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시니어, 유튜브로 날개 달았다…’50플러스유튜버스쿨’을 가다

시니어(Senior)가 유튜브 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바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유튜브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943만명으로 1년 전(762만명)보다 24% 증가했다. 시니어 유튜브 이용자 943만명은 한 달 평균 922분을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의 전유물이었던 유튜브가 전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실버 서퍼’(silver surfer·인터넷 서핑을 잘하는 노인)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시니어들도 속속 나온다. ‘박막례 할머니(Korea Grandma)’ 채널을 운영하며 약 96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박막례(73)씨가 대표적이다.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불러 화제가 된 지병수(77)씨도 ‘할담비’라는 채널을 만들어 최근 구독자 약 1만명을 불러 모았다. ‘제2의 박막례’를 꿈꾸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면서 ‘5060’ 대상 유튜브 강좌만 전문으로 하는 채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LG유플러스가 힘을 합쳐 만든 ‘50플러스유튜버스쿨’(이하 유튜버스쿨)도 유튜브로 ‘인생 2막’을 열고 싶은 늦깎이 청춘들이 모인 곳이다. 유튜버를 꿈꾸는 시니어 10팀이 지난달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총 3개월. 채널 개설부터 아이템 선정, 영상 촬영, 편집, 홍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시니어들이 직접 한다.

유튜브에서 춘재TV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춘재(왼쪽)씨와 이영욱씨.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30여년 동안 동고동락한 친구 사이다. ⓒ춘재TV

‘아재’, 청년과 문화로 소통하다

지난 6월 28일 찾은 서울 마포구 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의 시니어 유튜버 교육 현장은 활기가 가득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얼굴에도 세월만큼 주름이 내려앉은 시니어들이 어린 아이처럼 웃었다.

“30년 지기 친구들이 뭉친 퇴직한 ‘아재’들이 신세대들과 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유튜브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는것이 목표예요.”

28년간의 직장생활을 4년 전 마치고서 지금은 유튜버로 살고 있는 이춘재(57)씨가 말했다. 이춘재씨는 ‘30년 지기’인 이영욱(58)씨와 함께 ‘아재스’라는 팀을 만들어 틈날 때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다. ‘춘재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도 6개월이 넘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유튜버스쿨을 찾았다. 이춘재씨는 “나이 든 사람들이 유튜브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지 않으냐”며 “알음알음 혼자 했었는데 여기서는 전문 프로듀서가 일대일로 멘토링을 해주니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재스’의 콘텐츠는 철저하게 ‘요즘 젊은 사람들’을 겨냥해 구성됐다. ▲아재들의 신조어 대결 ▲‘인싸템’ 경험기 ▲핫플레이스 방문기 등이다. 이영욱씨는 “나이가 든 사람들하고는 질리게 놀아봤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어른이 되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철없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젊은 사람들과 신바람 나게 놀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아재스의 목표는 조력자의 도움을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이다. 교육이 끝나는 9월부터 콘텐츠 제작의 모든 과정을 두 사람이 도맡아 할 계획이다. 현재 춘재TV는 이춘재씨의 딸인 은비(29)씨가 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기획과 편집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한 번 키워달라”는 아버지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시작한 일이지만, 은비씨는 “깨달은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은비씨는 “‘세대 간 단절’이 요즘 사회의 큰 문제 아닌가. 은퇴한 시니어들이 청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에 감동했다. 유튜브가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8일 50플러스유튜버스쿨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을 받고 있는 시니어들. 왼쪽부터 김금녀, 이춘재, 이은비, 이영욱, 김광택씨. ⓒ이주혜 청년기자

유튜브, ‘인생 기록’ 플랫폼으로도 인기

아재스가 청년들과의 소통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면, 60대 김금녀씨는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경우다. 지난 2017년 12월 31일부터 주말마다 남편과 캠핑카 여행을 한다는 김씨는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간직할 셈으로 동영상을 많이 찍었다”며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채널 이름은 ‘비비새’다. 시끄럽게 울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습성을 가진 비비새(붉은머리오목눈이)에서 따왔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 팔도를 돌며 찍은 영상을 올리고, 맛집 정보도 제공한다. 채널 주제는 여행이지만, 음악, 미술 등 콘텐츠에 담기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미술계, 음악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는 김씨는 유튜브에 지나온 세월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씨는 지난 6월 26일 구독자 100명 달성을 기념해 구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자꾸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영상당 조회 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동영상에 썸네일을 삽입하고, 재생시간, 업데이트 빈도 등도 신경 써야 채널이 활성화한다는 것을 유튜버스쿨에서 배운 뒤로 자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이곳에 온 뒤로 제가 바르고 즐거운 방향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렵지만 제대로 배워서 저만의 ‘60 플러스’를 꾸려나갈 생각입니다.”

“시니어의 연륜, 청년들과 공유하고 싶어”

김광택(59)씨는 ‘60대 필꼬의 운동·워킹·패션·일상 브이로그’라는 유튜브 채널을 지난달 개설했다. 운동 방법과 패션 지식을 공유할 계획이다. 현직 시니어 모델인 김씨는 한국 나이로 60세이지만, 선명한 빨래판 복근을 자랑한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저도 5년 전까지는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었죠. 건강도 나빠지고, 옷맵시도 살지 않았죠. 마음을 먹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9개월 만에 20㎏을 감량했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하면 되는구나.”

4년 전부터 패션모델과 워킹 강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버스쿨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60대를 ‘저무는 세대’ 취급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니어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애초 교육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서 채널에 동영상을 올릴 계획이었다. 완성도를 높인 후에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튜버스쿨 직원들의 권유로 지난달 25일 첫 영상을 올렸다. 5분 남짓한 짤막한 영상에 ‘60대 필꼬가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유’라는 제목을 붙였다.

“내년 1월쯤에 멋지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잘한 것 같아요. 조금 모자라도 매 맞으면서 가자는 생각입니다.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LG유플러스는 유튜버스쿨 참가자들이 추후 유명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스마트홈마케팅전략팀 관계자는 “구글 출신 강사들을 섭외해 교육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단순히 시니어들이 유튜브를 경험해보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유튜버스쿨 출신 스타 크리에이터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혜 청년기자(청세담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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