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바닷속엔 뿌연 부유물 가득… 캔·폐타이어까지 ‘쓰레기 천지’였다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다이버 봉사단과 함께 수중 정화 활동

해양 쓰레기, 어촌 피해·안전문제 유발 ‘골치’
짧은 입수 시간에도 통발·그물 등 대거 건져
바다엔 숟가락부터 냉장고까지 종류도 다양

클린오션, 10년간 포항·광양 바다 청소 책임
전문가 “쓰레기 최소화하는 게 근본 해결책”

해양환경공단은 연평균 17만6800t가량의 해양 쓰레기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해양 쓰레기 수거에 쓴 돈만 769억원에 달한다. 해양 쓰레기는 모래사장이나 항구 근처 등 육지에서 발견되는 육상 쓰레기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수중 쓰레기로 나뉘는데,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어 수거가 어려운 수중 쓰레기는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해양 쓰레기 수거를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 과제로 보며 매년 예산을 늘려 왔지만, 해류를 따라 끝없이 밀려드는 쓰레기를 없애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수중 쓰레기를 치우는 다이버 봉사단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포스코 사내봉사단 ‘클린오션’은 지난 2009년부터 매주 포항·광양 등지에서 수중 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이버 봉사단 중 하나다. 지난 18일 기자가 이들과 함께 경상북도 포항 앞바다에 입수했다. 바닷속 상황을 살펴보고 쓰레기 수거 과정에도 참여했다.

지난 18일 기자가 함께한 포스코 클린오션의 수중 쓰레기 수거 현장. / 클린오션 제공
이날 포항 장길리 앞바다에서 건져낸 수중 쓰레기들. / 클린오션 제공

버린 쓰레기·잃어버린 물건 뒤섞여

이날 입수한 곳은 구룡포 장길리 앞바다. 낚시 명소로도 이름난 곳이다. 전날 밤부터 바람이 많이 불면서 파도가 거세지더니 당일 오전에는 출항 금지가 떨어졌다. 원래는 바깥 바다로 나가 입수할 계획이었지만 궂은 날씨 탓에 포기하고 비교적 파도가 잠잠한 데크 안쪽에서 입수하기로 했다.

“바닷속 상황이 안 좋으니 조심하세요. 입수!”

이날 참가한 다이버는 총 15명. 물속에서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수중조’ 2팀과 육지에 남아 쓰레기를 받아 올리고 정리하는 ‘육상조’ 1팀으로 나뉘어 작업했다. 기자는 수중조로 바다에 입수했다. 바닷속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닷속이 일어난 탓에 뿌연 부유물이 잔뜩 끼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쓰레기가 보일까 걱정했지만, 밑바닥까지 내려가자 곳곳에 가라앉은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빈 캔, 낚시 도구, 과자 봉지, 버려진 호흡기…. 일부러 버린 쓰레기와 실수로 잃어버린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다.

모랫바닥에 박힌 쓰레기들은 거센 조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대로 쓰레기들을 움켜쥐었다. 바닥을 기어다닌 지 15분쯤 지나자 함께 입수한 다이버가 ‘그만 올라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기는 위험하다는 판단이었다.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팀이 건져온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 보니 꽤 양이 많았다. 커다란 통발이 대여섯 개, 그물, 폐타이어도 있었다. 조영석(49) 회원은 “오늘은 물속이 잘 안 보여서 거의 못 건져냈다”면서 “시야가 좋은 날에는 서너 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김선식(56) 회원은 “폐타이어는 어선끼리 부딪히지 말라고 배에 달아 놓은 게 바다에 빠져 가라앉은 것”이라며 “대형 냉장고나 TV가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중 쓰레기 수거 활동을 끝낸 기자가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 클린오션 제공
날씨가 좋은 날엔 1시간 이상 다이빙을 하며 수중정화 활동을 한다. / 클린오션 제공

건져낸 해양 쓰레기, 다시 지상 쓰레기로…

육지로 건져 올린 쓰레기는 인근 주민들과 약속한 장소로 옮긴다. 수중조가 다이빙 장비를 정리하는 사이, 육상조가 능숙하게 쓰레기들을 모아 수거장으로 옮겼다. 정해진 곳에 옮겨놓으면 어촌계 주민들이 폐기물을 처리한다. “처음엔 주민들이 저희를 신고하기도 했어요. 수산물을 채취하는 줄 알고요. 10년간 꾸준히 활동하니 지금은 ‘그물 좀 빼 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하고, 저희가 건져 놓은 쓰레기를 주민들이 치워주는 식으로 협력해요.” 8년째 클린오션에서 활동 중인 박종빈(61) 회원의 설명이다.

해양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일으켜 수산물 어획량 감소시킨다. 안전 사고를 유발해 인명 피해를 낳기도 한다. 수중 활동을 하던 해녀나 다이버가 바닷속에 버려진 그물에 걸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클린오션의 활동으로 포항 앞바다는 국내 다른 지역보다 깨끗한 편이지만, 쓰레기가 계속 유입되는 게 문제다. 해수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해에서만 쓰레기 4만t 이상을 건져냈다.

이윤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건져낸 해양 쓰레기는 바닷물에 오래 잠겼던 탓에 대부분 재활용이 어려워 다시 지상 쓰레기가 된다”면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어민들이 만들어낸 폐기물이 해양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하수구나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는 어민들을 위한 폐기물 처리 시설을 확대하고, 가정에서는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