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시대, 코로나 이후의 사회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하 미래지식포럼)이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의 주제 강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22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네이버TV 생중계로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연결’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차례로 전한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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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 ②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허태균 교수 ③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박미랑 교수 ④ “잉여와 결핍의 연결” -정석 교수 ⑤ “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혜연 교수 ⑥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장대익 교수 |
“협력은 ‘배려’가 아닙니다. 인류를 포함한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 발휘해온 ‘생존의 지혜’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지혜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미래지식포럼’에 기조 연사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코로나 19는 자연과 공생하지 않았던 인류의 성장 방식이 가져온 재난”이라며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이 연결하고 공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최 교수는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생물다양성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자연을 약탈하는 식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야생 동물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고, 야생동물 몸에 있던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옮겨갈 동물은 인간 혹은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불균형은 바이러스에게 이른바 ‘블루오션’이다. 현재 지구 상 동물의 무게를 모두 더해보면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동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5%를 훌쩍 넘는다.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자연을 벗어나면 확률적으로 인간과 가까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지금껏 인간에게 전파되지 않았던 변이 바이러스가 연례행사처럼 인류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숲을 보호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존하는 등 생물다양성 확보가 결국 인간의 안전한 생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최재천 교수는 팬데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생태 백신’이라는 개념을 내놨다. 그는 “쉬운 말로 하면 ‘자연보호’인데, 생태를 존중하는 문화로 인류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 모두를 바꿔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생’과 ‘협동’은 성장과 발전을 경험한 모든 종이 선택해온 생존 전략입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친 것 아닐까요.”
최 교수는 이를 증명하는 사례로 코로나 19 발생 초기 무인도로 피신했던 억만장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팬데믹이 금세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섬으로 숨어들었는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백기를 들고 사회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을 덮친 팬데믹 사례도 마찬가지”라며 “부자나 권력자 등 이른바 ‘가진 자’들에게 자신의 안위를 지킨다 해도 결국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일깨웠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국제 사회가 이를 교훈 삼아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부터 보호해야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의 가장 부자인 사람부터 백신을 맞는 게 아니라 의료진, 대면 업종 종사자 팬데믹이 퍼졌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부터 백신을 보급해야 코로나19 종식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꿀벌과 흡혈박쥐의 예를 들면서 연결과 공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벌과 꽃 등 식물은 벌이 번식을 도와주면 꽃이 꿀을 주는 식으로 공생하며 살아남았는데, 그 결과 벌은 전 지구 상에 가장 많은 숫자를 가진 종이 됐고 식물은 전체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종이 됐다”고 했다. 이어 “흡혈박쥐 역시 불과 2~3일만 굶어도 죽는 동물인데도, 서로 피를 나눠주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서 “이들에게서 보듯이 공존과 협력은 남을 위한 시혜적 배려가 아니라 우리 종 전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세기 이후 20년에 한 번 주기로 찾아왔던 감염병이 21세기 들어선 2~3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무리지어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생을 기반으로 한 연결을 원칙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력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 돕고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결국 모두가 안전할 수 있습니다. ‘공존을 위한 연결’ 이는 태초부터 살아남은 모든 종이 지켜온 생존의 지혜입니다. 인류는 무리지어 살아오면서 성장해왔는데도, 어쩌면 우리가 하찮게 보는 작은 동물보다 이를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