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주고 싶네”…스타벅스 현직자 만난 특성화고 학생들

[르포] 스타벅스·JA코리아 ‘Job 박람회’ 현장
직무 멘토링·모의면접부터 근로계약서 교육까지…취업 준비 지원

“긴장하면 말이 조금 빨라지는 것만 빼면 정말 훌륭했어요. 나중에 스타벅스 매장에서 파트너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는걸요?”

2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 마련된 세 평 남짓한 모의면접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면접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면접관이 “명함을 주고 싶을 정도”라며 칭찬을 건네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곳은 스타벅스와 교육 NGO JA코리아가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준비를 돕기 위해 마련한 ‘Job 박람회’ 현장이다. 학생들은 현직자에게 취업 고민을 털어놓고, 모의면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커피 원두를 직접 맛보는 직무 체험부터 근로계약서 작성법을 배우는 노동교육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전국 각지의 특성화고 학생 380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두 기관의 협력은 2015년 시작됐다. 당시에는 특성화고를 직접 찾아가 바리스타 직무 체험과 진로 교육을 진행했지만, 더 많은 학생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박람회 형식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이력서용 사진 촬영과 퍼스널컬러 진단 등 실질적인 취업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오는 27일과 28일에는 부산에서도 박람회를 개최한다.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실제로 겪는 진로 고민을 반영했다. 강신애 JA코리아 매니저는 “학교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학생들이 취업 후 직장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대학 진학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에게 부족한 점과 발전시켜야 할 부분을 발견하고, 각자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현직자에게 진로 고민 묻고, 모의면접으로 실전 연습

직무 멘토링 시간, 한 남학생의 “수습 기간에 컵을 깨뜨리면 혹시 쫓겨나나요?”라는 질문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벌써 실수할 생각부터 하느냐는 장난스러운 타박도 이어졌다. 멘토는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컵이 깨졌다면 안전하게 치우면 된다고 답했다.

학생의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거듭 묻더니, 이번에는 취업 자격으로 관심을 돌렸다.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아도 바리스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전공과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다양했다. 재무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바리스타로 입사한 뒤 마케팅이나 품질관리 등 다른 직무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 마케팅 분야 취업을 희망하던 학생이었다. 제과제빵과와 카페경영과 등 관련 학과 학생들은 입사 후 근무지 배치와 승진 가능성을 물었다.

학생들이 특히 궁금해한 것은 실제 근로조건이었다. 멘토링에 참여한 박혜진 스타벅스 서울웨이브아트센터점 점장은 “학생들이 급여와 복지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고 전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실전 면접 연습이 진행됐다. 실제 스타벅스 지역 매장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면접관으로 나서 학생들의 답변을 듣고 개선점을 짚어줬다. “어떤 계기로 바리스타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다른 카페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스타벅스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실제 채용 면접에서 사용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면접관들은 답변 내용뿐 아니라 말하는 속도와 태도까지 살폈다. 면접을 연애 프로그램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빗대며, 지나치게 긴장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라는 조언도 건넸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홍기 스타벅스 운영팀 다산·양평지역 매니저는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드러내는 데 아직 서툴 수 있다”며 “오늘은 그런 장점을 더 잘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학생들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모의면접에 참여한 오지혁(안산국제비즈니스고등학교 베이커리카페과 2학년) 학생은 “면접을 보면서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며 “지원 동기나 평소 즐겨 마시는 음료처럼 자주 나오는 질문을 꼼꼼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다른 면접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근로계약서·노동권 교육도

“쉽게 사직서를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를 배우는 특강에서는 이 같은 당부가 세 차례나 반복됐다. 강의를 맡은 조지원 노무사는 회사의 경영 사정이 어렵거나 근로자의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절차 없이 해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와 함께 취업 후 알아둬야 할 근로자의 권리를 짚었다.

박하늘(분당경영고등학교 회계금융과 3학년) 학생은 “근로계약서는 업종과 관계없이 작성하는 만큼 도움이 됐다”며 “학교에서도 근로자의 권리에 관해 배우지만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을 때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커피 클래스에서는 학생들의 솔직한 반응이 이어졌다. 세 종류의 분쇄 원두 향을 맡고 커피를 맛보던 학생들 사이에서 “써요”, “못 마시겠어요”라는 감상이 터져 나왔다. 커피에 관한 이론 설명과 핸드드립 시연을 거친 뒤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디감이 묵직하다”, “산미가 적당하다” 등 제법 전문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이번 박람회는 스타벅스의 커피·매장 운영 전문성과 JA코리아의 진로 교육 경험을 결합해 기획했다. 정효주 스타벅스 ESG팀 파트너는 “스타벅스가 잘 아는 커피와 바리스타 직무에 JA코리아의 진로 교육 경험을 접목했다”며 “준비 과정에서도 수시로 소통하며 프로그램의 방향과 내용을 함께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스타벅스 임직원 85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직무 멘토링과 모의면접 등을 지원했다.

한편, 이틀간 특성화고 학생 외에 청년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청년들은 직무 체험을 비롯해 금융권 취업 준비, 브랜드 공간 기획, 고객 조사와 비즈니스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직자 특강에 참여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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