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 기업가치 상승 시 추가 지분 출연 예고
오픈AI·MS 등 공익투자 확대…“AI 영향에 대비할 정책·제도 필요”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회사 지분 5%를 신규 공익기금에 출연하겠다고 18일(현지시각) 밝혔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지분을 추가로 배정해 AI가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AI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가운데, 주요 AI 기업들이 공익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AI 모델 ‘클로드(Claude)’의 개발사 앤트로픽이 신설하는 ‘앤트로픽 공익기금(Anthropic Public Benefit Fund)’은 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설립된다. 지분 5% 출연에는 주주 승인이 필요하며, 기업가치가 일정 기준 대비 50%씩 상승할 때마다 이사회 재량으로 지분 2%p를 추가 배정할 수 있다.

공동창업자들이 각자 보유한 지분의 80%를 기부하겠다는 서약과 임직원 기부금에 회사가 같은 금액을 더하는 매칭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앤트로픽 전체 지분의 약 20%가 공익 목적에 배정될 예정이다. 앤트로픽은 “기술기업들은 흔히 경영진에게 점점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지만, 우리는 그 대신 지분을 공익에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기금을 우선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AI로 인한 노동시장 혼란을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2억 달러(약 2660억 원)를 투입하기로 약속했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더욱 과감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금은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거나 특정 계층을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다만 기금이 보유한 지분은 미국 안팎의 로비 활동이나 정치 기부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금의 구체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운영 방식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앤트로픽은 2021년 설립 당시부터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PBC) 형태를 채택했다. 기업의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법적 구조다. 앤트로픽은 ‘인류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첨단 AI를 책임 있게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을 공익적 사명으로 명시했다. 2023년에는 이러한 사명을 경영에 반영하도록 이사회 구성 등에 관여하는 장기공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을 도입했다.
이번 앤트로픽의 발표는 AI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7월 발표된 갤럽과 벤틀리대학교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AI가 사회에 이익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친다고 보는 미국인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39%로 늘었다. 지난 9월 퀴니피액대학교 조사에서도 미국인의 74%가 AI 기업 경영진을 거의 믿지 않거나 전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막대한 전력과 물을 쓰는 AI 데이터센터에도 비판이 따른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의 72%는 사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자신의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대중이 AI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앤트로픽을 포함한 AI 기업들에 대한 가장 타당한 비판은 우리가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거창한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주요 AI 기업들도 공익적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생명과학·질병 치료와 AI 위험 대응에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올해 3월에는 향후 1년간 최소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를 관련 공익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5월에는 AI가 노동시장과 경제구조에 미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2억5000만 달러(약 333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역시 앤트로픽과 마찬가지로 공익적 목적을 기업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는 공익법인(PBC)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7월 사회공헌 조직과 비영리 부문 지원사업을 통합·확대한 ‘마이크로소프트 엘리베이트(Microsoft Elevate)’를 출범시켰다. 향후 5년간 전 세계 학교와 지역대학, 비영리단체 등에 40억 달러(약 5조3200억 원) 이상의 현금과 AI·클라우드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글도 자사의 사회공헌 조직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를 통해 올해 4월 AI가 노동시장과 산업, 에너지 수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디지털 퓨처스 펀드(Digital Futures Fund)’에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AI가 가져올 경제적 변화에 대비하려면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 정책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경제학자·연구자 200여 명은 공동성명에서 AI가 산업혁명보다 짧은 기간에 더 큰 경제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그 혜택이 사회 전반에 돌아가도록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다론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을 비롯해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 제프 딘 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 잭 클라크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등 주요 AI 기업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앤턴 코리넥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증기기관과 전기, 컴퓨터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수십 년의 시간을 주었지만, AI는 불과 몇 년의 시간만 줄 수도 있다”며 “변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전략과 제도를 즉흥적으로 마련할 수는 없다. 확실한 증거를 기다리다가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