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⑥ 장애아동·癌 환자 원한다면… 병원 복도·교회 지하서도 연주하죠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6) 소외계층 위한 문화공연 NGO ‘이노비’ 지난달 12일 서울삼성병원 암병동 8층. 평소 적막하기만 한 이곳에 4명의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비틀스의 곡 ‘예스터데이(Yesterday)’가 울려 퍼졌다. 연주는 10평 남짓한 병원 휴게실을 가득 채운 환자와 보호자 40여명의 마음을 울렸다. 두 곡의 앵콜곡이 끝났음에도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 공연 내내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던 김창수(71)씨는 “연주 전 곡마다 역사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몰입도가 높더라”면서 “입원한 아내를 간호하느라 병원 안에만 있었는데,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첼로를 연주한 김인하(여·37)씨는 서울대, 미국 인디애나 음대를 거쳐 현재 중국 선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을 맡고 있는 유명 연주자. 다른 3명 역시 국내외 내로라하는 첼리스트들이다. 이들은 모두 소외 계층을 위해 문화 공연을 하는 비영리단체 ‘이노비(Innovative bridge, 이노베이티브브릿지의 준말)’ 소속이다. 이노비에는 이렇게 클래식·뮤지컬·재즈·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음악가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든 공연은 프로보노(Pro bono·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무료로 제공)로 이뤄진다. 지난 8년간 이들이 올린 공연 수만 총 800회. 지난해에만 한국·미국·중국에서 70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단순히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관객과 호흡하며 행복을 나눠주는 것이 저희 이노비의 모토입니다.” 강태욱(44) 이노비 대표의 말이다. 22년 전 미국 뉴욕대 유학 시절 경험이 이노비 설립의 계기가 됐다.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 분들은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어 음악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더군요. 반대로 음대생들은 졸업 후 공연할 곳이 없어 고민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적금융’ 개념도 없는 한국사회

“최근 수지 휴대폰 케이스가 유행인데, 이게 사회적기업 제품이잖아요. 한번 노출된 걸로 엄청난 이슈가 되는 걸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한 사회적기업 중간 지원기관 사무국장이 한 말입니다.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들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제품입니다. 고(故) 심달연 할머니가 직접 디자인한 것인데, 하루 만에 품절됐고 다른 디자인도 주문이 폭주했다고 합니다. 이 사무국장이 안타깝다고 한 부분은 “수지 사례로 기뻐하기엔 사회적기업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국사회투자를 그만둔 페이스북 친구가 쓴 장문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금융, 사회투자기금 참 어렵더군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소셜 비즈니스를 육성시키겠다는 정책은 많은데 정작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금 조달 인프라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민간기금을 왜 조성 못 하느냐’였습니다. 서울시에서 500억원을 기금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500억원을 민간에서 매칭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행정자치부에서 ‘기부금 유치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한쪽에선 손발을 묶어놓고, 한쪽에선 왜 빨리 안 움직이냐고 한 셈이지요. 이뿐만 아니라 마치 예산을 운용하듯 ‘집행률’로 금융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두 번째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사업비 예산을 쓰고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계속 순환해야 하는데 ‘사회적금융’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다 보니 서울시나 서울시의회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회적금융 담당자는 “10년 정도 저소득층의 자립을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적기업 성장모델 육성이 절실할 때

1년 반 전, 미국 대사관 주최로 릭 오브리(Rick Aubry) 스탠퍼드 경영학과 교수와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사회적기업의 성공 요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화상 강연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릭 오브리는 1986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루비콘 프로그램스를 이끈 CEO였다. 이 강연에서 그는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회문제의 크기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거의 지역(local)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규모의 갭(gap)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Scale up·영향력을 확대하고,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 혁신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또한 이를 위해 전국적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뉴 파운드리 벤처스’라는 플랫폼을 창립하기도 하였다. 지금 1년 반 전의 강연을 새삼 언급하는 이유는 미국 사회적기업의 파이어니어였던 릭 오브리가 강조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적기업 육성에서 매우 중대하고도 시급한 주제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적기업은 빠르게 외연을 확장해왔다. 1300여개 인증 사회적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3000여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인증이나 지정을 받지 않고 다양한 사회혁신적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청년 소셜 벤처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고용 규모나 사회서비스 제공 정도로 보았을 때는 그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은 육성 초기 단계여서 그렇다 할 수 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을까?’ 질문해본다. 나의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약자에 대한 교만

