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모금가 ‘축제의 장’ IFC-Asia를 가다①] 기부자를 사로잡는 디지털 모금 전략은?

매년, 전 세계 모금가들을 사로잡는 ‘축제의 장’이 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국제펀드레이징 컨퍼런스(International Fundraising Congress·IFC)가 바로 그것. 모금가·비영리단체 네트워크 조직이자 지식공유 플랫폼인 영국 비영리단체 리소스 얼라이언스(Resource Alliance)에서 여는 행사로, 매년 전 세계 60여개국 모금가 1000여명이 모여 트렌드를 나누고 ‘모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오는 10월에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17 IFC’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범위가 보다 넓어졌다. 그간 IFC가 주로 유럽과 미주대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장이 마련된 것. 지난 6월, 태국 방콕에서는 ‘제 1회 IFC-Asia’가 열렸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린 행사에는 40여개 국 400여명의 모금가들의 한데 모였다. 이번 제 1회 IFC-Asia의 주제는 “펀드레이징을 넘어: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협력으로”. 한국에서는 아름다운재단, 국경없는의사회, 엠네스티, 해비타트 아시아 사무소 등에서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아름다운재단 전현경 기부문화연구소 전문위원이 ‘모금가의 축제’ 현장을 세 차례에 걸쳐 전한다. 1편은 ‘디지털 트렌드에 맞는 비영리단체 전략 짜기’다.  /편집자

IFC 워크샵이 주로 진행된 7층 행사장 입구. ⓒ전현경

◇‘스토리텔링, Z 세대, 브랜드의 중요성’… 비영리가 알아야 할 디지털 트렌드 세가지

“당신 조직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유명 비영리 블로거 베스 칸터(Beth Kanter)와 캄보디아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성공적인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 타룸 분(Tharum Bun)이 던진 화두와 함께 시작된 마스터클래스. 이번 IFC-Asia 마스터클래스의 키워드는 ‘디지털 트렌드’ 였다. 디지털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비영리 단체들이 활용할만한 새로운 방식은 무엇이 있으며, 참여한 기관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토론과 코칭이 이뤄진 자리였다. ☞베스 칸터 블로그 바로 가기

모두가 체감하는 트렌드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 ‘위아소셜(We are Social)’에서 올해 초 발표한 ‘디지털 2017’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53% 상당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치도 47%에 달한다. 전 세계 최소 3억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모바일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수치는 89%에 달한다. 두 연사는 “기술자, 사회복지사, 기자, 의료분야 종사자 등 다양한 이들이 한데 모여 기술을 활용해 메콩강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방법을 짜는 ‘메콩 ICT 네트워크(Mekong ICT Network)’ 사례”를 소개하며, “분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영리단체가 알아야 할 ‘글로벌 디지털 트렌드’는 무엇일까. 

#하나.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온라인 컨텐츠 역시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두 연사가 강조하는 건 ‘스토리텔링’. 특히, 하나의 스토리로 여러 미디어에 활용가능한 ‘트렌스미디어 (Transmedia)’ 스토리텔링이 훨씬 중요해졌다. 두 저자는 “스토리텔링을 할 때엔 콘텐츠가 독자와 관련이 있거나, 독자를 참여시키거나, 감성적이거나 유머가 있어야 한다”며 “’스토리’는 다수의 채널을 통해 공유 가능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둘. 인터넷,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1995년에서 2009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Z 세대’라 불린다.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고,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성장하는 이들은 SNS를 통해 시민참여도 활발히 하고,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 국경을 넘어선 소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이 반응하는 콘텐츠는 “유머러스하면서도 간결할 것, 시각적으로도 흥미로울 것”. 비영리단체가 이들의 언어를 활용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셋. 기관의 ‘저명도’에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브랜드와 네트워크’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

사람들은 자신의 온라인 네트워크에 속한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더는 단체 브랜드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비영리단체의 직원들 개개인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 네트워크를 통해 지지자를 확보하고 단체의 소식을 전파해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 미국의 ‘#점심 한끼 굶기’(Go #Lunchless)’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좋은 사례. 기근으로 밥을 제때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점심값을 기부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캠페인은 직원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조직에 맞는 디지털 전략짜고, 컨텐츠 배포하고 

