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휴머니즘 전파가 우리 역할… 北 주민 이야기 다루고 싶어”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 김경신 대표·정다훈 감독
-최고 권위 국제광고제서 3개상
-‘레밀리터리블’ 영상 만든 주역들
-미디어 중심의 사회공헌에 힘써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의 김경신(왼쪽) 대표와 정다훈 감독.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재미없잖아요. 현장에서 틀어진 계획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때도 많습니다.”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의 김경신(33) 대표는 현장에서의 직관을 믿는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라이언스 국제광고제’에서 3개 상을 휩쓴 데도 ‘직관의 힘’이 한몫했다. 파울러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점자 기기 ‘닷 미니’의 광고·캠페인 영상으로 황금사자상 2개(보건·건강, 혁신 부문)와 은사자상 1개(제품디자인 부문)를 수상했다.

“처음부터 광고제 출품을 염두에 두진 않았어요. 원래 계획은 케냐와 인도에서 광고 영상을 찍어 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케냐에서 지갑이랑 여권을 도둑맞아서 귀국을 못 했어요. 대사관에 협조를 구하고 하루 더 머물게 됐는데, 대행사 측에서 광고제 출품용 캠페인 영상도 하나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잘됐다 싶어서 먼저 귀국한 스태프를 다시 케냐로 불러들여 즉석에서 추가 촬영을 했고, 그게 수상으로 이어진 거예요. 이걸 운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시각장애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정다훈(31) 연출감독은 “특별한 디렉션을 줄 필요가 없었다”면서 “점자 책이 부족해 제대로 공부도 못 하던 학생들이 스마트 점자 기기를 만났을 때 느낀 놀라움과 반가움을 고스란히 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스타트업 ‘파울러스’의 김경신(아래) 대표와 정다훈 감독.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파울러스는 지난 2016년 김경신 대표와 정다훈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공군 온라인 홍보팀 ‘공감’에서 선·후임 장교로 처음 만났다. 공군 복무 당시인 2013년에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군대 제설 상황으로 패러디한 영상 ‘레밀리터리블’을 만들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레밀리터리블은 유튜브에서만 582만 뷰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OPCW(화학무기금지기구)에서 일했다. OPCW는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이행하는 국제기구로 지난 201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딱 6개월 만에 때려치웠습니다. 저랑 안 맞더라고요. 이후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개발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어요. 그때 국제개발협력과 소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덕션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2015년 귀국한 김 대표는 그 길로 정 감독을 찾았다. 정 감독은 “당시 김 대표가 사업 방향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는데 뭔가에 홀린 듯 제안을 덥석 받았다”면서 한참 웃었다. 현재 파울러스는 정부 부처는 물론 세이브더칠드런, 굿피플 등 여러 NGO와 함께 아동·여성·노동·개발복원 등 국제 개발 협력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에도 힘쓴다. 네팔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에 라디오방송국을 세우기도 했고, 나이로비 슬럼가 학생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터로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휴머니즘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주로 저개발 국가의 이야기를 발굴해왔어요. 환경은 달라도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요. 앞으로는 영역을 좀 더 확장할까 해요. 기회가 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어요. ‘휴머니즘’은 편견을 뛰어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 칸 라이언스(Cannes Lions) 국제광고제
1953년에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매년 6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리며, 클리오광고제·뉴욕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로 꼽힌다.

 


파울러스가 제작한 닷미니 제품 광고 영상

 


지난 2013년 김경신 대표와 정다훈 감독이 대한민국 공군 홍보팀에서 제작한 ‘레밀리터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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