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태양광 옥상, 열 차단 발코니… 건물이 알아서 에너지 ‘자급자족’
태양광 옥상, 열 차단 발코니… 건물이 알아서 에너지 ‘자급자족’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제로에너지 기법으로 지은 사회주택, 지난 8월 ‘첫 삽’
건물이 에너지 자체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줘
민간 건축물 활성화 주춤 정부의 현실적 지원 필요

“8년 만에 드디어 첫 삽을 떴습니다.”

지난 8월 28일,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특별한 날을 맞았다. 친환경 사회주택을 목표로 법인을 설립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제로에너지 건축 방식으로 착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단열 시공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패널 등으로 자체 생산하는 기법이다.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제로에너지 사회주택은 지상 6층에 연면적 856.84㎡로, 총 1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국내에서 사회주택을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으로 올리는 건 이번이 최초”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이지하우스’ 전경. 이지하우스는 건물 외벽과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단열·통풍 설비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간 에너지 사용과 생산 총량을 0으로 만드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구현했다. /노원구청 제공

제로에너지 건축, 저탄소 사회의 ‘열쇠’

제로에너지 건축이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 발표에 따르면, 주거·건축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을 사용하면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잇따른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30년까지 신규 건축물의 70%를 제로에너지 방식으로 지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1300만t 줄일 수 있다. 이는 500㎿급 화력발전소 10기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도 ’2030년 모든 신·개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 2016년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에서 건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18.1% 감축하겠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개축하는 건물 중 전체면적 1000㎡ 이상의 경우 공공은 2020년부터, 민간은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의무화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제로에너지 빌딩은 속속 만들어졌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 하계동에서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임대주택인 이지하우스가 준공됐고, 이어 12월 공공 분야 최초의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세종선관위 건물이 세워졌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 송도에 현대건설이 민간 차원의 첫 제로에너지 아파트도 완공했다. 지금까지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받은 곳은 모두 357곳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의 핵심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자가발전 설비다. 이지하우스의 경우 건물 옥상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고, 각 가구의 발코니에는 열 차단 설비를 설치했다. 지열 히트 펌프를 통해 온수·난방을 한다. 따로 냉난방을 하지 않아도 여름철 26도, 겨울철 20도를 유지할 수 있다. 가구당 에너지 비용은 월 4만원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녹색친구들의 제로에너지빌딩 역시 단열성이 뛰어난 진공 유리창과 태양광 설비를 달고, 건물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자립률을 37%까지 끌어올렸다. 정부의 제로에너지 인증 기준인 에너지 자립률 2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저리 대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제로에너지 건축에 대한 정부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벽이 높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가운데 공공이 소유한 건 2.8%에 불과하다. 건축물 대부분이 민간 소유란 뜻이다. 하지만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받은 357곳 가운데 민간 소유는 8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공공 건축물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 민간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동일 면적의 일반 건축에 비해 건축비가 30% 이상 더 든다. 정부와 지자체는 건축주에게 용적률 완화 등 건축상 편의를 제공해 추가 이익을 얻도록 하고,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나 제로에너지 인증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재산세나 취득세도 일부 감면해준다. 하지만 초과되는 건축비에 비하면 지원책으로 얻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제로에너지 건축을 확산하고 있다. 2016년부터 모든 신규 건축물의 제로에너지를 의무화를 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간 금융, 기부금 등 다양한 자원을 연결해준다. 독일은 제로에너지 건물에 1%대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대출 금리가 높은 민간 금융을 이용하게 될 경우 대출금 일부를 변제해주기도 한다.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나서 금융 지원책을 내놓진 않않고 있다”면서 “저리 대출 제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빌라 등 소규모 주택에 대한 제로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전체 건축물의 74%가 전체 면적 500㎡ 이하 주택이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는 “소규모 주택 중에서도 ‘사회주택’은 제로에너지 건물로 가장 적합한 형태”라며 “민간이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한 사회주택의 경우 제로에너지의 취지에 맞게 지속적으로 건물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