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마시는 커피 소비량은 약341잔 (통계청, 2014년 기준). 주간 커피를 마시는 빈도가(12.3회) 주식인 밥(7회)이나 김치(11회)보다 높다 (보건복지부 2013). 그러나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두의 0.2%만이 마시는 커피가 되고, 나머지 99.8%는 커피찌꺼기가 되어 버려진다. 이렇게 발생되는 커피찌꺼기는 연간 약 27만톤(2014년). 이를 처리하는 비용은 연간 약 7600억원에 달한다.
‘버리는 커피찌꺼기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이 문제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도시광부의 나용훈 대표(사진)다.
도시광부라는 이름은 도심 속에서 광석을 찾아낸다는 의미로 지었다. 도심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의 손에서 ‘광석’으로 거듭난다. ‘커피 찌꺼기’는 그가 찾은 도심 속 첫 광맥. 매년 점점 더 많은 양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고 버려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커피 소비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여서, 커피찌꺼기는 도시 광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자원인 셈”이라고 했다.
도시광부는 현재 커피찌꺼기를 가지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도시광부의 대표 상품은 ‘커피 숯’. 그는 “고깃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방송 때문에, 커피찌꺼기로 숯을 만들 생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고기를 굽는 성형탄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고기는 원산지별로, 부위별로 고를 수 있는데 왜 숯은 고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과 마음 편히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숯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커피 에너지를 연구했던 경험은 그가 가진 의문을 푸는 실마리가 됐다. 커피찌꺼기에 불에 탈 수 있는 성분이 있다는 점이 떠올랐고, 커피를 활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커피 숯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3년 소셜벤처 경연대회 ‘창업부분’ 대상을 받게 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도시광부의 핵심인 ‘연구·개발’에도 박차가 가해졌다. 2년에 걸쳐 연구개발(R&D)에 온 힘을 쏟았다.
2년의 연구 끝에 그가 개발한 커피숯. 커피찌꺼기 99%와 천연접착제 1%를 사용해 제작됐다. 선별–건조–탄화–혼합–성형 공정을 거쳐 커피숯이 만들어진다. 혼합과정에서는 사용하는 친환경 접착제도 직접 개발했다. 일반 고깃집에서 사용하는 성형탄에 들어가는 공업용 접착제는 값싸고 구하기 쉽지만, 신체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성형과정에서 커피숯이 정사각형 모양이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디자인과 효율을 세세하게 고민한 결과다.
성과도 돋보인다. 특허출원 6건, 등록 특허 4건, 특허협력조약(PCT) 출원 3건 등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전 세계에서 커피찌꺼기로 연료를 만드는 회사는 도시광부를 포함해 총 3곳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버려지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취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일까. 펀딩이 시작한지 채 20일이 되지 않아 목표액의 85%가 모금됐다. 펀딩은 내년 1월까지 진행된다. “이정도로 빨리 모금이 될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더 좋은 제품을 통해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후원자들로부터 직접 받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품질 향상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도 개발 과정에 있다.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커피숯 외에도 가정이나 공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난방용도의 커피펠릿, 커피찌꺼기로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바이오 디젤연료, 커피찌꺼기를 활성탄 필터로 사용하는 커피 공기정화 필터 등을 개발 중이다.
쓰래기에서 금맥(金脈)을 찾는 도시광부 나 대표. 그가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도시광부는 ‘버려지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롭게 바라보고 재조립하는 일을 지향합니다. 도시 속에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숨결을 불어 넣어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조용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현재 도시광부는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저소득층 난방용 커피연료(커피펠릿)를 기부하는 펀딩을 진행중이다. 건강한 커피숯도 받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