 긴급 구호 사업 등 복지사업에 약 3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기부금도 2015년 570만원에서 2016년 2억5000만원, 2017년 3억60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중 한살림재단 생산 법인들의 기부금이 약 57%에 달하는데, 포장재를 공동 제작하는 등 생산비용을 절감해 얻은 이윤을 기금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공급 물품의 판매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생산 법인도 있다. 화장품을 생산하는 (주)물살림은 영양팩과 헤어 에센스의 개당 판매 수익에서 2%가량을 ‘행복기금’으로 적립한다. 2015년 3월부터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제안으로 칫솔 생산 업체 (주)상시도 칫솔 제품 4종의 판매 수익금에서 140~255원가량을 적립해 ‘행복기금’에 보태고 있다.    

◇생협 조합원들의 사회공헌, 재단이 거들어 나눔 효과 키운다

재단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생협 조합원들의 사회공헌 활동들을 지원하는 것. 씨앗재단의 ‘아이쿱나눔사업’이 대표적 예다. ‘아이쿱나눔사업’은 전국의 아이쿱 지역조합들이 계획한 나눔 활동들에 재단이 최대 15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효정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주임은 “지역 상황을 잘 아는 지역조합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꾸준히 신청 조합 수가 늘어나, 올해엔 전국 95개 지역조합 중 총 85곳이 참여한다.

지역의 니즈가 반영되기 때문에 사업 내용도 다채롭다. 씨앗재단은 지역아동센터 월세 지원, 취약계층 미세먼지 마스크 기부, 조손가정·한부모 가정 집안 정리 및 생필품 기부, 독거노인 반찬 나눔, 지역 내 작은도서관 지원, 이주노동자 대상 요리교실 개최 등 다양한 지역공헌사업에 약 1억 2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2015년부터 매년 나눔사업에 참여해온 마산아이쿱 관계자는 “3년째 ‘아이쿱나눔사업’에 신청해 독거 어르신, 장애인, 새터민 등 어려운 이웃에게 조합원들이 함께 만든 유자차를 선물하고 있다”며 “나눔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재단 지원금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을 조합원의 기금으로 돕기도 한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한살림에 잼, 과자, 라면 등을 납품하던 가공업체 5곳이 화재 피해를 당했을 당시, 전국 곳곳의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복구 지원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한살림재단은 지역조합을 비롯해 생산자조합 등 20여 곳에서 모금된 2억5000만원을 피해 업체에 전달하고 그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선미 한살림재단 과장은 “각 지역 조합에서 개별적으로 모금액을 피해 업체에 전달했다면, 규모가 작은 조합에서는 모금액이 어떻게 쓰였는지 등 모금 이후 소식을 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재단이 모금액을 한 데 모아 관리함으로써 모금 참여자들이 재단 홈페이지나 소식지를 통해 기부금 사용 내역과 피해 업체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가공 산지를 돕기 위해 한살림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다양한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한살림

◇사회적경제 연구사업 지원, 미래 농민 육성하며… 사회로 보폭 넓힌다 

최근 두 재단은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씨앗재단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경제 분야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화하며 ‘사회적 경제 작은조사연구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 경제 분야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작년엔 ‘의료협동조합의 성과지표 개발 및 적용’, ‘여성특화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 연구’ 등 8개 연구 과제에 각 25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올해에는 ‘청소년 대상의 사회적 경제 교육의 효과성 연구’, ‘한국의 노동자 협동조합의 현황 파악 및 요구 조사’ 등 총 10개의 연구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이밖에 사회적 경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 사업도 추진 중이다. 송문수 씨앗재단 주임은 “미래 인재 양성과 더불어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장학 사업을 계획 중”이라면서 “재단 이름처럼 사회적 경제에서 일할 인재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재단의 또 다른 주요 과제”라고 했다.

한살림재단은 올 하반기부터 미래 농민 육성사업과 귀농인·후계농 공동체 지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친환경·유기농업 기반을 다지고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전국 농업고등학교 및 농업 관련 전공 대학생에게 1500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앞으로는 영농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선미 한살림재단 과장은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잘 담을 수 있도록 농촌 지역의 한살림 생산자들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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