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강 ‘임팩트 비즈니스와 커리어’… 가치를 직업으로
지난 10월 31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3번째 특강 현장.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두 체인지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루트임팩트의 허재형 대표, 사단법인 점프의 이의헌 대표다. 루트임팩트는 ‘소셜벤처 밸리’인 서울 성수동에 헤이그라운드, 디웰하우스 등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온 중간지원기관. 점프는 청소년과 대학생, 사회인을 잇는 네트워크를 조성해 저소득층·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날 특강의 주제는 ‘임팩트 비즈니스와 커리어’로, 두 대표가 각자의 커리어와 몸 담고 있는 조직과 활동을 소개했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공유가치창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하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 한다.
◇체인지메이커 돕는 체인지메이커…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루트임팩트는 단체나 회사를 개별로 돕기보다, 모두에게 필요한 ‘환경적’ 측면, 인프라의 전반적 개선을 돕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다양한 중간지원 조직들 사이에서 차별화하고, 협력으로 더 큰 임팩트를 만드는 방법이라 믿었습니다.”
‘체인지메이커를 돕는 체인지메이커’. 허재형 대표가 소개한 루트임팩트의 정체성이다. 루트임팩트는 일과 삶, 배움의 3가지 측면에서 더 나은 환경의 커뮤니티를 조성함으로써 체인지메이커를 돕는다. 허 대표는 “100명을 돕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우리를 만난 후 1000명, 1만 명을 돕게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커지는 임팩트의 합계가 루트임팩트의 임팩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코워킹 스페이스 겸 커뮤니티인 헤이그라운드다. 이곳은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총 1800평 규모의 공간으로, 50여개사 520여명 구성원이 입주해 있다. 지난 10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일자리 정책을 발표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허재형 대표는 “임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 아닌,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아예 코워킹 스페이스를 새로 만들었다”며 “잠재입주자를 모아 반상회를 하고, 공통의 문화적 코드를 토론하면서 형성한 ‘집합적 존재감’이 다양한 외부자원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가, 비영리 조직 활동가, 공익 프로젝트 등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 사는 코리빙(co-living) 커뮤니티 디웰 하우스도 운영한다. 디웰 하우스는 평균 월세 35만원에 보증금 70만원 수준으로, 입주 평균 경쟁률이 7대 1에 달한다. 허재형 대표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안식처’이자, 같이 사는 이들이 ‘멘토’가 돼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것이 디웰의 임팩트”라며 “1,2호점에 이어 미국 라스베가스에 3호점을 오픈했고 뉴욕 등지에도 새로운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향후 소셜 영역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을 교육하는 임팩트 베이스캠프, 실무 경험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임팩트 커리어도 있다.
허재형 대표가 임팩트 비즈니스 업계에 몸 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 5년 전 루트임팩트를 설립한 허 대표는 “주말에 동료들과 ‘빅이슈 코리아’의 경영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결국 성사는 안됐지만 이후 커리어 선택에 영향을 줬다”며 “다음 커리어의 주요 속성으로 ‘의미’와 ‘즐거움’을 꼽고 이에 맞는 주관식 답을 찾아다니던 중 루트임팩트를 만났다”고 소개했다.
◇멘토링으로 교육 격차 해소하는…이의헌 점프 대표
“점프는 ‘낮은 교육 수준 때문에 질 낮은 일자리로 가는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방과후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실에서, 가장 환경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와 북한이탈주민 등 이주청소년에 집중했습니다.”
점프는 7년째 취약계층·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교육 멘토링을 제공해온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대학생이 저소득층·이주배경 청소년에 주 2~3회 8시간의 학습 멘토링을 1년간 제공하고, 동시에 사회인 멘토의 진로 멘토링을 받는 H-점프스쿨이 대표 모델이다. 대학생 멘토가 평균 320시간을 교육봉사에 헌신함으로써, 시간당 2.5만원에 달하는 청소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교육·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껏 H-점프스쿨을 거쳐간 대학생은 약 550명. 멘토링 혜택을 받은 청소년들은 2000명에 달한다. 올해는 2012년 1기부터 참여했던 이주청소년이 대학생 멘토가 다니는 대학에 합격하면서, 5년 만에 멘티에서 멘토가 되는 임팩트도 냈다. 이의헌 대표는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성장하는 구조로,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며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지역으로도 확장 중이고, 필리핀과 일본, 몽골 등에서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점프는 교육·사회적 격차 해소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구글임팩트챌린지(GIC) TOP 10에 들었고, SK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참여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이의헌 대표가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에 뛰어들게 된 계기 역시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됐다”며 “전후 아프간을 취재하고 북한이탈주민 서대석씨 등을 인터뷰하며 느낀 ‘차별’과 ‘불공정’의 문제를 현실에서 경험해보고 싶어 공공정책대학원(하버드 케네디스쿨)에 진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