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혁신가들 신축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모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이곳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청년들이 있다. 소셜벤처 ‘블랭크’다. 블랭크는 2013년부터 상도동 내 유휴공간을 공유부엌·공유주택 등으로 탈바꿈시켜왔다. 주민들이 밥 또는 일을 매개로 모이는, 기존에 동네에서 볼 수 없던 공간들이다. 지난 10월에는 네번째 공간인 커뮤니티 바 ‘공집합’도 오픈했다. 동네 주민이 일주일에 하루 바텐더로 나서고, 동네 이야기를 담은 잡지와 굿즈도 판다. 블랭크의 김요한, 문승규(32) 공동대표를 공집합에서 만났다. “상도동은 몇십 년간 한 곳에서 살아온 동네 토박이가 많은 동네예요. 최근 5년 사이에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있죠.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승규 대표)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던 문승규 대표는 2012년 ‘서울 마을만들기 공모전’을 통해 상도동과 인연을 맺었다. 주민들과 함께 워크숍을 하고 동네에 공원이나 가로등을 세우는 아이디어로 금상을 받은 것. 이후 아이디어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실현되면서는 사업 연구원으로 주민들을 만났다. 문 대표는 “연구원 시절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은 정작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며 “우리가 주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상도동으로 이사를 와 공간을 열었다. 블랭크의 1호 공간인 ‘청춘플랫폼’이다. “서울시 사업 당시 사무실로 쓰면서 주민들과 밥을 먹던 공간이 사업이 끝나면서 비워져 있더라고요. 서로 반찬도 나눠 먹고 밥도 해먹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커뮤니티 부엌을 열게 됐어요.” 부엌이 갖춰진 청춘플랫폼에서 상도동 주민들은 ‘밥’을 먹으며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