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작된 토종 NGO 굿네이버스의 창립 30주년 기념 강연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 30년의 발자취’가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강연은 사회복지,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 5명이 굿네이버스 30년사를 연구·분석한 주제 강연으로 채워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NGO의 조직경영·국제개발사업·모금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굿네이버스 창립 30주년 기념 강연’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안재진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아동복지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안 교수는 굿네이버스의 역사를 ▲태동기 ▲도약기 ▲발전기 ▲글로벌확장기 ▲고도전문화기 등 5개 시대로 구분해 국내사업의 성과를 설명했다. 태동기(1991~1995년)는 창립 이후 약 5년간의 시기다. 안 교수는 이 시기를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는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라고 했다.
굿네이버스의 첫 번째 국내 사업은 폐결핵 환자촌의 환자가정 지원이었다. 그는 “굿네이버스는 단순한 구호사업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위생사업, 공부방 운영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며 “첫 사업 대상자들을 2009년까지 20년 가까이 지원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또 “1992년부터 종합사회복지관과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며 지역사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같은 시기 농촌에서는 농촌개발사업장을 통해 지역개발사업을 했다”며 “강원도 평창군, 원주군, 충남청양군 등지에서 학습지원서비스와 우유 급식, 도서 보급 등 지역 내 아동에 대한 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또 “굿네이버스는 설립 초기부터 전국의 아동양육시설을 지원해왔다”면서 “1991년 6개 아동복지시설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2000명 안팎의 시설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안재진 교수는 도약기(1996~2000년)를 ‘아동 중심의 사업 방향성을 정립하는 시기’로 규정했다. “굿네이버스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개설해 아동복지전문서비스 기관으로의 도약을 모색했고, 2000년에는 이를 전국 20개 센터로 확대했습니다. 민간단체의 자격으로 아동보호 사업을 수행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 사례 개입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복지법 개정 추진위원회에 참여해 2000년 아동복지법 전면개정을 이뤄냈습니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아동학대예방센터의 공식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굿네이버스는 기존 자체 운영하던 20개 아동학대상담센터를 정부 지원 아래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17개소만 설치하기로 하면서 굿네이버스는 이 중 5개소만 위탁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15개소에서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안 교수는 당시를 위기 극복과 성장한 시기인 ‘발전기(2001~2007년)’로 불렀다. 안 교수에 따르면 굿네이버스는 위탁받지 못한 아동학대상담센터 15개소를 지역복지센터로 전환해 운영했다. 이를 통해 기존 아동 보호 사업에 주력했던 국내사업의 스펙트럼을 지역 복지사업까지 확장했다. 또 2002년부터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을 서울시 소재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열어 방학 중 결식 문제와 심리 지원 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된 이 사업은 굿네이버스를 대표하는 빈곤 가정 아동 지원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로 수원에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개소했고, 2020년 기준 17개 ‘좋은이웃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01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위탁 운영하며 국가 아동보호 정책·사업의 민간 파트너로서 아동학대 데이터베이스 구축, 상담원 교육과정 개발·인프라 마련, 국내외 협력 체계 구축 등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05년에는 전국 16개 시도에 아동학대예방센터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결합한 아동보호종합센터를 설치했다.
글로벌확장기(2008~2015년)는 해외 사업국을 전략적으로 확대한 시기다. 글로벌 NGO로서 도약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안 교수는 “굿네이버스가 국내 사업에서도 시대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모색하는 한편, 아동보호체계를 전문화했다”며 “특히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교육·신체·정서·경제적 지원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굿네이버스 아동보호체계’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고도전문화기(2016~2020년) 굿네이버스는 서비스 전문화와 질적 향상을 위해 힘썼다. 2015년 아동권리연구소를 설치해 체계적인 연구 수행을 위한 조직과 인력 체계를 갖췄다. 이외에도 아동 정책에 아동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캠페인과 온라인 의견조사 등을 실시하며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안 교수는 “굿네이버스가 초기 20년간 사업의 양적·내용적 확대에 주력했다면, 지난 10년간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추구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시행해 국내 사회복지 분야에서 증거기반 실천을 선도했다”며 “그 결과 아동권리보호와 복지 실천 영역에서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