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NGO는 대행사 아냐 함께 가야 할 동반자

언론사에 있다가 1년 남짓 NGO에 몸을 담갔을 때, 저는 꽤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이 젊고 이직이 많았으며, 연봉은 처절하게 낮았습니다. NGO는 그야말로 사람 하나하나가 ‘일당백’을 해야 하고, 그 사람 하나가 빠지면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밀려올 만큼 공백이 크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의 ‘생태연구소’를 가보니, NGO임에도 멋진 건물에 공무원보다 많은 월급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었습니다. ‘NGO 직원은 좋은 일 하려고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가는 사람들이니까, 적은 월급을 감내하면서 사는 건 당연하다’ 혹은 ‘NGO 직원들 월급에 쓰려고 내 후원금의 일부를 떼가는 건 말이 안 돼’ 하는 생각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NGO란 원래 정부가 모두 커버할 수 없는 복지·교육·지역사회·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전문조직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돈’이지요.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 임직원은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월급을 받습니다. NGO는 그 취지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지요.

해외의 NGO들은 우리처럼 늘 ‘을’만은 아닙니다. 그냥 파트너이지요. 정부가 직접 하기 힘든 사업을 할 때, 기업이 사회공헌을 함께 하려고 할 때 찾는 파트너입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NGO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를 하면서, 화가 날 때가 많았습니다. 각 기업의 실명을 일일이 밝히고 싶었지만, 해당 NGO에서 “큰일 난다”고 해서 익명을 써야 했습니다. ‘돈’이 어디서 오느냐에 의해 모든 갑을 관계가 결정된다면, 공무원이나 NGO나 모두 ‘을’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NGO는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대행하는 대행사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함께 가야 할 파트너입니다. NGO의 영역이 성숙해지면,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성숙해집니다. 최근 NGO 영역에도 글로벌화가 한창입니다. 그린피스, 국경없는 의사회, 아쇼카재단, 티치포아메리카 등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NGO도 여럿입니다. 걱정이 됩니다. 자본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글로벌 NGO 때문에 열악한 국내 NGO가 고사되는 건 아닐까. 균형이 허물어지면 결국 피해는 우리 전부의 몫입니다. 국내 NGO 영역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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