“세상 모든 사람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갖고 있는 대표적인 성격 장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 일요일, 목사님 설교 말씀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남을 비판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신앙이 자라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것은 곧 자신을 의롭게 여기기 때문이지요. 언론사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평하고 잣대를 매기는 습관이 몸에 배기 마련입니다. 일간지 기자는 매일, 주간지 기자는 일주일마다, ‘더나은미래’는 2주에 한 번씩 교만의 벽을 쌓아가는 셈입니다. 일상생활에도 은근슬쩍 그게 드러납니다. 지난주 지하철역에서 파는 6000원짜리 휴대폰 케이스 때문에 아르바이트 점원과 엄청 다퉜습니다. 그 청년은 제 휴대폰을 보면서 “아줌마. 이거 사가면 딱 맞아요”라고 건네줬고, 저는 확인도 하지 않고 사왔습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제 휴대폰보다 더 작은 케이스였고, 며칠 후 저는 “교환해달라”고 했습니다. 청년은 “영수증도 없는데, 이 가게에서 사 갔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하루에 손님이 100명도 넘는데 당신 같은 사람 많다. 뭘 믿고 바꿔주느냐”고 했습니다. 화가 나서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왜 사람을 못 믿느냐”고 다그쳤습니다. 결국 감정 싸움이 심해져 경찰서 문턱까지 갔다 왔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그날 밤 이성이 되돌아오니 제 안의 교만을 들킨 것 같아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 청년의 눈에 저는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고, 제가 바라본 저는 남다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님이었으니까요. ‘내가 너보다는 낫지’라는 이 은근한 마음속의 알력은 곳곳에 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④ 죽은 아들 위해… 학교폭력과 싸운 20년, 돌아보니 이 일이 날 살렸다

[숨은 영웅을 찾아서] (4)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아들 위해 시작, 청소년보호법·학교폭력예방법 제정 힘써 1년에 걸려오는 상담 전화만 8000건…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이유 피해 학생에 아들 이름 딴 장학금 지원 “폭력 없는 초등학교 운영해 보고 싶어” “1995년 6월 8일 새벽, 출장 중 무심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대현이가 죽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의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종기(68) 명예이사장은 시계태엽을 뒤로 감듯 천천히 날짜를 되짚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 2001년 전국 39개교 대상 학교폭력 실태조사,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 그가 설립한 청예단은 지난 20년간 쉴 새 없이 학교폭력과 싸워왔다. 정부의 무관심, 교육 현장의 외면에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의 두 어깨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신원그룹 기조실장까지 그야말로 성공한 샐러리맨이었다.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에 뛰어들게 됐나. “대현이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방 창문으로 몸을 던진 그때, 나는 중국 출장 중이었다. 대현이의 죽음 후 아내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가족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이었다. 대현이 방의 모든 물건 태우고, 속초 앞바다에 가서 아들의 유골을 뿌렸다.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대현이를 괴롭히던 다섯 명이 친구 두 명을 또 때렸다는 이야기를 딸아이한테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더나은미래 논단] CSR, 기업 홍보 넘어 법적 영역 될 것

작년부터 시작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이러한 논쟁 과정에서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CSR을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Contribution) 정도로 축소해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CSR의 개념 및 세부 내용은 이미 ISO 26000지침(2010)이나, GRI(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의 G3, G4 가이드라인(2013), UN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 10대 원칙 등에서 조직 거버넌스, 환경, 노동, 인권에 대한 책임, 법규 준수와 반부패,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에 대한 기여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학계에서는 CSR의 범위를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CSR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기업이 주주의 소유인가, 아니면 사회의 소유로도 볼 수 있는가 하는 기업 본질론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세계 각국은 CSR 관련 국제규범 준수뿐만 아니라 이를 자국 내 법규에 도입하는 시도들을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한국 기업들도 CSR을 단순히 사회공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CSR 규제들을 숙지하고 못하고 지키지 못함으로써 기업에 손실을 발생시키는 위험, 즉 법률 리스크(Legal Risk)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중국은 회사법(2006)에 CSR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한 이래, 순환경제촉진법(2008), 전자정보 제품으로부터 발생되는 오염관리에 대한 행정처분(2006) 등에서 CSR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고,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 및 중국상무부(MOFCOM)의 CSR 가이드라인(2008)이, 최근 외국 투자와 기업의 환경보호 가이드라인(2013) 등이 마련되고 있으며, CSR에 대한 전국 가이드와 CSR 리포트(2014)도 발행되고 있다.

