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살아남는 비결은 적응력”… 비영리조직 성장엔진은 무엇인가요

제8회 ‘체인지온 콘퍼런스’… 비영리조직 30%가 클라우드 이용 ’10월의 하늘’ ‘백인천 프로젝트’ 등 IT 기반한 플랫폼으로 혁신 이뤄 “바르셀로나 ‘통합 축구’처럼 구성원 모두의 참여 이끌어야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사유의 핵심은 ‘적응’입니다. 강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죠. 변화를 마주한 비영리 실무자들은 지금 어떤 태도를 갖고 있습니까?”(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학대학원 교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쏟아지면서 비영리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물살과 마주한 비영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지난 13일, 대전청소년위캔센터에서 열린 제8회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서는 ‘혁신’에 관한 논의가 쏟아졌다.

이날 ‘한국 비영리 조직 실무자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해 및 활용도 조사’를 발표한 한동우 교수는 “지난해 비영리실무자들이 꼽은 ‘없어져도 괜찮은 SNS’ 1위였던 ‘클라우드(Cloud Service·인터넷 서버에 자료를 저장하고 내려받는 공유 서비스)’를 1년이 지난 지금 , 비영리조직의 약 30%가 쓰고 있다”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실무자들의 역량을 키우려면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교육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실무자는 전문 역량 자체 평가에서 6.11점(9점 만점)을 기록한 반면, 경험이 없는 실무자는 그보다 0.4점 낮은 5.71점을 기록했다.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고 카카오가 후원하는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체인지온’은 ‘플랫폼에 마주한 비영리, 변화의 흐름을 타고 중심을 잡다’를 주제로 대전에서 개최됐다. /pixabay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고 카카오가 후원하는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체인지온’은 ‘플랫폼에 마주한 비영리, 변화의 흐름을 타고 중심을 잡다’를 주제로 대전에서 개최됐다. /pixabay

플랫폼을 익힌 비영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자신이 직접 참여한 ’10월의 하늘’과 ‘백인천 프로젝트’ 두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비영리의 혁신을 이야기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마다 펼쳐지는 무료 강연회 ’10월의 하늘’에는 매년 온라인을 통해 모인 300여명의 과학자와 저자가 무보수로 참여합니다. 이 행사가 지난 6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동기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과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 때문입니다. SNS를 통해 모인 58명의 전문가가 프로야구 30년의 빅데이터를 분석, 공동 논문을 집필한 ‘백인천 프로젝트’는 자발성과 열린 권력이 비영리 혁신의 원동력임을 보여줍니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할 ‘용기’다.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CCO는 “모험에는 모함이 따르기 마련”이라면서 “여러분의 창조력에 용기를 더해 이 세상에 없던 플랫폼을 만들면, 모금과 홍보는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래는 사물인터넷과 로봇의 시대… ‘인간성의 결핍’ 우려

“머지않은 미래에는 여러분의 시계, 안경, 옷, 의자가 서로 연결돼 있을 겁니다. 산업 간 경계도 급격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유통사가 금융 서비스를 하고, 인터넷 검색엔진이 난방조절회사를 천문학적 가격에 인수했죠. 그야말로 혁신의 장이 열리게 됩니다.”(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

모든 물건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은 스마트폰이 그랬듯, 우리 삶을 180도 바꿔놓을 예정이다. 올해 열린 ‘다르파 세계 재난로봇경진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는 인력을 대신할 로봇의 등장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는 “빠르면 10년 뒤, 인간이 로봇과 경쟁·협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 걷기는 그저 노동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갈증이 생긴 오늘날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죠. 농약과 유전자조작 식품의 발달로 농업생산량이 급증하는 한편, 건강하고 느린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도 강해졌습니다. ‘결핍’을 잡아낸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갑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채울 수 없는 유일한 것, 비영리는 점점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의 인간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콘텐츠’ ‘접속’ ‘협동’에서 비영리의 내일을 찾다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리프(Upleaf)’의 엘리자베스 비치(Elizabeth Beachy) 전략커뮤니케이션 이사는 급변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콘텐츠 전략’과 ‘검색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SEO)’ ‘소셜미디어 최적화(Social Media Optimization·SMO)’를 강조했다.

“콘텐츠를 노출하고 싶다면 검색 키워드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세요. 짧고 강렬한 제목과 인상적인 대표 이미지, 말끔한 첫 문단은 시선을 사로잡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비영리가 인간적 결핍을 채우는 방법으로 ‘접속’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제대로 된 접속은 내면의 잠재력을 깨운다는 것. 천영환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업팀장은 “‘루미오’ ‘데모크라시 OS’ 등 IT 플랫폼을 활용해 집단지성을 행정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지금 비영리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똑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 1.0에서는 리더가 시키는 대로, 협동 2.0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협동 3.0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두되, 통합적인 조정을 추가했죠. 플랫폼의 자유가 생긴 지금은 협동 4.0을 생각할 때입니다. 개인의 능력에 기대지 않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바르셀로나의 ‘통합축구’처럼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결정할 때 비영리 조직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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