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0일(월)

트럼프 2기 출범에 국내 기업 ESG 정말 ‘주춤’일까 [이슈 inside]

SK·신한 “ESG 축소 아니다”
전략적 조정기에 들어선 기업 ESG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反) 기후 정책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ESG가 단순히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조정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기업의 ESG 관련 조직 개편과 명칭 변경이 잇따르면서 ESG가 조용히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지만, 실무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일 뿐, 실질적인 ESG 경영은 지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전경.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의 ESG팀은 지난해 말 성과관리팀 산하로 편입됐다. 이를 두고 SK그룹이 ESG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조직 개편은 맞지만, ESG 업무 자체가 축소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더 큰 조직에서 기존 업무는 그대로 수행 중이며, 추진실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그룹 내 SK텔레콤은 ESG 추진실을 대외협력 총괄 산하에서 CEO 직속으로 변경했다. SK그룹이 ESG 전략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의구심과 달리, ESG를 기업 운영 전반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변화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여러 사업 부서의 ESG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ESG 관련 조직명을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ESG 용어를 의도적으로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신한은행 측은 더나은미래와의 통화에서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SG 중 거버넌스(G) 부문은 은행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SDGs라는 명칭이 은행이 추구하는 사회공헌과 상생의 개념을 더 분명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DGs는 포괄적인 개념이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ESG 전략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CJ바이오아메리카 포트닷지 사업장 전경. /CJ제일제당

일부 언론에서 ESG를 둘러싼 반발 움직임을 부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ESG의 후퇴가 아닌 전략적 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CJ제일제당은 바이오(BIO) 사업 부문 주요 사업장에서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완료했다. 원료 조달부터 제품 제조·운송·사용·폐기 등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고객사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해 사료 배합비와 탄소발자국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BIOFEED’도 개발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그간 협력사 중심으로 ESG 체계를 구축해 왔고, 이제야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ESG 흐름이 단순히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로 현실적인 방향으로 재정비되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ESG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ESG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ESG는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 인권경영 선언문’ 선포식 현장의 모습. /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지난 20일 ‘그룹 인권경영 선언문’을 발표하며 ESG 경영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룹 차원에서 인권경영을 표준화하기 위해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 인권경영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경영활동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이슈를 상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미 ESG 위원회와 협의회, 실무 조직 등 ESG 관련 조직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직과 업무 면에서 변함없이 ESG 경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ESG 흐름이 완전히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경 UNGC 실장은 “트럼프 2기 출범과 ‘옴니버스 패키지’ 등 EU의 규제 완화 기조로 ESG를 둘러싼 분위기가 다소 변화하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크지만, 대다수 기업은 기존 ESG 추진 흐름에서 크게 후퇴한다기보다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와 투자자의 압력이 약해지면서 ESG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를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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