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난 4일 강원도 대형 산불 소식을 접하며 두려움이 엄습했다. 초속 30m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5년 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침몰하던 세월호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불길이 잡혔고, 피해는 컸지만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기적과 천운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그 기적 뒤에는 전국에서 신속하게 모여든 2000여 소방관의 헌신이 있었다. 치솟는 불길 앞에서 속초 길목 LPG 충전소를 지켜낸 한 소방관은 “손발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는 심경을 전했다. 흔히 소방관을 화염과 싸우는 ‘영웅’으로 그리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방관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치솟는 불길만이 아니다.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직 소방관들은 늘 과로에 시달린다. 소방 장비 등도 부실해 희소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내 병이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기 힘든 거 알아. 그래도 죽고 나면 소송이라도 해줘. 우리 아들에게 병 걸린 아빠가 아닌 자랑스러운 소방관 아빠로 기억됐으면 좋겠어.” 2014년 혈관육종암이라는 희소병에 걸려 7개월 만에 숨을 거둔 고 김범석 소방관의 유언이다. 가족들은 유언대로 5년째 법정에서 싸우고 있지만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소방관의 공무상 재해에 관한 판결을 살펴보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소방관 사건에서 망인은 24시간씩 2교대의 격일제 형태로 근무했는데 주당 근무시간이 84시간에 달했다. 구급요원으로서 월 77회 현장 출동을 하면서 행정 업무도 병행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허술한 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