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그 후] 절반의 삶을 사는 투석환자들의 소망

1999년 겨울, 갑자기 몸이 붓고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네 의원에서는 큰 종합병원을 추천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신부전증’. 그 날 이후 15년 동안 유지운(가명)씨은 이틀에 한 번씩 혈액을 인공 투석기로 거르는 투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신부전증은 유지운씨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온몸의 피를 빼서 거른 후 다시 몸으로 넣는 과정을 견디고 나면, 지독한 어지러움에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투석 치료를 받은 날이면 아무도 없는 방에 쓰러져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모든 생활을 병원 투석치료 예약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몸은 늘 병원 근처에 묶여있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귀고 여행을 다니는 소소한 즐거움은 지운씨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지운씨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지난해 11월 5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네이버 해피빈에 만성 신부전 환자들의 여행을 위한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목표 모금액은 총 830만원. 장기간 이어진 혈액투석으로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환자들의 사연을 들은 네티즌 2056명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자신의 급여에서 흔쾌히 1만원씩을 기부했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보탭니다’‘힘내시고 하루 빨리 건강해지세요’ ‘얼마나 힘들지 잘 알아요. 힘내세요’ 댓글을 통해 전해진 응원의 메시지는 기부만큼이나 큰 힘이 됐습니다. 제주도에서 보내는 재충전의 시간, 그리고 기적 모금이 성공한 후, 지운씨를 비롯한 4명의 투석 환자들은 올해 3월 7일부터 3월 19일까지 총 12박 13일의 제주도 힐링캠프를 떠났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만성

[기부 그 후] 세상 모든 아이가 희망입니다

에티오피아 난민 엄마 A씨의 이야기 A씨의 고향은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입니다. A씨는 에디오피아에서 야당 당원이었습니다. 단지 정권에반대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고문과 박해를 받았습니다.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루 빨리 고향을 떠나 자유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일이었습니다.  정착과 생존을 위해 헤매던 A씨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한국. A씨는 한국에서같은 난민 출신의 남편을 만나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획득한 비자는 ‘G-1비자’.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정식으로 인정 받기 전까지 거주를 포함한 일부 활동만을 한정적으로 허용하는 비자입니다.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이 낯선 비자만 가지고,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제 A씨에게 남은 바람은 하나. 아이를 부족함 없이 먹이는 것 뿐입니다.  카메룬 난민 엄마 B씨의 이야기 B씨가 살던 카메룬에는 ‘할례’라는 관습이 있습니다.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 성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인데요. B씨는 할례를 받은 친구들이 심한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할례도중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목숨을 잃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B씨는 두려웠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 B씨는 죽을 힘을 다해 마을을 도망쳤습니다. 강제로 할례를 시키려 하는 사람들이 없는 곳,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헤메던 B씨가 마침내 도착한 땅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 한국이었습니다. B씨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가정을 이뤘다는 행복도 잠시, 남편은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며 떠나갔습니다. 쓰러질 것 같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B씨가 선택한 일은

[기부 그 후] 엄마가 되고 사랑의 힘을 알았습니다.

“수인이가 해외로 입양될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 아이의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갖고 태어난 수인이(심장횡문근종). 생모는 수인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아이 곁을 떠났습니다. 네 곳의 위탁가정을 거친 수인이는 생후 5개월이 되도록 새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가 입양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수인이 역시 국내에서 가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 때, 기적처럼 수인이의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엄마는 수인이를 본 순간 “내 아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가족들도 흔쾌히 찬성했습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큰 아들과 11살이던 둘째 딸은 동생이 생긴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수인이.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다섯 식구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 건 가족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수인이를 입양할 때는 심장에만 장애가 있는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얼마 후 종합검진에서, 두 가지 희귀 난치병이 발견됐죠. 하루하루를 예측할 수 없게 된거죠.” 수인이가 갖고 있는 두 개의 희귀병은 뇌전증(간질)을 동반하는 결절성 경화증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이라는 병입니다. 사실상 전신성 장애에 가깝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심장은 물론이고 안과, 피부과, 신경과, 소아정신과까지 전부 연결돼있습니다. 발작을 한 번 할 때마다 언어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 손상이 미칩니다. 외과적인 치료 외에도 수인이가 감각통합, 언어, 인지, 놀이, 음악 등 여섯 개의 각각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희귀•난치병이 그렇듯, 이런 치료는 어쩌면 수인이가 세상을

[기부 그 후] 우리집이 달라졌어요

“우리 집엔 쥐도 있고 뱀도 나와요. 매일 밤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1. 언희네 집 이야기 10살 소녀, 언희는 밤이 되면 이불 속에 숨어버립니다. 언희가 살던 집은 난방도 안 되고, 곰팡이가 가득했습니다. 쥐도 살고 종종 뱀도 나오곤 했죠.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날엔 집이 무너지진 않을까 무서웠습니다. 대문도 없어, 도둑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죠. 언희 엄마의 고향은 필리핀입니다. 오빠는 정신지체장애 1급이고요. 한때는 오빠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젠 도와줘야겠다고 말하는 철든 동생입니다. 언희의 꿈은 건축가래요. “우리집과 비슷한 곳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튼튼한 집을 지어주고 싶거든요.” 언희네 이야기를 들은 해비타트는 해피빈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해비타트는 언희와 같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고쳐주는 비영리단체입니다. 2016년 3월부터 두 달만에 해피빈을 통해 1500만원을 모았습니다. 기부자분들의 소중한 기금 덕분에 언희네 가족에게는 안락한 새 집이 생겼습니다. 언희를 처음 만났을 땐, 사람들을 낯설어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잘 웃지도 않았죠. 항상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집이 바뀌고 나서 언희도 변했습니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아이가 먼저 달려가 인사를 한다고 해요. 이제, 언희네 집에 어둠이 사라지고 있답니다. #2. 한별이네 집 이야기 한별이는 1평짜리 단칸방에 살았습니다. 벽에는 새까만 곰팡이가 가득하고, 방바닥은 움푹 꺼졌으며, 창문도 군데군데 깨져있었습니다. 보금자리였던 집은 흙으로 지어져, 무너지기 직전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주워온 냉장고는 생필품 보관소였습니다. 가게 구석에 마련된 방이라, 주방이나 화장실도 따로 없었습니다.

[기부 그 후] 아기의 고장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낳자마자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심장, 폐 등 모든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요.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 엄마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폐동맥판 폐쇄증’. 처음 들어보는 희귀병이었습니다. 심장에서 폐로 피가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지 못하던 다온이는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한채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링거,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달고 있는 다온이를 바라보던 엄마는 무너져내렸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정밀검사 이후 ‘밀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질환까지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이었습니다. 어쩌면 듣지도, 보지도, 걷지도, 말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로선 완쾌 방법도 찾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당장 심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눈앞이 캄캄해진 다온이의 엄마는 해피빈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다온이는 아직 말도 못하고, 앞을 보지도 못해요. 사연을 쓰면서도 모금이 잘 될까 걱정이 앞섰어요. 함께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습니다.” ‘폐동맥판 폐쇄’, ‘밀러디커신드롬’ 등 생소한 희귀질환들을 앓고 있는 다온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아야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하려니 엄마의 눈앞은 캄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다온이의 엄마는 용기를 내어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출산 직후 긴급 수술을 간신히 끝냈지만, 앞으로도 수차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온이는 면역력이 없는 상태라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합병증으로 인한 추가 수술, 보장구 등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다온이네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습니다. 이에 다온이 엄마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