한국의 세액공제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다

1억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미국은 기부액 50% 세제… 기부 증가 한국은 기부 많이 할수록 세금 많이 내 고액 기부자에게 세금이란 일종의 동기 세제 혜택 주면 결국 더 기부하게 될 것” 지난해 하버드대는 1조2000억원을 기부받았다. 미국 대학 연간 기부금 최다 모금 기록이다. 이는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기부금을 모두 합한 것(5089억원)의 2배 이상이다. 비결은 고액 기부였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회사인 시타델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케네스 그리핀이 1억5000만달러(약 1680억원)를, 홍콩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룽그룹의 로니 챈 회장과 제럴드 챈 이사 형제가 개교 이래 사상 최대인 1억5000만달러를 하버드대에 기부한 것. 이들은 2014년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10인에 이름을 올렸고, 기부한 돈의 50%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았다. 고액 기부자를 존경하는 문화, 기부를 장려하는 세금 공제 제도는 미국의 연간 기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성장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 세법 개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연말정산 환급 기준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 3000만원까지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 세율을 일괄 적용하고 있기 때문. 이는 세제 개편 전보다 고액 자산가가 기부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구조다. 연말정산을 겪은 고액 기부자들의 체감도는 어떨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8번째 회원이자, 지난해 12월 창단한 푸르메재단의 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인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前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에게 고액 기부와 세금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새로운 변화’는 현장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요즘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떡볶이,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온갖 음식을 만듭니다. 친구들한테 쇼핑몰 정보를 알아와서 각종 재료를 산 후,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배웁니다.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30분만 지나도 피곤해하는데, 미니어처를 만들 땐 2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가 딸아이한테는 교과서요, 선생님입니다. 자신도 떡볶이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한 시간 넘게 제 휴대폰을 갖고 낑낑댔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새로운 문화 충격입니다. ‘배움’이 더 이상 학교에만 있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통해 실제로 목격하니 더 생생합니다. 기존의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정보나 지식이 하달되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지켜봐도 그렇습니다. 땅콩 회항, 디자이너 이상봉씨 열정 페이,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모든 이슈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이슈가 유통되는 과정에는 페이스북의 공유,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 등 SNS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5년 전쯤 한 NGO 사무총장이 “아~ 이제 NGO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으던 NGO의 역할을 이제 SNS가 다 하게 될 텐데”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그 사이에는 반드시 격차(갭)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격차가 작아야 불행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시맨 정부’ ‘부시맨 학교’ ‘부시맨 기업’만 홀로 존재하는 모습을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⑤ 개도국 아동 도우려… 영양전문가가 나섰다

작지만 강한, 强小 NPO <5>위드 몽골의 전국 학교에 단계별 급식을 도입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가 있다.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with)’가 그 주인공이다.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 거주 성인의 절반(47.7%)이 비만일 정도로, 만성질환 위험률이 높은 나라다. 반면 아이들은 밀가루 빵으로 때우거나 그조차도 없어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몽골 교육과학문화부는 15년간 현장을 지켜온 위드의 전문성을 신뢰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9년간 학교 급식 단계별 운영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전문 영양사들로부터 볶음밥·과일·샐러드 등 균형 잡힌 식단을 지원받은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자, 몽골 정부는 위드와 정식 협약(MOU)을 맺고 시골 유목민 학교·지방 도시 학교·도시 빈민 학교 등 전국 단위로까지 급식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몽골 정부가 타국에서 온 NGO와 함께 영양 관련 제도를 정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외 직원 수 42명, 연간 평균 모금액 15억원인 중소 규모 NGO가 이룬 성과다. “1000일. 임신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 두 살까지 키우는 시간입니다. 이 1000일 동안 아이가 어떤 영양, 위생 상태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평생 건강이 좌우됩니다. 가난한 나라에 기아와 비만이 공존하는 이유죠. 그 악순환을 끊고 싶었어요.” 곽미란 위드 본부장이 단체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드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품영양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원·영양사 등 20~30대 전문가 25명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뭉친 게 계기였다. 서울 신당동·사당동·행당동 등 결식 아동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영양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공헌 초고속 성장의 덫

