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환경미화원의 24시

올해로 7년째 도로변 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A(42)씨는 두 명의 아들을 둔 가장이다. 건설 현장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하던 그는 건설사의 부도와 함께, 지난 2010년 개인사업을 접었다. 이후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적지만 일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이 되고 초반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그는 “월급이 200만원도 안되니까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었지”라며 “아들 초등학교 다닐 땐 아들하고 마주칠까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에서 근무하기도 했고”라고 회상했다. A씨와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의 월요일이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5시. 미세먼지가 기승이던 봄날, 도로 위 미세먼지 위험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나선 터였다. 그는 왕복 6차선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A씨 주변에 서성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답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미세먼지와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한 대화는 열악한 근로여건, 수당에 관한 이야기로 끝이 났다. 이후 A씨와는 여러 번 만났다. 환경미화원 휴게실, 편의점, 식당 등에서 만났는데 매번 여건 개선의 희망을 품고 열악한 여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A씨는 ‘노동’이라는 이슈로 모인 활동가들의 모임에도 매주 참석한다 했다. 기자는 A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이 때도 A씨는 참석자들과 노동 여건 개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A씨는 주당 40시간 일하고 매달 일정한 기본급과 식비를 받는다. 이 40시간 안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주말 근로에

창작자 제 몫 찾기 운동…바른음원협동조합 출범 이후 3년 되돌아보니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 인터뷰   미국 허핑턴 포스트는 ‘강남스타일’이 열풍이던 2012년 한해, 가수 싸이가 음원 부문에서 246만달러(26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음원 판매 수익은 고작 6만달러(6500만원) 정도로 추정됐다. ‘똑같은 음악인데, 왜 미국에선 한국보다 40배가량 더 많이 받는 걸까.’ 한국의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뮤지션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4년 출범했다. 당시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를 중심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고(故)신해철, 중식이밴드, 리아, 킹스턴루디스카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바음협 출범 3년, 한국의 뮤지션들의 제 몫 찾기는 과연 이뤄졌을까. 바음협 신대철(50)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저작권법, 뮤지션 배제 시키는 ‘악법’   신대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플랫폼 창동’에서 진행됐다. 신 이사장은 현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불공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음원수익 분배구조의 불공정함은 상당 부분 저작권법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음원수익 분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저작권법이 잘못됐다. 정확히는 저작권법 105조 5항과 8항이다. 음원 가격을 정하는 데 문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이상한 조항이다. 뮤지션과 제작사가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드는 것인데 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음원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 있나. “현재 다운로드의 경우 곡 당 600원. 스트리밍은 한 곡당 종량제의 경우 14원으로 책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젊은 독립 예술가들의 숨은 산실, ‘복합문화공간 에무’

복합문화공간 에무 김선두 상임이사 인터뷰   “바보스럽게, 열정을 광기처럼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이 ‘바보철학’이 우리 에무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가 뭘 하는 공간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사뭇 진지한 한 마디. 김선두 상임이사(59.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의 대답이었다. 지난 6월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를 찾았다. 광화문 인근 서울역사박물관 뒤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목재와 철재, 석재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고, 건물 외벽에는 상영중인 영화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천막이 걸려있었다. 지중해 요리로 유명한 1층 카페테리아 맨 안쪽 자리는 개방형 창틀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바깥과 연결돼 있었다. 원래 ‘에무’는 ‘사계절’ 출판사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출판사가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한 자리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갤러리, 공연장, 영화관, 교육공간, 식당까지 잇따라 들어섰다. 2012년에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됐다, 2013년 서울시 인증 전문예술단체를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뜻으로 오해할법한 이 공간의 이름은 유명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에무는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를 줄인 말입니다. 그의 정신은 바보철학을 통해 문화예술을 대중과 소통하게끔 하는 것이었죠.”   ◇독립예술가를 위한 ‘복합’ 문화공간   에무는 현대예술가들에게 일종의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역할을 한다. 젊은 미술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인디밴드들을 위한 공연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2층에는 영화관까지 있어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자주 상영되곤 한다. 영화관 위치로는 외진 편이지만, 재방문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김 상임이사는 “요즘 카페랑 갤러리, 아니면 공연장을 합쳐 놓은 곳은 많이

