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첫 질문이 ‘아이가 아프면 봐 줄 사람은 있느냐’였어요. 솔직하게 ‘없다’고 했더니 ‘그럼 애 다 키워놓고 오세요’라고 하더군요. 밤새워 준비해 간 이력서는 펼쳐보지도 못했죠.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습니다.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동안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미(35)씨는 2000년 스타벅스에 입사해 점장까지 지냈지만 7년 만에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다. 결혼 후 아이 3명을 키우며 회사 일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좀 자란 후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려 했지만 ‘경력 단절 여성’에게 보내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좌절해 있던 김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3년 시작된 스타벅스의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이다. 육아를 위해 퇴사한 스타벅스 점장·부점장 출신 여성 인력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씨는 집과 가까운 스타벅스 김포장기점의 부점장으로 재입사했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첫해 18명의 바리스타를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총 64명의 엄마가 스타벅스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시간 선택 근로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리턴맘이 원할 경우 일반 근무로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말뿐인 제도가 되지 않도록 본사에서 각 매장에 리턴맘들의 과도한 초과근무를 막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리턴맘이 회사로 돌아오자 달라진 게 많다. 주부 고객이 60% 이상인 김포기장점에서 김씨는 가장 친절한 점원 중 하나로 소문이 나 있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를 안은 손님은 센스 있게 도와주고, 유아용 의자를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까지 하나하나 챙기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만의 고객 응대 노하우를 매뉴얼로 만들어 동료들이 있는 단체 메신저 창에 공유하는 등 직원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띠동갑 넘게 차이 나는 매장 동료들은 김씨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따른다. 아직 미혼인 파트너 직원들은 퇴근하는 김씨에게 ‘2차전 파이팅!’이라며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주홍식 스타벅스 인사총무팀 수석부장은 “지난 16년간 육아 문제로 스타벅스 코리아를 퇴사한 여성 인력만 500여명에 이른다”면서 “리턴맘 재고용 프로그램 이후 ‘결혼이나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