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더나은미래>는 기업공익재단과 비영리 조직이 기술과 재원을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살펴봤다. 기업재단에서는 AI·신기술을 공익사업에 접목하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아직 내부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고, 미국 비영리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기부를 장기 후원과 안정적인 재원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재단과 AI로 업무 방식을 바꾸는 공익단체의 사례도 들여다봤다.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주목할 만한 주요 기사 5편을 정리했다.
◇ 기업재단, AI로 복지·교육 넓히지만…활용은 아직 ‘내부 업무’ 중심

AI로 수어를 인식해 청각장애인의 금융 상담을 돕고, 스마트폰 앱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탑승을 지원한다. 국내 일부 기업공익재단이 AI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공익사업에 접목하면서 교육과 금융, 이동권 등에서 새로운 지원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AI 수어 인식 금융서비스 ‘손소리(on)’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SK행복나눔재단은 저상버스 탑승 예약 앱 ‘위버스’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을 지원한다. CJ나눔재단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청소년 AI 교육 프로그램 ‘Girls Can Do IT’를 운영한다. 올해는 지역아동센터 여중생 30명이 AI로 식재료 영양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요리법을 개발했다. KB금융공익재단은 메타버스에서 저축과 투자, 물품 생산·거래 등을 체험하는 경제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술 활용은 아직 재단 내부에 집중돼 있다. 주요 기업공익재단 21곳 가운데 11곳(52.4%)은 AI·신기술을 내부 업무 자동화와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수혜자 발굴과 맞춤형 지원에 활용하는 곳은 4곳(19.0%), 비영리 현장의 디지털·AI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곳은 1곳(4.8%)에 그쳤다.
◇ 역대 최대 기부 뒤 ‘지속성’ 고민…美 비영리, 장기 후원·유산기부 확대
2025년 미국 자선기부액은 6172억 달러로 전년보다 5.7% 늘어 처음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와 전쟁, 기후재난 등을 거치며 모금 규모를 크게 키운 비영리단체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새로 유입된 기부자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안정적인 재원으로 연결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국제 환경보전단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은 20182020년 대비 20212023년 평균 모금액이 65% 증가했지만 신규 기부자 유지율은 15~20%에 그쳤다. 월드 센트럴 키친은 첫 기부 계기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분기별 활동 성과를 공유하면서 현재 약 60%인 연간 기부자 유지율을 8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 후원자를 유산기부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모금 규모가 커졌다고 재원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기부 증가는 금융시장 호조의 영향을 받았고 정부지원 축소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처 컨서번시와 세계자원연구소 등은 사업별로 용도가 정해진 자금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민간재원을 확보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 작은 사회문제도 직접 푼다…SK행복나눔재단이 택한 ‘문제해결형 재단’
SK행복나눔재단은 수혜자가 적거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시장과 공공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문제를 직접 발굴해 해결책을 만들고 있다. 2019년부터 외부 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직접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설계·검증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세상파일’에서는 시각장애 아동 점자 교육,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탑승, 노인 치매 예방 등 구체적인 문제를 세분화해 접근한다. 점자를 처음 배우는 미취학·초등학교 저학년 시각장애 아동은 전국 약 60명에 불과하지만, 재단은 이들을 위한 점자 학습 교구 ‘슬라이닷’을 직접 개발했다. 2019년 시작한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보조기기 사업은 누적 4064명을 지원했고, 사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동보조장치의 건강보험 급여화에도 참여했다.
재단은 몇 명을 지원했는지보다 이용자의 행동과 생활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본다. 슬라이닷을 사용한 시각장애 아동 5명을 4개월간 살핀 결과 4명이 이틀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사용했고, 3명은 점자 모양을 구별하는 단계에서 글자를 읽는 단계로 넘어갔다. 효과가 확인된 해결책은 공공제도나 외부 기관, 시민 기부와 연결해 확산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 ‘실제 변화’로 공익활동 평가했다…제1회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한 공익활동 31개 프로그램이 지난 14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사회복지와 국제개발, 문화예술, 교육, 기부문화 활성화, 자원봉사 활성화 등 6개 분야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 20점과 민간 기관장상 11점이 선정됐다.
심사에서는 사업비나 참여 인원 등 투입 규모보다 활동을 통해 실제로 만들어낸 변화와 지속 가능성, 다른 지역·기관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SK하이닉스의 ‘행복AI 스터디 랩 구축 및 운영사업’, 동천의 ‘NPO·사회연대경제조직 전담 프로보노 변호사 매칭 법률지원사업’,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발달장애인 재산관리지원서비스’ 등이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배민방학도시락’ 등 11개 프로그램에는 민간 기관장상이 돌아갔다.
이어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수상 프로그램의 사업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고, 다른 기관과 지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봤다. 자립준비청년 취업지원과 장애예술인 지원, 국제개발 등 현장 사례와 함께 생성형 AI를 모금과 후원자 관리,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 반복 업무 줄이고 직접 도구 만든다…AI가 바꾸는 공익단체의 일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AI를 활용해 매일 약 17만 건의 후원금 입금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을 90분에서 8분으로 줄였다. 해외 아동과 후원자가 주고받는 편지 번역도 기존 2~4주에서 하루로 단축했다. AI가 후원자 관리와 모금, 사회적 성과 측정 등 공익단체의 다양한 업무에 활용되면서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 및 나눔 콘퍼런스’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다양한 실무 사례가 공유됐다. 후원 요청 메일과 웹페이지를 만들고,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변화이론과 성과지표를 설계하거나 모금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전문적인 코딩 지식 없이 실무자가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만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성과지표가 실제 사업과 현장에 맞는지 확인하고, 번역이나 이미지에도 오류가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기존 업무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작업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기술 활용을 개별 실무자의 시도에만 맡기지 않고 조직 차원의 역량을 갖추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