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기를 보낸 한국경제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57.4%가 ‘한국 경제의 가장 어려웠던 때’로 이 시기를 꼽았다. 1997년 말에 발생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IMF 외환위기’이다. IMF 외환위기로 대규모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다. 대기업은 줄줄이 무너졌고 실업자도 속출했다. 실업자 수는 57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며, 2%대였던 실업률은 7%로 크게 증가했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져 국민들이 기억할 수밖에 없는 큰 사건이다.
IMF 이후 정부는 외환위기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의 ‘사회적 경제’ 개념을 연구하고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정부의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민간기업도 수익성 문제로 참여하기 어려운 사회적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비영리 단체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라고 정의했다. 즉, 정부와 민간이 하지 못 하는 일을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정의와는 다르게 대규모 공공근로사업에 치중됐다. 기본적인 성격은 취약계층의 생계 보호를 위한 임시적인 일자리로 대부분 단기적 일자리였다. 비정규직을 정부에서 양산한 꼴이다.
2007년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제도를 보완하여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제정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2007년 55개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시작으로 현재 1937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몇몇 사회적기업은 몇백 억대 매출을 달성하며 강소기업이 되었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은 각 부처로 확산되었고, 사회적기업 외에도 마을기업, 농어촌 공동회사, 협동조합 등이 생겨나며 ‘사회적 경제’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의 사회적경제는 긴 시간 속에 다듬어졌지만,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그 역사가 짧다. 특히 시민사회의 자발성보다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성장했다. IMF 외환위기가 사회적경제 방식의 처방전을 내놓은 것이다. 그 첫 번째 처방전이 사회적 일자리 제도이고, 두 번째 처방전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이다.
이제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처방전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3년 발의되었던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아직 국회에 표류 중이다. 새로운 처방전이 늦어지면 상처는 더 곪고 아픔은 더 많이 찾아온다. 사회적일자리 제도가 IMF 외환위기에 대한 응급조치였다면,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보육단계에 필요한 조치였다. 이제 사회적경제는 응급치료나 보육단계의 처방전은 필요 없다. 성장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알맞은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
과거 사회적 일자리 시대와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대는 정부가 주축이었다. 평가 지표도 일자리 수와 매출이라는 양적 수치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행히 현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와 민간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올해 사회적기업의 날(7/1)을 맞아 사회적기업의 사회적경제 가치 확산과 홍보, 판로개척 등을 위해 7월 13일부터 대구에서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부처별로 나눠졌던 사회적경제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10년을 사회적경제 3.0시대라고 부르자. 사회적경제 3.0시대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란 질적인 관점이다. 각 기업마다 가치가 다양해지고 그 다양성이 사회에서 인정될 때, 사회적경제는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함께일하는재단의 전신은 IMF 직후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던 실업극복국민재단이다. 재단은 정부와 함께 사회적일자리를 제도를 만들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대에는 사회적기업가 양성과정(소셜벤처)의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확산했다. 유일한 민간형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인 함께일하는재단은 사회적경제 3.0시대를 맞이해 정부의 자금과 기업의 투자가 시민사회에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할 것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하는 일에 시민과 함께 일하는 재단이 되도록 할 것이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