나눔강연만 1000번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것도 나눔이다”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저자 전성실 인터뷰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나눔이라니…. 상식을 깨는 나눔 교육을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전성실(47) 나눔연구소 대표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것을 받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한다”며 “엄마의 노력이 고마워서 받기 싫은 걸 받아주는 아이 역시 나눔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받는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행위이며, 결국 받는 것도,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나눔이 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올해 나눔 강연 1000회를 넘겼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5년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연수를 통해 나눔을 접한지 10여 년 만이다. 2014년엔 아예 사직서를 내고 나눔연구소까지 차렸다. 쏟아지는 강의 요청에 하루에만 3곳 이상 학교와 복지센터를 오간다. 최근에는 수년간 강연 내용을 모아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는 책도 냈다. 전 대표는 지금의 나눔이 상대의 욕구에 공감하기보다 오로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단절의 나눔’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분야에서 10, 20년씩 계셨던 분들도 늘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수혜자가 ‘뭘 받고자 하는가’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해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존재 인정, 공감의 욕구 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못한 것이죠. 이렇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엔 평생 받으려고만 하게 되고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져요. 이런 접근으로는 어린아이와 일하지 않는 사람이 60%가 넘는 2030년이 오면 나라가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는 현재의 청소년 자원 봉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전 대표는 “대부분의 아이가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

창업 7년만에 100억 매출, ‘카레클린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② <끝>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 ‘마케팅에 스토리를 입혀라’   -원래 기업에서 제조만큼이나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할애하잖아요. 그런데 샘플 제작으로 비용 대부분을 썼어요. 탁: 마케팅, 홍보도 처절하게 했습니다.(웃음) 무조건 돈이 적게 들면서도 우리 브랜드를 잘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했죠. 그게 바로 ‘블로그’와 ‘스토리’였습니다. 정: 오준이의 역할이 컸죠. 안 대표가 자동차 관련 ‘파워 블로거’였거든요. 오준이의 블로그를 통해 카레클린트를 많이 홍보했어요. 안: 물론 제 덕도 약간은 있지만, 중요한 건 남들과 다른 ‘스토리’인 것 같아요. 탁: 사실 마음만 먹으면 돈 적게 들이고 마케팅할 수 있어요. 포털이나 신문 TV에 광고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제품 홍보에 더 적합한 환경일지도 모르죠. 블로그, SNS 등등 홍보 채널이 무궁무진해요. 문제는 콘텐츠예요. 아무리 자주 노출돼도 내용이 별로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게 성가셔요. 예를 들어 우리가 페이스북 이용할 때 타임라인에 온갖 광고 페이지가 뜨잖아요. 그런데 이것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이용자가 얼마나 되나요? 대부분 무시하죠. -채널이 아닌 콘텐츠에 집중해라? 탁: 그렇죠. 아무리 홍보 채널이 좋아도 콘텐츠가 별로면 주목 받지 못해요. 우리 블로그의 모토는 ‘출구 없는 블로그’였어요. 들어올 땐 무심코 들어왔을 지 몰라도 양질의 콘텐츠, 이른바 ‘킬러 콘텐츠’로 한 번 들어온 사람들을 홀리자는 것이었죠.  정: 이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글 하나를 올릴 때도 기획이 필요했어요. 일상을 올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블로그 방문자들이 흥미를 갖고 블로그에 머물게 하는 기획 말이죠. 우리는 카레클린트 가구를

