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판’ 깔고 직원은 ‘모험’… 새로운 일하기 방식에 눈길

합병한 ‘슬로워크’ 임의균·권오현 공동대표 인터뷰 디자인과 IT로 비영리·사회혁신 조직을 돕던 두 곳, 슬로워크와 UFO팩토리가 하나가 됐다. 합병 이름은 ‘슬로워크’. 2005년 문을 연 슬로워크는 10여 년간 월드비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아름다운가게 등 내로라하는 비영리 단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 작업을 함께 해왔다. UFO팩토리는 2013년부터 그린피스, 유네스코, 열정대학, 동그라미재단 등의 웹페이지를 개발하고 IT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두 법인의 합병 소식은 ‘소셜섹터’에서 화제가 됐다. ‘새로운 일하기 방식’이 화제인 지금, 두 곳이 함께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임의균·권오현 공동대표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500명의 체인지메이커가 모인 공간, 헤이그라운드가 궁금하다면? ㅡ합병 소식에 관심이 높다. 두 조직을 합친 배경이 궁금하다. 임의균(이하 임)=시스(권오현 대표의 닉네임)님과는 원래 알던 사이다.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조직이 해온 일도, 지향점도, 대표로서 고민도 비슷하더라. 합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에이전시’ 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찾는 실험이 필요하단 생각도 있었다. 제가 먼저 ‘합치면 어떻겠냐’고 운을 띄웠다(웃음). 권오현(이하 권)= UFO팩토리 3년을 해오면서 사회 혁신 영역에서 IT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봤다. 그런데 혁신이든 임팩트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 줘야겠단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수익 구조나 규모에서 변화가 필요했는데, 합병으로 그 시기를 당길 수 있겠더라. 소셜 분야에 규모가 큰 조직이 많지 않은데, 규모에서 오는 임팩트와 상징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4월, 슬로워크는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1년간 ‘온도를 맞추는’ 시기를 보낸 뒤였다. 슬로워크 이름은 가져가되,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혁신 대학”,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미네르바 스쿨, 아시아 총괄디렉터 켄 로스 인터뷰 “커다란 교실에서 200명씩 듣는 강의, 비싼 등록금, 일방통행식 강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론…. 세상은 변했는데 대학 모델만이 수백 년째 그대로다. 이 방식이 고장났다는 건 대학을 다닌 누구나 안다.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은 망가진 교육 시스템에 새로운 해답을 던지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켄 로스<사진> 아시아 미네르바스쿨 총괄디렉터의 말이다. 미네르바스쿨은, 2012년 기존 대학 모델을 바꾸겠다며 만들어진 혁신 대학. ‘미래의 학교모델’,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스타트업 대학’으로 불리는 이 대학의 올해 초 입학 경쟁률은 무려 100대 1. 전 세계에서 쏟아진 2만1000명의 지원서 중 220명이 뽑혔다. 지난해 1만6000명의 학생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지원자도 5000명이 늘었다. 켄 로스 디렉터는 “우리는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만 선별적으로 뽑는다”고 강조했다. “우수한 학생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통해 임팩트를 만들어 하버드·예일 등을 포함한 교육업계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는 것. 전 세계 날고 기는 ‘뛰어난’ 학생들만 뽑는다는 이곳엔 정해진 캠퍼스는 없다. 단, 입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3~6개월마다 머무는 국가를 바꾼다. 전 세계가, 이 대학의 캠퍼스이자 기숙사가 되는 셈이다. 미네르바스쿨에서 모든 수업은 온라인 자체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 모든 수업은 15명 내외의 소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하나의 국가나 고정된 캠퍼스에 머물지 않아도 동일한 양질의 수업을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친 학생들이, 다음 학기는 한국의 서울에서 보내게 됐다.   “모든 수업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자체 개발한 온라인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이라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점자 메뉴판 도입을… 여고생 4인방의 빛나는 도전

