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장애인 가족의 첫 여행… 휠체어 타고 제주도 누비다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부부는 한결같았다. 3살배기 아들을 무릎에 앉힌 남편은 전동휠체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생소한 나무, 꽃이 보일 때마다 아내는 어눌한 발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그러곤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팔을 움직이려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힘겨운데도, 부부는 틈날 때마다 손을 포갰다. 두 사람을 태운 휠체어는 더디더라도 항상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향했다. 결혼 5년 만의 첫 여행, 제주도에서 맞이한 부부의 신혼여행이다. 남편 난송(34·뇌병변 1급)씨와 아내 김기애(43·지체장애 2급)씨 부부는 2010년 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말도 안 통하는 제 이야길 귀 기울여 들어주고, 존중해주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난송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후 한 달 무렵, 머리를 부딪혀 뇌성마비를 앓게 된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2009년에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김씨는 난송씨의 한글 선생님이자, 상담사가 돼줬다. 겪어온 사연이 비슷한 두 사람이었다. 김씨 역시 한 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 말하는 것과 걷는 것이 힘겨웠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살아온 그녀는 “남편과 함께하니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미소를 보인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2년간의 열애 끝에 아이도 생겼지만,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조차 못했다. 남편이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 결국 김씨가 정부에서 받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세 가족이 살아간다. 난송씨는 “국적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남편이라 항상 미안하다”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미래 TALK] 의리의 사회적경제, ‘뭉치면 힘이 되으~리’

‘동네빵네협동조합’에 지난 10월은 역사적인 달입니다. “대형 제과점 공격에 함께 맞서보자”며 서울 서대문구·은평구 지역의 동네 빵집 11곳이 작년 7월에 설립한 이곳은 1년 넘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신흥중 이사장은 “힘 합쳐 좋은 빵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경영도 마케팅도 어렵기만 하더라”고 했습니다. 창립 후 1년 3개월이 지난 10월 드디어 흑자가 났고, 직원들에겐 밀린 작업수당이 돌아갔습니다. 반전 스토리 뒤엔 연세대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가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로 외부 매출을 늘리고, 필요한 서류작업도 도맡았습니다. 신 이사장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열정적으로 채워줬다”고 했습니다. 흔히 사회적경제 조직을 ‘호혜(互惠)와 협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지역 재생을 위해 모인 청년협동조합 ‘성북신나’의 박동광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관련 교류회나 네트워크 모임은 많지만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리의 꿈 협동조합’ 사례는 아군(我軍)이 생겼을 때 얻을 기회를 잘 보여줍니다. 이 협동조합의 모태는 2005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바리의 꿈’입니다. 연해주 고려인들이 생산한 콩으로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고 수익을 생산자에게 돌려 그들의 자립을 돕는 기업입니다. 작년부터 원자재인 콩을 직접 들여온 바리의 꿈은 이를 한국에서 유통할 동지를 모았습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서울형)사회적기업 ‘이로운넷’, 친환경쇼핑몰 ㈜쿠키씨앤씨, ㈜우리밀급식(협동조합 전환예정) 등이 조합원으로 함께했습니다. 유기농 두유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이로운 아침 유기농 두유’는 모두의 힘이 모인 결과입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바리의 꿈은 콩을 들여오고, 이로운넷·쿠키씨앤씨는 온라인, 해피브릿지는 프랜차이즈

