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논단] 100년간 끄떡없는 기업 되고 싶다면

더나은미래 논단 아시아는 지난 20년간 중국의 눈부신 발전을 필두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시장이 되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합쳐보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20% 이상으로 미국·EU와 맞먹는다. 한·중·일 FTA에 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박근혜 정부 이후 중국과의 FTA는 최우선적으로 체결돼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지속적인 성장과 국제적 동반 협력 관계 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무대에서 일본·중국의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클라이언트 중에는 일본 대기업인 H사가 있다. 전기전자 산업에 종사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못 잊고 후발 주자로 계속 밀려나던 이 기업이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바꾸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기전자 산업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물과 에너지, 환경 등과 같은 미래의 먹거리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통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다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베 노믹스의 힘으로 정책적 탄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최단시간 내에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아베 노믹스의 가장 큰 효과는 일본 기업들에 시간을 벌어주고, 체질 개선을 시킨 점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여러 가지 모델들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자국 기업의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 싶으면 큰 내수 시장과 막강한 외교력을 바탕으로 환율까지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스피드가 너무 느리다 싶으면 시장을 빠르게 개방하여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킨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외부에 노출되어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더나은미래 논단] CSR의 투명한 천장

이윤석 InnoCSR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CSR, CSV(공유가치창출), 사회공헌,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CSR=사회공헌’이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의까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CSR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기업이 브랜딩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사업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 사회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업 구조는 오로지 밀턴 프리드먼과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과거형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구매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밸류 체인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구매팀을 예로 보자면, 소수의 구매 담당자가 많은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한 사람이 보통 흔하게는 수십 개 협력업체를 매월 상대한다. 이들은 기존의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고,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구매함과 동시에 신규 협력업체들도 발굴해야 한다. 간혹 사고가 나고, 이를 협력업체들과 해결하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들은 낮은 가격,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구매팀에 어느 날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윤리강령과 CSR 감사 제도를 정책화한다. 구매팀은 그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이를 협력업체들에 강조하고 협력업체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다. 가장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로 만들어서 빠르게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