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창간 2주년 특집] ‘더 나은 미래’ 그 후… “아이들은 아직도 꿈꾸고 있다”

“도움받고 나니… 그분들처럼 베푸는 삶 살겠다는 소망 생겼어요” ◇발달장애 딛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한 김동균군 “자, 들어가라.” “안 틀려” “다 외웠어”라는 혼잣말을 몇 번이고 되뇌던 김동균(21·발달장애2급)군이 한국예술종합학교 4층 관악합주실로 들어선다. 합주실을 가득 채운 120명 학우들의 눈과 귀가 마지막 7번째 발표자인 김군에게로 집중된다. 자리를 정돈한 김군과 윤효린(35) 반주선생님이 살짝 시선을 맞추는가 싶더니, 이내 ‘카르멘(Carmen)’의 선율이 합주실을 가득 메운다. 서정적으로 진행되던 플루트 연주가 빨라지자, 김군은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 연미복 자락이 펄럭인다. “와. 잘한다”라는 소곤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5분여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지난 4월 27일 김군의 첫 발표수업(목관악기 워크숍)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강의실을 나서던 김군은 “우와, 잘했어!”라는 기자의 말에 “잘했어. 잘했어”라고 되풀이한다. 작년 말 발달장애를 딛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사연(본지 2011년 11월 8일자)으로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김동균군의 꿈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수업과 오케스트라(하트하트 오케스트라) 활동을 병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 4시간 이상의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어머니 성은희(47)씨는 “학교 친구들이 동균이한테 말도 많이 걸어주고, 밥도 같이 먹으려고 하는 등 굉장히 호의적인데, 동균이 장애 특성상 동균이가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껏 힘든 부분들을 이겨내고 성장해온 만큼 대학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오광호 교수는 “동균이를 처음 뽑았을 때 사실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꿋꿋이 견디고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오고 싶다는 꿈. 이제는 그 꿈을

“제게 주신 많은 도움 나중에 꼭 보답할래요”

은진이 이후… 지원·응원 쏟아져 지난달 28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지면에는 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어하는 은진(가명·16)이의 이야기가 실렸다. 은진이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가야금 병창을 배운 지 1년4개월 만에 도 대회에서 일등을 했다. 올 3월에는 광주예술고등학교 국악과에 수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공연이나 대회 때 입을 한복이 없어 매번 친구에게 옷을 빌려 입고 있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돌려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탠 적도 있다. 이런 힘든 상황에도 은진이는 씩씩하다. ‘국립창극단’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이 은진이의 꿈이다. 기사가 나간 후 은진이에게 학비를 지원하거나, 공연용 한복을 지원하겠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2002년 정년퇴직한 이상봉(71)씨는 은진이를 위해 100만원을 선뜻 내고는 “나도 연금을 타서 사는지라 생활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은진이가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꾸준히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독자도 은진이에게 50만원을 보내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학생이 대견해서 후원을 하게 되었다”라며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한복집을 운영한다는 한 후원자는 공연용 한복을 지어주겠다고 소식을 전해 왔다. 방학을 맞아 집에서 가야금 병창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은진이는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모인 돈으로는 공연용 한복과 음악 기초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전자피아노를 살 예정이다. 은진이는 “많은 분들께 받은 도움을 꼭

[Cover story] ‘가야금병창 인간문화재’ 꿈꾸는 소녀 은진이

“생활비 때문에 전단 돌리지만 괜찮아요, 제겐 꿈이 있으니까요” 굳세어라, 은진아 가야금 열두 줄 위로 오른손이 춤을 췄다. 왼손은 천천히 현을 짚었다. 구성진 가야금 가락에 맞춰 열다섯 소녀 은진(가명)이는 가야금병창곡 ‘고고천변’을 불렀다. ‘고고천변’은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곡 중 하나로, 자라가 용왕의 약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나왔을 때 처음 본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이다. 맺고, 풀고, 꺾는 판소리 가락 속에 은진이는 어느새 자라가 되어 있었다. 난생처음 뭍에 오른 자라처럼 목소리에 어떤 경이로움이 묻어났다. “무대가 너무 좋아요. ‘우리 것’인 전통 음악과 한복도 좋고요.” 은진이는 잇달아 네 곡을 부르고서야 무대에서 내려왔다. 숨이 차오를 법도 하건만,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은진이가 ‘가야금병창’을 처음 배운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후교실’에서였다.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배우는 게 전부였지만 처음부터 가야금병창에 푹 빠져들었다. 소질도 빼어나 1년 4개월 만에 전남도지회 주최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개인 일등을 차지했다. “대회에서 입상한 후에 가야금병창을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는 내내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당시 어려운 집안형편을 몰랐던 은진이는 ‘레슨받고 싶다’며 엄마를 졸랐다. 은진이를 가르치던 선생님도 부모님에게 “은진이는 정말 소질이 있다”며 “레슨비를 조금만 받아도 좋으니 꼭 가르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진이는 결국 1시간에 5만원을 내고 다른 친구들보다 저렴하게 개인 레슨을 받게 됐다. 친구들이 방과 후에 분식집에 들러 수다를 떨며 놀 때 은진이는 밥도 거르며 연습을 했다. 개인 레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