빛 잃어가던 아이들,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하트하트재단의 실명예방사업 개도국 아동 실명 80%는 예방·치료 가능 최빈국 ‘부룬디’에 아동 眼보건센터 설립 캄보디아·탄자니아 등 10만명 치료 “간단한 안과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는 아이들이 하릴없이 방치되며 빛을 잃어갔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인근 르완다로 가서 수술을 하라’는 말뿐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외국에 나가 수술받을 수 있는 형편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죠.” 임마누엘 은다이푸카미에(Emmanuel Ndayipfukamiye) 국장의 말이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시청각 장애인의 치료와 재활 사업을 진행하는 ‘임마누엘 교회공동체(CEEM·Communaute de Eglises Emmanuel du Burundi)’에서 일하는 그는 “지역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손으로 돕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끊임없는 내전과 갈등을 겪어오며 세계 4대 최빈국의 오명을 안게 된 부룬디의 현실이다. 부룬디 ‘까멍게 국립대학병원(CHUK)’의 소아안과 전문의 레비 켄데케(Levi Kandeke)씨는 “개발도상국 아동 실명의 80% 이상이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안질환에서 비롯되는데, 적절한 장비와 인력,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으로 부룬디 밝히다 전 세계 2억8500만명의 인구가 시력이 손상된 상태로 살아간다. 이 중 90%가 개발도상국에 사는데, 15세 미만도 1900만명이나 된다. 만약 실명까지 이르게 되면 절반이 2년 이내에 사망한다. 10명 중 8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아이들이다(세계보건기구·2010). 인접한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르완다 등에 비해 산업 수준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나 해외 원조를 받기도 어려운 부룬디의 안(眼)보건 체계는 그야말로 전무한 수준이었다. 눈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매년 4500명씩 발생했지만, 어떤 치료나 서비스도

가장 좋은 범죄 예방법? 이웃과 손잡고 동네 한 바퀴

‘셉테드’ 대안은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 민간단체의 주도로 주택가, 학교, 교통수단, 상가 등으로 셉테드를 확장해나갔다. 영국은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을 만들면서 지방정부가 도시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셉테드를 의무 도입하도록 했다. 국제셉테드연맹(ICF·International CPTED Federation)에 따르면 셉테드의 본질은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민관 협업이 핵심이다.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셉테드 싹이 움트고 있다.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한국여성재단은 청소년, 학부모와 동네 안전을 점검하는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전국 7곳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합하면서 100여명의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3일 오후 6시 경기도 구리 지역 캠페인 현장에선 8명의 중·고등학생과 4명의 학부모가 한 손에는 펜, 다른 손에는 동네 안전 체크리스트를 들고 1시간 동안 구리 인창동주민센터 일대를 모니터링했다. 후미진 인창공원 현충탑 쪽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삥 뜯으려고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아무도 몰라요!” 최성우(13·인창중 1년)군이었다. 정욱진(13·동부중 1년)군은 “도둑이 가스 배관을 타면 유리창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집들이 있고, 이 일대에는 CCTV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했고 꼼꼼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학부모 길혜진(45)씨도 “사생활을 강조하다 보니 ‘이웃’이라는 말이 사라져 가는데 이웃과 동네를 함께 돌며 안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면서 “우리 동네뿐만이 아니라 구리시 전체가 안전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금희 한국여성재단 기획홍보팀장은 “지역당 50만원 정도 예산이면 3주 동안 사람들을 교육하고 직접 안전 점검도 할 수

방범용 LED는 고장나고 반사거울 위엔 광고 덕지덕지…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범죄예방디자인 ‘셉테드’ 현장, 직접 가보니 서울시, 2015년까지 120억 들여 우범지역에 적용 유지·보수 관련 예산과 전담팀 없어 관리 부실 주민 “범죄 예방 효과 미미… 밤길은 무섭다” 전국이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하 셉테드) 열풍이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120억8200만원을 들여 우범지역·공원·학교 등 서울 곳곳에 셉테드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부산시는 부산지방경찰청 주도하에 16곳 지역을 ‘셉테드 행복마을’로 조성했고, 현재 경기·대구·울산·광주 등에서도 지역별로 셉테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서울·부산 주요 셉테드 지역 6곳을 찾아가봤다. “혼자 가시게요? 위험해요. 다음에 낮에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서울시가 마포구 염리동에 셉테드를 적용한 지 2년, 지난달 30일 저녁 6시쯤 소금길 골목 앞에서 만난 동네 주민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소금길 범죄가 많이 줄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니깐 줄어든 듯해도 여전히 불안한 길이다”고 답했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서울시는 2012년 방범용 발광다이오드(LED)로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가 표시된 샛노란 전봇대와 안전벨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소금길엔 환한 불빛은 없었다. 소금길 B코스(0.6㎞) 초입을 밝혀야 할 69번 가로등마저 고장나 있었다. 골목에는 할머니의 수레 끄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아기자기한 벽화는 흐릿한 조명 탓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0여분가량 64번 가로등이 위치한 소금길 쉼터까지 걸어가서야 지킴이집 노란색 대문 위 밝은 조명이 시야를 밝혔다. 한 살 아래 동생과 집으로 향하던 이진수(가명·8)군은 “밤 9시에 학원에서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나눔의 시너지 내려면 ‘룰’부터 정해야죠

