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섹터 10대 이슈 추진 현황
차기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제시했던 국정 과제의 진척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등 ‘제3섹터’ 관련 과제는 ‘기대 이하’의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2014년 처음 발의된 ‘사회적경제 3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실패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새 정부 출범 당시 더나은미래가 기획 보도한 ‘100대 국정 과제 속 제3섹터 10대 이슈’를 4년 만에 다시 점검했다.
01 공익법인과 시민사회 역할 강화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 안에 국민이 정책 기획·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시민사회발전기본법 제정’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명시했다. 당시 여러 갈래로 흩어진 제3섹터 관련 법 제도를 아우르는 기본법 마련 소식에 시민사회 관계자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본법은 임기 만료가 다 되도록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시민공익위원회’ 설치는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비영리업계의 반발이 크다. 법무부는 지난달 공익법인 4000여 개를 관리·감독하는 내용의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기부금을 모집하는 세법상 공익법인의 10% 수준에 불과해 유명무실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02 기부 문화 확산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난해 여야 합의를 이룬 안건이지만,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앞서 지방 인구 소멸을 경험한 일본은 지난 2008년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지역 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세’를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20대 국회부터 여야 막론하고 경쟁 입법이 이뤄졌지만 기부 방식과 공제액 등을 놓고 논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03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회적경제 3법’으로 불리는 ▲사회적경제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도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본법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3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는 5건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특히 공공기관사회적가치법은 21대 국회 1호 법안을 차지하기 위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에게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을 4박 5일간 지키게 한 것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04 사회적금융 조달·투자 활성화
사회적금융 활성화는 사회적경제 특성을 반영한 금융 시스템 마련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출범시켰다.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1500억원, 금융기관 등에서 1500억원을 출연받아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연대기금에 자금을 출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육성·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05 공공기관의 사회적책임 강화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사회적책임은 한층 강화됐다. 지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가치 구현’ 항목을 도입하면서 배점을 22점으로 결정했고, 이듬해에는 배점을 24점으로 늘렸다. 2017년에도 ‘전략기획 및 사회적책임’(11점)이라는 항목이 있었지만 배점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사회적가치 구현 평가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 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 발전 ▲윤리 경영 등 5개 세부 지표로 구성됐다.
06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부는 출범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을 겪으며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내건 바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대한 7가지 세부 원칙과 안내 지침을 뜻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당시 51사에 불과했던 참여 기관은 지난 3일 기준 총 168곳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재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계획서를 작성, 제출해 등록을 기다리는 기관은 48곳이다. 효과는 긍정적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2016년 2.2%에서 4.3%로 증가했고, 주주 제안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반대 비율은 29.8%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대율이 높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참여가 더딘 편”이라고 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2곳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증권사는 IBK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4곳에 불과하다.
07 상생·반부패 강화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대통령 직속 을지로위원회 신설은 무산됐다. 다만 2019년 2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상설 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당정청 민생현안 회의체’로 확대 운영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갑질 근절’을 정책 1순위로 삼고 불공정 갑질 처벌·피해 구제를 위해 지난 2017년 12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국회 입법으로는 가맹사업과 대리점 분쟁조정 업무권한을 광역자치단체와 공유하는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08 사회 혁신과 인재 양성
정부는 올해까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었다.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비 사업으로, 특히 사회적경제조직과 연계해 지역 인재 육성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와 별개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6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지역의 유산에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마을을 되살리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09 자원봉사 활성화
민간 주도의 자원봉사 활성화도 국정 과제 중 하나였다.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 업무의 연속성을 위한다는 취지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직영 체제로 유지해왔던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를 법인 전환 또는 민간 위탁 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2010년 출범 이후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돼 온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했고, 현재 절반 수준의 센터가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민간 위탁으로 전환했다.
10 국제구호개발(ODA)과 민관 협력 강화
ODA 분야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무상 원조 사업을 확대하고 기업 협력형 ODA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ODA 예산은 지난 2017년 2조6350억원 규모에서 2018년 3조480억원, 2020년 3조42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내년도 ODA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4579억원(12.3%) 늘어난 4조1680억원으로 책정됐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