“이제 기업 사회공헌은 다 죽은 거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반짝 붐을 이루더니,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다시 죽었네요. 솔직히 사회공헌팀은 조직에서 한직(閑職)이잖아요.” 한 기업 재단 담당자의 솔직한 얘기입니다. 경기 불황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기업들의 이슈는 리스크 관리가 된 모양입니다. 기업마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며 기업의 리스크에 해당하는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협력팀을 운영하는데, 여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한 대학생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도 들었습니다. 대학생을 학습 멘토로 운영하는 한 기업 사례인데, “이 프로그램을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 대학생에게 그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우리 기업에 나쁜 사건이 터졌을 때, 이걸로 막으려고 하는 거야”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이뿐 아닙니다. 겉으로는 자사의 사회공헌 사례를 적극 홍보하는 한 기업 CEO가 “솔직히 이런 사업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내부 회의에서 대놓고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파트너십에 관해서라면,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기업의 갑질 사례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수집하면 아마 책 한 권을 써도 될 만큼 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기업의 후원이 끊어질까 봐 절대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반가웠는데, 요즘은 ‘모래성 쌓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연산도 못 푸는 초등학생이 미분·적분을 푸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싶은 것이지요. ‘더나은미래’는 과연 기업 사회공헌의 질적 성숙에 기여했을까, 기업 사회공헌의 초고속 성장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없을까, 반성도 하게

[더나은미래 논단] 생애주기별 복지가 중요한 진짜 이유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생애주기별’ 복지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설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생애주기별 복지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생의 단계에 따라 필요할 수 있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적절히 해결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돌봄, 아동기에는 건강한 성장, 청장년층에는 취업, 노년층에는 노후 생활 보장과 의료 등 각 생애주기에 특화돼서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렇게 평면적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개념이 중요한 ‘진짜 이유’를 자칫 놓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보다 입체적인 의미는 예방적이고 투자적인 복지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삶의 주기에서 앞선 주기의 복지 욕구를 얼마나 적절히 해결하느냐가 뒤에 오는 주기의 복지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생애주기별 복지의 이론적 근간이다. 영·유아 시기에 부모와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뒤처지면 성인기에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크다. 복지 욕구는 생애주기마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어린 시기에 가족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발생한 작은 발달상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큰 격차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핵심은 예방적인 접근에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④ 주민 협동조합서 자립 방법 찾아…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

작지만 강한, 强小 NPO (4)푸른아시아 서울 사무국 인원 10명 남짓에 연간 모금액 평균 25억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국내 한 비영리단체(NPO)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16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황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온 비영리 단체 ‘푸른아시아’ 이야기다. 지난해 6월, 푸른아시아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2011년부터 선정해 온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에서 최우수 모델(First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기후변화·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이라고도 일컫는다. 세계적인 인정은 물론이고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은 덤이다. 지난 2011년에는 6개월에 걸쳐 푸른아시아의 몽골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연구했던 세계은행 연구소(World Bank Institute)에서 ‘그간 이론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유례 없는 모델’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든 거라곤 파일럿 모델 하나 개발한 거예요(웃음).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를 막고, 동시에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복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로 아시아·아프리카 등 어느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시도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1998년, 푸른아시아의 전신(前身)이었던 한국휴먼네트워크를 세우고 이후 10여년 세월을 함께 해온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의 말이다. “당시 국내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지만,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일본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붐이 있었어요. 대만이나 실제 사막화가 일어나던 중국, 몽골 등에서도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생겨나던 시기였고요. 아시아지역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죠.” 시작은 몽골이었다. 이미 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기후변화를 겪고 있었기 때문. 남한 면적의 7배 크기, 대초원과 호수가 가득했던 땅에서 이젠 3600여 호수 중 1166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