“싸움과 권투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룰(Rule)이 있느냐 없느냐죠. 저는 상담할 때 딱 두 가지 룰만 줍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끊지 않을 것, 상대방이 한 말을 재확인할 것.”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 자녀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죠. 반면, 부모가 자녀를 간섭하면, 자녀는 한계를 정해 수동적이 됩니다.” 지난 19일 더나은미래가 이지웰가족복지재단과 함께 세 번째 부모교육포럼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10년 동안 가족 상담을 해온 남동우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소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룰과 존중. ‘왜 우리나라는 협력과 공유가 잘 안 될까’라는 제 오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좋은 모델을 분석해보면, 한 단체나 개인이 해낸 게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결과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주는 기업이나 정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습고 창피한 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협동조합 붐이 일면서 지자체·정부기관·민간단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한 기관에서는 ‘한국 해외연수단 더 이상 안 받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너희 나라는 왜 정보 공유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더나은미래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 3년을 분석하는 좌담회를 열었을 때도, 한결같은 목소리는 “기업·정부·비영리단체 간 파트너십을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였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룰(Rule)을 정하는 것’입니다. 파트너끼리 우선 목표와 성과에 대한 합의를 한 후, 서로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지 명확히 룰을 정해야 합니다. 기부금액이

산골 학교에 들어선 로봇축구장… 조용하던 교실이 왁자지껄

LG사이언스홀 찾아가는 과학교실 로봇축구장·3D용 스크린 등 설치해 폐교 위기 학교에 과학 교육 제공 “최종 스코어 0:0.”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지난 7일, 강원도 한계령 산기슭에 있는 오색초등학교에서 이색 축구 경기가 열렸다. 그라운드는 교실, 축구 선수는 로봇 청소기 4대. 아이들은 2명씩 팀을 이뤄, 전·후반 2분씩 리모컨으로 로봇 청소기를 조종하는 경기다. “으어, 도대체 왜 안 가는 거야!” 익숙하지 않은 조종 탓인지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일반 축구장을 30배가량 축소(가로 2.2m, 세로 3.2m)시킨 작은 경기장이 아이들의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한 골도 못 넣었다며 “한 게임 더!”를 외치던 정다운(10·오색초4)군도 연이은 경기에 드디어 골든골을 터트렸다. “완전 신나요!” 정군의 입술이 신나서 씰룩거렸다. 강원도 양양에서 펼쳐진 ‘LG사이언스홀’의 ‘찾아가는 과학교실’ 현장이다. LG가 운영하는 청소년 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의 찾아가는 과학 교실은 지난 2007년, 지역에 상관없이 청소년들이 과학 체험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청소년들은 쉽게 과학 교육·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 강원도나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의 청소년들은 접점조차 부족하기 때문. 이에 LG사이언스홀은 소외 지역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 최끝단 학교 찾아가기’를 주제로 울릉도, 백령도, 가파도, 강원도 고성을 방문했다. 올해의 테마는 ‘폐교 위기 학교 찾아가기’. 서울 여의도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약 200㎞의 거리를 로봇 축구장, 3D용 스크린, 강아지 로봇 등 LG사이언스홀에 설치된 아이템 30개 중 6개를 12인승 승합차 3대에 싣고 달렸다. LG사이언스홀 직원 40명 중

에너지 절약 위해 뭉친 기업들… “임직원 참여 문화 만들겠다”

