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소셜섹터가 바란다] “변질된 임팩트투자, 낡은 제도…2021년엔 달라지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체인지메이커 육성·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2020 소셜벤처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소셜벤처 대표나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소셜 섹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이들의 답변은 제도적 장벽, 사회적가치보다 수익성에만 집중한 투자 행태 등 다양한 분야를 짚었지만 결국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소셜섹터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모였다. 설문 응답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미성년자 대상 비대면 실시간 화상수업은 ‘원격교습소’로 등록해야 할 수 있는데, 원격교습소는 제도상 VOD사업소를 지칭하고 있어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선 별도 사무실을 얻고 VOD용 영상 교재를 만들어야 하며, 시간제 요금도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교육은 ‘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사가 아동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식이라, 사무실을 얻거나 교재를 만들어야 사업 허가를 해주는 현행 제도와는 맞지 않는다. 실시간 비대면 교육 제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권기효 멘토리 대표 

“비대면 교육의 핵심은 온라인을 통한 양질의 교육 제공이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서는 실시간 비대면 교육보다는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수업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교육 업체와 일을 할 때도 교육 철학이나 방향,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서 논의하는 경우는 없고, 계약부터 성과 보고까지 전화나 메일로만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농어촌 학교들은 그야말로 기말고사 끝나고 영화 감상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온라인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만 할 때가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임팩트투자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조성되는 펀드나 투자 유치 성공 사례를 보면 대부분 기술 집약적인 사업체 중심이다. 사회적 가치를 많이 창출해도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임팩트투자라는 이름을 내걸고 수익만을 지상 목표로 삼은 투자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투자를 집행하면서 소셜벤처 대표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대출을 해오는 걸 투자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문제가 없어지길 바란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소셜벤처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임팩트투자 펀드와 투자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조강태 MGRV 대표 
“소셜벤처이면서 스타트업인 회사들은 언제나 인재 유치에 고전한다. 업력이 짧은 경우 재무 안정화를 이루지 못해 유능한 인재를 발견해도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 직장만큼 연봉이나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이유로 선뜻 이직을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곳이 소셜섹터 내 중간지원조직이다. 작은 조직이 혼자 마련하지 못하는 복지나 커리어 개발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이들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늘어나면 좋겠다. 또한 소셜벤처 대상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돼야 장기적으로 개별 조직이 인재 확보와 걸맞는 보상의 어려움을 해결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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