아프리카 사회적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아크라(Accra)에서는 ‘아프리카 기업 회담(the Enterprise Africa Summit)’이 열렸다. 아프리카 기업 회담은 아프리카 개발(발전)에 있어 기업들이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논의한 것으로, 영국문화원이 기획한 행사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탄력성(resilence)’. 아프리카에서 기업으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강해져야 하며, 또한 속해있는 공동체의 탄력성을 키워줄 수 있을 만큼 강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정해진 의제다. 기업가 정신은 번듯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야망을 배출할 가치 있는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기업가적 역량을 키워주는 일은 젊은 세대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경제적, 또는 다른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에도 잘 성장하도록 돕는다.  특히 사회적 기업가의 경우,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재화와 용역(service)을 공급할 수 있다. 스스로와 동료들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하는 세 곳의 사회적 기업을 조명해보았다.   가나의 자콜(Zaacoal)   자콜(Zaacoal)은 가나에서 특별히 성공을 거둔 기업들 중 하나다. 자콜의 젊은 창립자 아민 설리(Amin Sulley)는 다면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첫째는 가나 사람들이 요리를 하기 위해 땔감 또는 등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된 이슈는 명백하다. 땔감은 나무로부터 오고, 나무를 태우기 위해 베어내는 일은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 내 가정의 70-80%가 이런 방식으로 땔감 또는 숯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라, 실내에서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건강

“학생이 수업의 중심”… 혁신학교를 가다

경기도 광명시 운산고등학교 현장 르포   “외계 행성 탐사 방법 중 ‘시선 속도법’이 있지요? 멀어지는 물체에서는 빛의 진동수가 감소하고, 가까워지는 물체에서는 증가한다는 ‘도플러 효과’를 응용한 것입니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운산고등학교 1학년 2반에서 지구과학 수업이 한창이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어?” “우리가 스펙트럼으로 관측하면 알 수 있어.” 학생들이 나서서 발표도 하고, 질문도 한다. 교사는 한 발 물러서서 학생들끼리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후 보충 설명과 내용 정리를 따로 해주지만 일방적으로 내용을 주입시키지는 않는다. 27명 중 졸거나 다른 일을 하는 학생은 없다. 책상 배열 또한 특이하다. 칠판을 향해 일렬로 늘어놓은 대신 ‘ㄷ’자 형태다. 토론하기 쉽게 서로 마주보고 앉은 것이다. 이날 발표를 했던 박지훈(17) 군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친구들이 발표하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니 지루하지 않고 이해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수업에서 시작 ‘배움 중심 수업’   혁신 교육의 기본은 수업이다. 운산고의 ‘배움 중심 수업’은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연현정(38) 교사는 “교사가 앞에서 가르친다고 학생들이 다 배우는 게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었다”며 “진짜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결과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가 배움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생각해, 이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체화되려면 한 교과의 수업만 바뀌어서는 안됐다. 운산고가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반값 생리대로 여성 위생 인식을 바꾸는 소셜벤처 ‘29days’

대학가가 ‘반값 생리대’로 들썩이고 있다. 동덕여대, 서울여대, 조선대 등 몇몇 대학교에서는 최근 총학생회 주도로 29days 생리대를 공동구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오는 2학기에 공동구매가 예정돼있는 대학교도 4~5군데에 달한다. 반값 생리대에 열광한 건 대학뿐만 아니다. 지난해 연말 이뤄진 와디즈의 크라우드펀딩에서, 이 생리대는 펀딩 개설 10시간 만에 목표금액(200만원) 100%를 달성했고, 최종적으로 568%를 달성해 1136만8500만원을 펀딩받았다. 후원자들 덕분에 무려 2304팩의 생리대가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됐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반값 생리대를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여성용품을 만드는 남성 CEO   ‘대한민국 1호 반값생리대’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건 ‘29days 생리대’를 만든 곳은 소셜벤처 (주)29일이다. 회사를 이끄는 이들은 젊은 두 남자다. 홍도겸(CEO), 심재윤(COO) 대표는 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언더독스’를 통해 만나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왜 하필 여성의 생리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물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제약회사·전시기획사 등에서 근무했던 홍도겸 대표는 “소비자로서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다가, ‘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생리대 가격이 비쌀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셜리퍼블릭 창립멤버이자 ‘우리들의 작은 전시회’ 대표를 맡기도 했던 심 대표는 사회문제를 조사하다,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생리대 문제를 한꺼번에 듣게 됐다고 한다. “처음 5분 정도는 민망해하던 여성들이 한 시간 넘게 생리대에 대한 문제점을 수십 가지씩 쏟아내더라고요. 가장 근본적인 생리대의 가격구조를 들여다봐야겠더라고요.”(심재윤 대표) 생리대 한 개당 가격은 미국과 일본이 181원인데 반해, 한국은 331원으로 2배 가량 높았다. 이뿐 아니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가 10.6% 오르는 동안,