더나은미래-서울시에너지협력반 주최 ‘에너지를 나누는 이로운 기업’ 출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이 공동 주최하는 ‘에너지를 나누는 이로운 기업’ 캠페인 1기 기업단이 지난 3일 출범했다. LG전자, 세븐일레븐, 더블에이코리아, IBK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이번 캠페인을 위해 에너지 분야의 소셜 벤처기업 ‘루트에너지'(전기), ‘워터팜'(물) 등이 각 기업의 진단과 현황 조사, 계획 수립 등을 진행했으며, 절약 실행 단계를 거쳐 12월 중순 성과 발표 콘퍼런스도 열릴 예정이다. 또한 기업 캠페인을 통해 절약한 에너지 적립금은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중 에너지 빈곤 가구가 가장 많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산골마을’에 3kW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국내에선 지난 1981년 공익광고를 통해 에너지 절약에 대한 캠페인이 처음 시작됐지만,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평가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기업의 에너지 절약 활동이 노후 장비를 교체하거나, LED 조명을 설치하는 등 설비 위주로 흘러오면서,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문화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한 대기업에서 실시한 에너지 절약 인식 조사에서 “언제 절전의 필요성을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높은 응답(40%)을 보인 답변이 “블랙아웃 위험성이 있을 때”로 나타났다는 것은 기업 임직원들이 가진 절약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유럽연합 환경청(EEA)은 “행동 변화만으로도 최대 20%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국내에서 전력 소비량 20%를 줄이면 원전 8기(약 820만㎿)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한국전력, 2013). 지난해 서울시 전체가 쓰는 전력량의 절반 이상(54%)을 기업에서 소비했으며, 국내 1인당 상업용

군인 되고 싶던 꿈 오늘 이뤘습니다

하이원리조트 중증장애인 병영캠프 황인학(21)씨는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군인처럼 경례를 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입대가 소원이던 황씨는 지난 29일부터 1박 2일 동안 육군 11사단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병영 체험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하이원리조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MBC 나눔이 진행하는 ‘2014 중증장애인 가족을 위한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중증장애인 가족 43가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 총 300여 명이 모였다. “약진 앞으로!” 각개전투훈련 교관이 외치자, 병영캠프 체험자들이 언덕 위를 달렸다. 훈련 참가자들은 돌무덤·흙무덤·쇠창살등 장애물들을 넘고, 뛰고, 기었다. 중증장애인 훈련생들이 장애물을 넘을 동안 장병들은 이들의 훈련을 도왔다. 시각장애인 훈련생에게는 특별히 두 명의 장병이 함께했다. 시각장애인 정민석(13)군은 “흙바닥에 배를 깔고 쇠창살을 통과하는 장애물 코스가 특히 힘들었지만, 훈련을 끝내니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 자원봉사자들은 전투식량을 나눠 먹었다. 이튿날엔 참가자 모두 연병장을 달려 전차에 탑승해본 후, 퇴소식을 치렀다. 1박 2일간 병영캠프에 참가한 중증장애인들은 명예 전역증을 받았다. 도우미 병사로 참가한 이찬우(22) 상병은 “군 생활을 체험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들을 보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홍천

불 붙은 경영학계 CSR·CSV 논쟁 기업으로 번지나

월드 TALK 최근 미국 경영학계에선 CSR(기업의 사회적책임)과 CSV (공유가치창출)를 둘러싼 격돌이 한창이다. CSR의 대부로 불리는 앤드루 크레인(Andrew Crane) 요크대 경영학과 교수와 CSV 개념을 만든 마이클 포터(Michael E. Poter) 하버드대 교수 간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 앤드루 크레인과 더크 마틴(Dirk Matten) 요크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국의 CSR 대표 학자들과 함께, CSV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비평문을 발표했고, 이에 대응해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래머는 반박문을 발표하는 등 최근 발간된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약칭 CMR)’ 겨울호에는 이들의 논쟁이 실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크레인 교수는 “마이클 포터 등이 CSR을 단지 자선 활동의 일환일 뿐이란 인상을 주고, 수십년간의 CSR과 비즈니스 관련 사례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CSV의 오해와 단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CSV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의 긴장을 무시하고 있고 ▲실제 적용이 어려운 나이브(naive)한 개념이며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얕은 이해로부터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CSV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와 단점들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뿐만 아니라 경영학 교육 및 연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CSV를 열심히 외치는 미국 정유업체 셰브론(Chevron)은 지난해 에콰도르에 끼친 공해 문제로 법정 싸움 중인데, 포터와 크래머는 기업들이 고심하는 법적·윤리적 의무와 경제적 가치 사이의 충돌을 외면하고, 알아서 해결하고 오라고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진심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여러 기업 CEO및 임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터와 크래머는 “CSV는 기업들의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면서

