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건물 가운데 ‘뻥’ 뚫린 정원… 학생들, 쉬는 시간마다 우르르~

[공간이 바뀐다] 남양주 동화고등학교 ‘세모학교’

지난해 3월 동화고에 삼각형 건물이 들어섰다. 벽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처리하고 건물 가운데 정원을 조성, ‘소통’을 강조했다./ 네임리스 건축 나경
지난해 3월 동화고에 삼각형 건물이 들어섰다. 벽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처리하고 건물 가운데 정원을 조성, ‘소통’을 강조했다./ 네임리스 건축 ©나경

지금껏 봐오던 학교 건물과는 전혀 달랐다. 네모 학교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뾰족 솟은 ‘세모 학교’다. 운동장을 마주한 벽은 전면 유리다. 이곳은 지난해 3월 완공한 경기 남양주 동화고등학교 ‘송학관’. 1950년대에 지어진 낡은 학습동을 헐고 새로 지은 건물이다. 교육부가 진행한 ‘2015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에서 우수시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왜 삼각형으로 지은 걸까. 설계를 맡은 나은중 네임리스 건축 대표는 “땅의 동쪽은 산, 서쪽은 동화중학교, 북쪽은 운동장, 상황이 전부 다르고 기존의 관습대로 운동장과 일직선으로 길게 건물을 배치하면 중학교 건물이 완전히 가리는 형태였다”며 “주변 환경을 고려해 설계한 끝에 건물은 자연스럽게 삼각형이 됐다”고 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소통’ 때문이다. 세모 학교 내부에는 공용 공간이 많다. 건물 2층부터 3층까지 한가운데는 하늘이 보이게 뻥 뚫린 정원이 있다. 정원을 구심점으로 복도가 360도 회전한다. 배치할 때 각도를 달리해 약간 비뚤어진 복도는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틈을 만들었고, 이 틈이 소통의 창구가 됐다. 나 대표는 “복도와 정원이 작은 광장처럼 아이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와 정원에 쏟아져 나온다. 이유정(19·동화고 3)양은 “일직선의 긴 복도가 아니라 삼각형 모양이라서 친구들과 만날 계기가 많이 생긴다”며 “얼마 전 스승의 날에는 정원에서 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했다”고 웃었다.

정원 외벽과 교실 벽면을 유리로 처리한 것도 반응이 뜨겁다. 류호준(19·동화고 3)군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바깥과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획일적인 교실과 복도 형태를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영국 브릭스톤에 있는 중·고등학교인 에블린 그레이스 아카데미(Evelyn Grace Academy)는 ‘학습동’과 ‘운동장’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탈피했다. 학습동 사이로 운동장의 일부인 육상 트랙이 마련된 것. 아예 학교 건물이 지역사회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세인트 장 드 브레뵈프 가톨릭 고등학교(St.Jean de Brebe uf Catholic High School)는 학생들의 교육과 지역 주민들의 오락 기능이 결합되어 있다. 시와 교육청 당국이 함께 예산을 부담해 합작으로 세운 학교로 수영장, 카페테리아, 스케이트 경기장, 물놀이 구역, 음악 및 예술실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말이나 방과 후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대적으로 교실 공간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 핀란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미래 학교 구체화를 목표로 이노스쿨(InnoSchool)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습 공간의 구성 ▲혁신적 교수 방법 ▲놀이와 같은 학습 환경 구성 ▲교육 서비스의 혁신 등 네 가지를 주제로 진행됐다. 2007년 학생들과 건축 연구자들이 참여한 워크숍이 열렸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 교실과 학교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다.

영국 역시 2004년 영국 내 3500개 중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낙후된 학교 시설을 미래 지향적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의 미래학교 건축 프로젝트(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를 추진한 바 있다.

조진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시설·환경연구센터 소장은 “건물의 형태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 학생들이 학습하는 데 적절한 기기, 가구, 접근성 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관 주도의 경직된 학교 시설 사업에서 탈피해 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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