버려지는 수입 주류병에 ‘멋’을 입히다…청주대 창업동아리 500℃

“고온으로 올라간 유리는 액체가 되기 직전, 가장 뜨거우면서도 단단한 형태를 유지해요. 그 지점이 500℃죠.” 유리의 뜨거움과 단단함을 뜻하는 ‘500℃’는 청주대학교 창업동아리의 이름이 됐다. 500℃의 회장 이승호(26·공예디자인학과)씨는 “유리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유리공예에 전념하자는 뜻으로 500℃라고 이름 붙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500℃가 다루는 유리는 조금 특별하다. 재활용되지 않는 ‘수입 주류병’이 주재료다. 국산 주류병이 아닌, 수입 주류병에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주대 창업동아리 500℃를 찾아가 그 답을 들어봤다.   ◇영롱한 빛깔…쓰레기에서 구해낸 수입 주류병   평범한 유리를 재활용해 액세서리를 만들던 500℃는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밤늦게까지 작업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500℃ 동아리원들은 학교 근처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지금까지 보지 못한 파란색 맥주병을 발견했다. 이승호씨는 “국산 주류병은 대부분 초록색이나 갈색인 반면 수입 주류병의 색은 다양하고 디자인도 이국적이었다”고 말했다. 챙겨온 파란색 병으로 접시를 만든 500℃는 그날 이후 수입 주류병의 매력에 빠졌다. 알아보니, 수입 주류병은 ‘골칫덩어리’였다. 국산 주류병과 달리 빈병보증금이 없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산 주류병이 수거되면 96%가 재활용되지만, 수입 주류병은 100톤 중 23톤이 수거되고 그 중에서 1톤 정도만이 재활용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수입 맥주시장이 성장해 맥주병 폐기물량도 늘어나고 있었다. 500℃의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과는 달리, 디자인을 새롭게 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재활용품에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입힌 제품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이들은 ‘압축성형(토목)’을 통해 수입맥주병 유리를

[Cover Story]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입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10주년 특집‘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 &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 대담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두 선수가 만났다. 발달장애인을 50% 이상 고용한 의류제조업체를 이끌고 있는 박준영(51) ‘세진플러스’ 대표, 농부에게 투자하고 먹거리로 돌려받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농사펀드’의 박종범(37) 대표.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1세대 사회적기업가와 청년 사회적기업가의 특별 대담을 기획했다. 박준영·박종범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선정한 ’10대 사회적기업’ 중 환경과 먹거리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의 수장이다.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 세진플러스 연구실에서 만난 두 대표는 “제대로 인사를 나눈 것은 처음”이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환경·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 2인이 만나다 세진플러스는 발달장애인 맞춤형 직무 봉제업으로 의류를 만들고, 최근에는 폐섬유로 친환경 건축자재를 개발한 회사다.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는 발달장애인인 둘째 딸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다. 1976년부터 옷을 재단하는 일을 했고, 세진플러스를 설립한 건 2010년이다. 봉제업이 직무별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박 대표는 “사비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사회적기업’이란 걸 알려주면서 인프라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은 회사 내에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운동 치료사도 필요하고, 직무뿐 아니라 사회성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통합 지원이 필요했다. 세진플러스는 2013년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5년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다. 현재 성북구와 경기도 구리에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등록된 공장이 2곳 있고, 12명의 장애인이 봉제 교육을 받고 일을 한다. 노원구 정민학교의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교복을 만들기도 했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2003년부터 농촌과 인연이 이어져왔다”고 했다. 농촌마을 컨설팅업체 ‘농촌넷’에서

