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비영리단체, 현장 전문성은 높지만 사업 기획·실행은 아쉬워

기업·NPO 사회공헌 파트너십 만족도 설문조사
업종별 대표기업 36개 파트너십 만족도 좋아
홍보효과 원하는 기업과 수혜자 고려하는 NPO 마케팅·홍보에서 시각차
사업 추진은 NPO 중심 기업은 기획·홍보 지원 충분한 소통이 성과 높여

“해외 봉사활동을 할 때 현지에 있는 NPO를 통해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고, 후원대상 지역과 주민을 선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K은행)

“전문성과 현장 경험, 수혜자들의 실제 니즈(Needs)를 파악하는 데 강점이 있다.”(L기업)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현재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비영리단체(NPO) 및 정부기관 등에 대해 현장 전문성은 높게 평가하는 반면, 기획 및 실행능력은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간 3주년 특집 ‘기업 사회공헌-NPO 파트너십 조사’에 따르면, 36개 업종별 국내 대표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비영리단체의 현장 전문성,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 기획 및 실행능력, 프로젝트 성과의 총 네 가지 항목에 대해 평균적으로 ‘만족한다(평균 4.1점·5점 만점)’고 응답했다.

SPC그룹은 2012년부터 푸르매재단과 함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제품 생산부터 고객 응대까지 모두 장애인 직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조선일보 DB
SPC그룹은 2012년부터 푸르매재단과 함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제품 생산부터 고객 응대까지 모두 장애인 직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조선일보 DB

◇현장 전문성·프로젝트 성과에서 높은 점수 받아

비영리단체의 현장 전문성은 5점 만점에 평균 4.2점으로 네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응답 기업의 90% 이상(33개)의 기업이 파트너기관의 전문성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기업은행·한국전력공사·아모레퍼시픽·현대자동차 등 많은 기업이 비영리단체의 풍부한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이 실제 수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서는 기업의 86% (31개)가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하였으나 14%에 해당하는 5개 기업은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응답했다. 주된 이유는 “사회공헌 활동의 홍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업에서는 비용이 투자된 만큼 성과와 보고도 중요한데, 정량적 수치는 무시하고 감성적 호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S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외부에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에 비협조적인 NPO도 더러 있다”(L기업) “평가시스템 및 마케팅, 홍보에 대한 시각 차이 등 기업과 NPO의 성격이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A기업)는 응답이 있었다. 기업 사회공헌과 NPO의 조직 목적이 달라 생기는 갈등이 존재함이 드러났다.

한편 비영리단체의 기획 및 실행능력은 평균 3.9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응답 기업의 20%(7개)는 “비영리단체의 경우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하여 업무 진행 프로세스가 느린 편”이라고 지적하였다. “창의적인 사업 능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데 차질을 빚었다”(L기업) “이해관계자가 많아 조율하기 힘들 때가 있고, 일하는 방식에서 기업과 차이가 많다”(G기업) “예전에 행사에 국회의원을 초청해놓고 의전을 하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행사가 크든 작든 기업에서는 의전을 중시하는 데 반해, NPO는 거기에 무관심하는 등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S기업)” 등의 응답이 있었다.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높은 사업성과로

이해 관계자와 소통에 있어서 29개의 기업(80%)이 비영리단체와 만족스러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고 응답했다. 이 기업들 대부분이 사업에 대한 애정과 공동의 목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P기업은 “NPO는 조직의 시너지는 작고 열악하나, 담당 간사가 얼마나 후원기업의 특성과 열정, 현지의 니즈를 잘 보고 열정적으로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고, K기업은 “NPO의 사업에 대한 애정,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응답 기업 중 7개 기업은 파트너기관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특히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냈다고 응답한 대부분의 기업이 이해 관계자와 소통이 불만족스러웠다고 밝혀, 비영리단체와 원활한 소통은 사업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었다. 유한킴벌리는 15년 동안 ‘생명의 숲’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상호신뢰와 장기적인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핵심”이며 “전문성을 가진 NPO가 프로젝트 추진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기업은 기획·홍보 등의 영역에서 일부 참여해 지원하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이 NPO와 파트너십을 맺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NPO가 사회적인 필요를 잘 알고 있기에 프로그램 성과를 잘 낼 수 있고 혹여나 실패 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을 같이 진행할 경우 기업과 NPO의 기대가 다르기에 원활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사전에 계약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하·주선영·문상호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