인화여고 학생들, 점자 메뉴판 프랜차이즈 카페 도입안 청원     고3의 여름. 대입 준비로 하루 꼬박 책과 씨름하는 이 때, 책 대신 피켓을 들고 거리를 나선 고3 수험생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도 선택권이 있습니다.” “점자 메뉴판은 필요합니다!” 지난 5월 16일과 17일, 이들은 동인천역과 부평역, 인천 인화여고 인근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점자 메뉴판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단 이틀만에 59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달 4일부터 2주 동안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여, 1000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얼마 뒤 국회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다음달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과 함께 점자메뉴판 도입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것. 지난 3월 시작해 장장 4개월에 걸친 프로젝트의 대단원이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인화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채현아, 신승은, 이예진, 신현서 양. 어른도 해내기 힘든 일을 19살 여고생들이 해냈다. 이들을 지난 11일 서울 무교동 카페에서 만났다.    ◇떡볶이 먹다가 떠오른 궁금증에서 시작…“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주문을?”   지난 3월 말, 인화여고 4인방은 수업을 마친 뒤 학교 앞 분식집에 모였다. 사회문화 수업 수행평가 과제인 ‘사회에 필요한 정책 찾아 제안하기’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같은 조인 네 학생들은 어떤 정책을 제안할지 이리저리 고민했다. 하지만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자 “일단 먹고 시작하자”며 메뉴판을 보았다. 그 순간 채현아(19)양의 머리에서 한 질문이 떠올랐다. ‘시각장애인들은 메뉴판을 못 보는데 어떻게 주문하지?’. 채양의 궁금증은 공감으로 이어졌고 이내 분식집은 활발한 토론장이 되었다. 인화여고 4인방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시니어, 공익을 만나다]①“구호 활동가로 제2의 인생 맞이했어요”

‘시니어, 공익을 만나다’ 시리즈 첫 번째 편, 공익 활동가로 변신한 시니어들 유통 전문가에서 구호 활동가로 제2의 인생 맞은 김승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인터뷰     다국적 물류 회사에서 은퇴한 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가로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남수단, 우간다 등 해외 이곳저곳을 누비는 김승수(61)씨.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지난달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됐는데, 곧 에티오피아 사무소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그였지만, 열정만큼은 20대 청년 못지않았다.   ◇은퇴 후 신세계와 조우… 청년시절 꿈 되찾아줘   “다국적 유통회사인 TNT에서 영업, 마케팅 전문가로 20여년간 일했습니다. 규모도 크고 글로벌 기업이라 연봉도 높고 복지도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은근한 퇴직 압박은 물론 쳇바퀴처럼 도는 내 인생이 지루해서 2011년 퇴사했죠.”  정년 퇴직을 몇 년이나 남기고 내린 결정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은 은퇴를 만류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고, 문득 모험을 즐겼던 그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단다.  “동창들은 저 보고 성공했다고 해요. 좋은 직장에 화목한 가정… 그런데 스스로 만족이 안됐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경험하는 일을 즐겨 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을 하면서 꿈을 한 켠으로 밀어두고 현실과 타협해야 했죠. 이제는 자식도 어느 정도 다 컸고, 큰 돈 들어갈 일이 많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바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이요.” 퇴직 후

“‘마음’으로 세상 담겠습니다”…청세담 7기 6개월 대장정 마무리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 7기 수료식 “저에게 청세담은 책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해준 곳입니다. 청세담에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워 돌아갑니다. 언제 어디서나 청세담이 가르쳐준 마음으로 세상을 담는 법을 기억하겠습니다.” (한승아·청세담 7기 최우수 수료) 지난 7일,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10층 대회의실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7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2014년부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국내 최초로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소셜에디터(공익 전문 저널리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 언론사를 포함한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공익 DNA’를 퍼뜨리는 역할을 해왔다. 4.36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6명 7기생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다양한 공익 현장을 취재해왔다. ‘대한민국 환경미화원의 24시 밀착취재’, ‘서울시 지하철 장애인 화장실 실태 점검’, ‘뮤지션들의 공정한 음원수익을 위해 활동하는 바름음원협동조합’ 등 청년기자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템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료생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한 현대해상 CCO 신대순 상무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단기적인 결과에 조급하지 않고 목표를 설정해 희망과 열정, 꿈을 가지고 부단히 연습하는 그릿(GRIT)”이라면서 “여러분도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 부단히 노력해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청세담 과정을 통해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계속됐다. 실제 수료생들은 조선일보, KBS, JTBC, 연합뉴스, 뉴시스 등 언론사를 비롯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네이버 해피빈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편집장)은 “청세담 선배들이 ‘청세담 덕분에 취업했다’, ‘청세담이