트렌드는 알겠지만, ‘그래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조직의 디지털 활용도 및 강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SWOT)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야 할 단계다. “인력은 어느정도 인지, 투자는 이뤄지는지, 채널별 기관의 강약점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 디지털 전략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잡고, ▲우리 단체가 대상으로 하는 ‘청자’가 누구인지를 설정하며, ▲청자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에 맞는 컨텐츠를 기획하고, ▲컨텐츠를 유통할 채널을 설정한 뒤, ▲이를 실행할 계획을 짜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두 연사가 강조한 것은 “정확한 청중을 설정하고 이해하기”. 그에 따라 컨텐츠의 주제와 종류, 전달할 채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나’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미나는 사진이나 패션을 좋아하고,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미나’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를 넣다보면, 미나에게 맞는 캠페인은 어때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청중을 구체화하기 위해 두 연사가 소개한 것은 ‘페르소나 기법’. 우리가 타깃으로 설정한 청자와 관련한 기본 자료나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취합된 세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사는 지역, 나잇대, 직업 등의 기본 사항이나 관심사, 주요 동기, 영향 받는 요인, 주로 소통하는 채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적어본다면, 내가 목표로 하는 청자를 보다 구체적인 인물로 이해해 그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다는 거다.

디지털 전략 수립의 예시(마스터클래스 자료 중) @Beth Kanter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 두 연사는 “기관 내부 비하인드 스토리, 재미있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팁, 현재 뜨는 이야기와 관련된 우리 기관만의 콘텐츠, 사용자가 직접 만든 컨텐츠 등이 디지털에서 관심을 끈다”며 실질적인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획한 콘텐츠는 다시 채널 별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일정을 잡아 관리해야 하고, 직원 및 이사회, 기부자나 지지자, 나아가 외부 유명인사가 콘텐츠를 공유해줄 수 있도록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페이스북 메신저 봇 활용하기

디지털 전략을 소개하는 마스터클라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페이스북 메신저 봇’을 활용하는 팁. 아래는 쥬얼리 브랜드 로카이(Lokai)와 비영리단체 채러티워터가 미국의 아이디어 디자인 기업 AKQA와 함께 만든 ‘워크 위드 예시(Walk with Yesi)’라는 체험형 메신저 사례다.

“안녕, 난 예시라고 해. 내가 나와 같은 에티오피아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께. 내가 하루에 몇리터의 물을 지고 옮겨야한다고 생각해?”

예시(Yesi)라는 소녀와의 대화창에서 말을 걸면, 예시는 아이들이 두시간 이상 걸어 물을 길어와야 하는 현실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걷는 거리를 표시한 지도를 보내기도 하고, 질문을 던져 답을 클릭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는 페이스북 내 ‘메신저 봇’을 활용해 자동으로 답하도록 만든 방식. 영리 계정에선 널리 사용하는 방식으로, 고객으로부터 많이 오는 질문에 자동으로 답하거나 질문의 용건에 따라 적절한 부서의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페이스북 메시지 봇의 장점은 페이스북 이용자가 단체의 추가 정보를 보기 위해 웹사이트를 별도로 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또한 상호교류의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정보를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봇에 입력된 내용에 따라서는 기관 이슈 뿐 아니라 개인적인 소통을 한다고 느끼게 해 줄 수도 있다는 게 강점이다.”

미션 USA(Mission/USA) 역시 메신저 봇을 활용한 사례. 천주교 신자가 원하는 내용을 누르며 객관식으로 따라가면서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사진을 보내주며 기부로 이어지게 돕기도 한다.

페이스북 메시지 봇을 만드는 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베스는 “Octane AI라는 앱에서 누구나 페북 메시지 봇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하라는 기본 매뉴얼을 입력하고, 그 외의 질문은 따로 모아뒀다가 답을 추가하며 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판도가 달라지는 시대. 우리 단체에 맞는, 디지털 전략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추신: 아름다운재단에서도 페이스북 봇을 만들어봤다. 결과는? 한국어 답변은 가능한데, 질문을 인식 못했다. 한글로 챗봇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에 공유되어 있다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마스터클라스에서 진행한 모든 자료는 온라인 링크로 공유됐다. 링크에는 수많은 자료와 읽을거리,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성공사례들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담겼다. http://bethkanter.wikispaces.com/ifc-asia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름다운재단 IFC-Asia 참관기 블로그 바로가기

아름다운재단 입사 14년차. 한국 나눔문화의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을 뒷받침 하는 차가운 머리가 되려고 합니다. 나눔에 대한 철학과 지식, 정책과 제도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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