창업 7년만에 100억 매출, ‘카레클린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①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로, 창업가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 내 실패한다.(통계청 2015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 39세 이하 청년창업의 경우, 사정은 더 안 좋다. 30세 미만 창업가의 5년 생존율은 15.9%에 불과했고, 30대 창업가는 25.2%에 그쳤다. 이는 청년들이 창업했을 때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 창업 7년만에 연 100억대 매출을 올린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창업 당시 이들의 평균 연령은 25.5세. 대학 졸업 직전, 서울 홍대 반지하 사무실에서 시작한 회사는 지금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점 10개로 늘어났다. 원목 가구 회사 ‘카레클린트’의 탁의성(33), 정재엽(33), 안오준(31) 공동대표들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청년 창업가를 돕겠다고 나섰다. 신청자 또는 팀이 사연을 보내주면, 그 중 몇 개를 채택해 카레클린트의 가구를 선물할 예정이다. “우리도 청년 창업가이기에, 창업의 어려움을 잘 압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으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을 돕고 싶어요.”(탁의성)  지난 7일, 인터뷰를 하러 간 서울 청담동의 카레클린트 매장에선 커피 향기가 났다. 매장 한켠에선 아메리카노, 라떼, 허브티 등 음료와 디저트를 팔고 손님들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이 가구 전시장인가.’ 인터뷰 장소를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한 기자는 탁의성 대표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카레클린트 매장이 선릉로 00건물 1층 아닌가요? 매장이 아니라 카페인데요.” “제대로 찾으셨어요. 그 카페가 카레클린트 매장이에요.”   카레클린트의 매장은 일반 가구 전시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안쪽으로 기울어진 손잡이가 달린 소파, 울퉁불퉁

머신 러닝으로 공유 사무실을 디자인하다…위워크(WeWork)

뉴욕 위워크(WeWork) 웨스트 브로드웨이점 커뮤니티 매니저 Jackie Lho(재키 로) 인터뷰   바야흐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일하는 시대. 사람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찾아나서고 있다.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가 급성장하는 이유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위워크(WeWork).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회사다. 프리랜서부터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협업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한다. 프라이빗 오피스, 전용 데스크의 오피스 공간과 컨퍼런스 룸, 미팅 룸, 폰 부스 등을 갖추고 있다. 강남점, 을지로점에 이어 3호점인 개장을 앞두고 있다.   ◇140여개의 건물은 각 지역의 문화를 확실히 반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위워크 공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뉴욕의 위워크 웨스트 브로드웨이점 커뮤니티 매니저 Jackie Lho(재키 로)를 만나봤다. “위워크는 사람과 공간, 기술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매 지점마다 다르게 디자인돼 있지만, 각각의 빌딩은 사무실과 라운지를 공통으로 갖고 있어 전 세계 위워크가 하나라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려 하죠. 현지의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위워크 만의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는 배치와 구성을 모든 지점에서 제공하기 위해서 입니다.”   ◇복도를 일부러 좁게 만들어 멤버들이 더 자주 마주칠 수 있도록   뉴욕 본사 측에서 투어를 제공해 하루 전날 위워크 사우스 윌리엄스버그 지점을 방문했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버거운 복도 공간이었다. 물론 오픈 창으로 되어있는 각각의 오피스 공간을 마음껏 엿볼 수 있었다. 곧 앞에서 다가오는 한 남성 멤버가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먼저 지나가도록 양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