‘풀’만 먹인 소, 보셨나요?…‘풀로만 목장’ 조영현 대표

사람은 사람답게, 소는 소답게 동물복지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   소는 본래 풀을 먹는 동물이다. 1970년대 산업화로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소는 더 이상 풀을 먹으며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예전 우리나라에선 소에게 줄 수 있는 사료가 없었다. 볏짚이 전부였다. 그래서 곡물과 배합사료를 수입해 먹이기 시작했다. 소를 빨리 키우고 쉽게 마블링을 하기 위해서였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소고기는 모두 배합사료로 키운 한우다. 풀 먹인 한우, 그 고유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는 전남 장흥. 이곳의 99%는 배합사료를 먹이는 공장식 소 사육을 한다. 그러나 ‘풀로만 목장’, 이곳은 예외다. 풀만 먹은 한우의 맛은 어떨지, 대체 뭐가 다른 것일지 풀로만 목장 조영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영현 대표 부부는 2011년 귀농, 올해로 7년째 ‘풀로만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 장흥까지 내려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서울에서 사료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 파는 무역업을 했다고 한다.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축협, 사료공장, 소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접대를 받을 때면 그 날의 가장 좋은 소고기를 먹었다. 미국을 30회, 중국을 80회 넘게 다니면서 하루 한 끼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몇십 년 동안 좋다는 고기는 다 먹어봤지만 느낌이 없었다. 해외의 목축업을 보면서 보고 배운 것으로 ‘풀을 먹인 이런 소고기를 생산해주시오’라고 축산 농가들에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하기로 했다.”  “얘들아 밥 먹자.” 조영현 대표의 한 마디에 푸른 초원에 있던

공간을 공유하라,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비어있는 공간을 공유할 순 없을까.’ 차량 공유와 빈방 공유에 이어, 공간 공유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미션을 갖고 플랫폼을 만든 여성이 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33) 대표가 주인공이다. 연습실, 회의실, 스터디룸, 카페, 비즈니스 센터 등 다양한 공간을 고객에게 유통중인 이 스타트업에, 지난해 네이버는 17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의 콘텐츠 검색이 연결된 후, 공간제공자(이하 호스트)는 1년 만에 1000개팀에서 3600개팀으로 늘었다. 초기 스타트업, 1인 기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 등 4차 산업혁명 이후 곳곳에서 ‘일자리의 혁명’이 벌어지는 지금, 어쩌면 이 공간 공유는 그 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일 지도 모른다. 지난 2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정수현 대표를 만났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창업 및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청년 및 소규모팀에게 작업 공간은 늘 부족하다. 공간 자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정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일의 트렌드로 인해,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이 늘었다. 이전에 북창동의 ‘스페이스노아’, 서울시와 ‘무중력지대’ 공간사업을 기획 및 운영했다. 3년 정도 넘게 공유공간을 직접 운영하니 2000명이 넘는 청년 회원들이 스터디, 파티, 모임,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간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흩어져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예약도 받을 수 있는 컨셉으로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론칭했다.”  그녀는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가진 공유 공간 13개를 소개하고 이를 연결시켜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메일로 주문을 받아 공간 운영자에게 넘긴 것이다. 6개월 만에 200개 공간이 동록됐고,

“우리나라에 비영리단체가 얼마나 있나요?” “NGO가 뭐예요?”…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사단법인 ‘시민’ 청소년 위한 NGO 가이드북 인기  집필진 위정희 시민 이사 인터뷰   “우리나라에 비영리 단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단법인 ‘시민’ 이사이자 나눔국민운동본부 나눔교육센터장인 위정희(50) 이사가 청소년 나눔 교육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위정희 이사는 “그동안 전국 곳곳 수십 차례 나눔 교육을 하러 다녔지만 1만개(2016년 기준)의 국내 NGO 중 5개 이상 말하는 청소년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것도 국제기구나 비영리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 한해서다. NGO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위 이사는 “비영리가 사회 어젠다(agenda) 세팅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과중한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비영리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주입식 교육은 학업 부담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사단법인 ‘시민’이 ‘청소년을 위한 NGO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을 낸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이 읽고 싶고, 탐구하고 싶은 쉽고 재미있는 교육서를 만들겠다는 것. “읽는 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됩니다. 비영리가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삶의 지혜로 받아들여져야죠.”(위정희 이사)  위정희 이사를 비롯한 김난희 스위치온 대표, 조철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천희 자원봉사이음 사무처장이 공동 필진으로 참여했다. 집필진은 2015년 겨울 기획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1000부를 출판했다. 우선 비영리 단체 중심으로 책을 배포하고 이후 개별 신청을 받아 개인에게 보냈다. 최근에는 펀딩을 통해 일반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출판량을 늘릴 계획이다. 나눔교육 전도사이기도 한 위정희 이사를 최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만나, 한국의 비영리 교육 현주소를 짚어봤다.   ◇청소년에게

대한민국 환경미화원의 24시

올해로 7년째 도로변 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A(42)씨는 두 명의 아들을 둔 가장이다. 건설 현장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하던 그는 건설사의 부도와 함께, 지난 2010년 개인사업을 접었다. 이후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적지만 일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이 되고 초반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그는 “월급이 200만원도 안되니까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었지”라며 “아들 초등학교 다닐 땐 아들하고 마주칠까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에서 근무하기도 했고”라고 회상했다. A씨와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의 월요일이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5시. 미세먼지가 기승이던 봄날, 도로 위 미세먼지 위험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나선 터였다. 그는 왕복 6차선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A씨 주변에 서성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답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미세먼지와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한 대화는 열악한 근로여건, 수당에 관한 이야기로 끝이 났다. 이후 A씨와는 여러 번 만났다. 환경미화원 휴게실, 편의점, 식당 등에서 만났는데 매번 여건 개선의 희망을 품고 열악한 여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A씨는 ‘노동’이라는 이슈로 모인 활동가들의 모임에도 매주 참석한다 했다. 기자는 A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이 때도 A씨는 참석자들과 노동 여건 개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A씨는 주당 40시간 일하고 매달 일정한 기본급과 식비를 받는다. 이 40시간 안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주말 근로에

