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서울역 쪽방촌 주민 위한 동자동 사랑방 , 투명성 논란 일어

자활로 주목받던 서울 ‘동자동 사랑방’은 왜…
동자동 사랑방 횡령 사건 주민들 조합 신뢰성 공방
공제협동조합은 임의단체…
사업 중단·청산하게 되면 출자금 보호받을 수 없어 작년에만 조합원 64명 탈퇴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은 겨울이 무섭다. 1인당 기초생활수급비 46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간다. 난방비,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 삶이라 이들은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급하게 병원비를 마련하려 해도, 주민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라 은행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금리 2%로 대출을 해주는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은 쪽방촌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조직 ‘동자동 사랑방’이 2011년 3월 창립한 협동조합이다. 1계좌당 5000원으로 6개월 이상 꾸준히 납부한 조합원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0개월 이내에 분할 상환하면 된다. 조합원 수는 총 386명. 2013년 1월 현재 전체 출자금은 약 8532만원이다. 동자동 사랑방 조합원들은 풀빵 판매, 후원 주점, 돼지고기 공동구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립을 꿈꾸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의 이러한 자활 활동이 알려지면서, 동자동 사랑방은 협동조합 설립 직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창 밖으로 대형 주상복합시설이 대비돼 눈에 들어온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창 밖으로 대형 주상복합시설이 대비돼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최근 동자동 사랑방 조직 내에 생긴 불신이 조합으로까지 불통이 튀고 있다. 발단은 2011년 말, 동자동사랑방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이었다. 동자동 사랑방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최모씨가 금고 속에 있는 공금을 횡령해 훔쳐 달아난 것. 사무 일을 봐주겠다며 합류한 그는 쪽방촌 주민도 아니었다. 주민들은 분개했다. 또한 공제협동조합이 동자동 사랑방이란 주민자치조직을 통해 만들어졌고, 동자동 사랑방과 조합이 사업을 함께 하는 연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조합 출자금에 대해 덩달아 불안감을 갖게 됐다. 김남복(가명·60)씨는 “어디에서 후원을 받은 돈인지 운영진이 출처를 밝히지 않고, ‘우리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만 말한다”고 토로했다. 조숙자(가명·63)씨는 “동자동 사랑방이 시위나 집회가 있을 때마다 쪽방촌 주민들을 동원하는 게 싫어서 목소리를 냈더니, 왕따 취급해서 탈퇴했다”면서 “10개월 동안 상환하도록 규정해뒀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계좌 몇 개만 만들면 대출받고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매일같이 동자동 사랑방을 찾아와 “술 먹는 데 내 돈 쓰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총 64명이 조합을 탈퇴했다. 한 달에 조합원 가입 대비 탈퇴율이 45.5%에 달한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현재 협동조합법상 공제협동조합은 법 밖의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만약 조합이 사업을 중단하고 청산하게 되면 조합원이 낸 출자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태헌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이사장은 “동자동 사랑방과 공제협동조합은 전혀 성격이 다르고 재정이 독립돼서 운영되기 때문에, 동자동 사랑방의 투명성 문제와 조합은 무관하다”면서 “동자동 사랑방 횡령 문제를 조합원들에게 오해 없도록 상세히 해명했고, 매년 총회 때마다 조합 운영 내역을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직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함께 감수해야 한다고 보고, 오히려 조합의 운영비가 빠듯해 외부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공제협동조합의 힘은 상호 신뢰와 투명성에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법적 보호망 밖에 있는 이상, 조합원끼리의 소액 대출 기준을 서로 감시하고 합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최근 협동조합연합회가 기획재정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됐는데, 이것이 공제협동조합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바로잡습니다

▲1월 28일자 D5면 ‘동자동 사랑방, 투명성 논란’ 기사 중 ‘최대 50만원까지 대출’부분을 ‘100만원까지’로, ‘2012년 말 벌어진 초대 사무국장의 횡령 사건’을 ‘2011년 자원봉사자의 횡령 사건’으로 바로잡습니다. 사랑방공제협동조합 측은 투명성 논란이 있었던 동자동사랑방과 조합은 별도 조직이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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