지역 상권 살리고, 예술로 동네 분위기 바꾸고… 숙소가 진화한다

숙박공간의 색다른 실험 주차장에서 식품마켓 여는 ‘로컬 스티치’ 칙칙한 골목길 벽화 그린 ‘미나리하우스’ 작업실 입주비 대신 지역 위해 프로젝트 홍대 근처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호텔 ‘로컬 스티치(Local Stitch)’는 동네 호텔로 불린다. 유휴 여관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오픈한 곳인데, 일반 호텔과는 좀 다르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과 박음질을 뜻하는 ‘스티치’를 합쳐 만든 이름처럼, 지역 상권과 고객을 이어준다. 자활 기업 ‘꽃피우다’와 (예비) 사회적기업 ‘에덴 그리닝(EDEN GREENING)’이 호텔의 텃밭 등을 꾸미고, 호텔 투숙객에겐 지역의 세탁소, 미용실, 식당 등을 연계해주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달달마켓’이다. 박지빈 로컬 스티치 경영관리팀장은 “호텔 주차장이 비어 있을 때가 많은데, 지역사회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여기에 식품 마켓을 꾸며 점심시간 직장인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병아리콩’ 요리를 판매했던 곽성민(31·아날로그 가든)씨는 “아일랜드 여행을 하면서 ‘병아리콩’ 요리를 처음 접하고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을 세웠는데 수요 파악을 할 방도가 없었다”면서 “달달마켓에서 고객들을 만나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곽씨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일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노디씨 노마진’ ‘베러댄 초콜렛’ ‘희용이네’ 등 지역의 (예비) 청년 창업팀들이 달달마켓에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김수민 로컬 스티치 대표는 “호텔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지역의 작은 가게들을 활용함으로써 잃었던 공동체를 되살리고 싶었다”며 “실제로 주변 식당들로부터 ‘호텔에서 손님을 많이 보내줘 매상이 늘었다’는 말도 제법 듣는다”고 했다. ◇색다른 공간실험… 로컬 스티치·미나리하우스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 셰어하우스(sharehouse·공유주택)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어디에 기부할지 정할땐 ‘대중매체’ 영향 크고, 연평균 32만1000원 기부

‘기빙코리아 2014’ 연구결과 발표 지난달 20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최한 제14회 기부문화 심포지엄 ‘기빙코리아 2014’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자선단체에 순수 기부한 금액은 늘었지만 참여율은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자선단체 연평균 기부 금액은 32만1000원, 기부 참여율은 48.5%로 드러났다. 2011년 한국인의 연평균 기부 금액이 21만9000원, 참여율은 57.5%였던 것과 비교하면 순수 기부액은 10만9000원 가량 늘었지만, 참여율은 9% 정도 떨어진 셈이다. 한편 자선단체 기부율은 떨어졌으나, 종교적 기부나 경조사비 같은 상호부조적 기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1년 대비 소득 2·4·8분위의 규모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보아중산층 이하 나눔 참여도와 기부 액수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결과 ‘어디에 기부할지’를 정하는 데에 ‘대중매체’와 ‘지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으며, 개인이 기부를 결심하는데 ‘동정심’이 가장 큰 내적 동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평균 3만원 정도 기부하는 상황에서 연말정산 세제 혜택은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었다. 자료를 분석한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경제 여파로 인해 전반적인 나눔 참여의 저변은 악화했지만, 정기성이나 금액, 시간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참여하는 이들의 강도는 좋아졌다”며 “어려운 시기엔 비영리단체들이 새 시장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에게 열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