창작자 제 몫 찾기 운동…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 이후 3년 되돌아보니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 인터뷰   미국 허핑턴 포스트는 ‘강남스타일’이 열풍이던 2012년 한해, 가수 싸이가 음원 부문에서 246만달러(26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음원 판매 수익은 고작 6만달러(6500만원) 정도로 추정됐다. ‘똑같은 음악인데, 왜 미국에선 한국보다 40배가량 더 많이 받는 걸까.’ 한국의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뮤지션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4년 출범했다. 당시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를 중심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고(故)신해철, 중식이밴드, 리아, 킹스턴루디스카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바음협 출범 3년, 한국의 뮤지션들의 제 몫 찾기는 과연 이뤄졌을까. 바음협 신대철(50)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저작권법, 뮤지션 배제 시키는 ‘악법’   신대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플랫폼 창동’에서 진행됐다. 신 이사장은 현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불공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음원수익 분배구조의 불공정함은 상당 부분 저작권법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음원수익 분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작권법이 잘못됐다. 정확히는 저작권법 105조 5항과 8항이다. 음원 가격을 정하는 데 문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이상한 조항이다. 뮤지션과 제작사가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드는 것인데 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음원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 있나. “현재 다운로드의 경우 곡 당 600원. 스트리밍은 한 곡당 종량제의 경우 14원으로 책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젊은 독립 예술가들의 숨은 산실, ‘복합문화공간 에무’

복합문화공간 에무 김선두 상임이사 인터뷰   “바보스럽게, 열정을 광기처럼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이 ‘바보철학’이 우리 에무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가 뭘 하는 공간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사뭇 진지한 한 마디. 김선두 상임이사(59.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의 대답이었다. 지난 6월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를 찾았다. 광화문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뒤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목재와 철재, 석재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고, 건물 외벽에는 상영중인 영화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천막이 걸려있었다. 지중해 요리로 유명한 1층 카페테리아 맨 안쪽 자리는 개방형 창틀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바깥과 연결돼 있었다. 원래 ‘에무’는 ‘사계절’ 출판사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출판사가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한 자리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갤러리, 공연장, 영화관, 교육공간, 식당까지 잇따라 들어섰다. 2012년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됐다, 2013년 서울시 인증 전문예술단체를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뜻으로 오해할법한 이 공간의 이름은 유명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에무는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를 줄인 말입니다. 그의 정신은 바보철학을 통해 문화예술을 대중과 소통하게끔 하는 것이었죠.”   ◇독립예술가를 위한 ‘복합’ 문화공간   에무는 현대예술가들에게 일종의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역할을 한다. 젊은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인디밴드들을 위한 공연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2층에는 영화관까지 있어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자주 상영되곤 한다. 영화관 위치로는 외진 편이지만, 재방문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김 상임이사는 “요즘 카페랑 갤러리, 아니면 공연장을 합쳐 놓은 곳은 많이

나눔강연만 1000번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나눔이다”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저자 전성실 인터뷰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나눔이라니…. 상식을 깨는 나눔 교육을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전성실(47) 나눔연구소 대표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것을 받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한다”며 “엄마의 노력이 고마워서 받기 싫은 걸 받아주는 아이 역시 나눔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받는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행위이며, 결국 받는 것도,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올해 나눔 강연 1000회를 넘겼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연수를 통해 나눔을 접한지 10여 년 만이다. 2014년엔 아예 사직서를 내고 나눔연구소까지 차렸다. 쏟아지는 강의 요청에 하루에만 3곳 이상 학교와 복지센터를 오간다. 최근에는 수년간 강연 내용을 모아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는 책도 냈다. 전 대표는 지금의 나눔이 상대의 욕구에 공감하기보다 오로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단절의 나눔’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분야에서 10, 20년씩 계셨던 분들도 늘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수혜자가 ‘뭘 받고자 하는가’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해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존재 인정, 공감의 욕구 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못한 것이죠. 이렇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엔 평생 받으려고만 하게 되고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져요. 이런 접근으로는 어린아이와 일하지 않는 사람이 60%가 넘는 2030년이 오면 나라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는 현재의 청소년 자원 봉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아이가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