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③] 방위산업의 청렴기준을 높이는 NGO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BSI KOREA 칼럼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 –3편 영국 NGO <>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 물에 뜨지 않는 구명조끼, 가라앉지 않는 잠수함… 군용품 납품비리에서부터 수조원이 넘는 계약 비리까지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목격해온 방산비리의 모습입니다. 많은 부패 사건 가운데서도 방산비리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이것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죠.

부패에 대한 국민의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입니다. ‘방위산업은 부패의 관습을 끊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지난 4월 UNGC 한국협외와 BSI 코리아는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강력한 반부패 정책으로 유명한 영국으로부터 한 수 배우기 위한 발걸음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국방획득지원본부(DE&S) 및 감사원(NAO) 등 영국 정부기관의 반부패 정책을 소개하고 2편에서는 반부패에 앞장서는 영국 방산기업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방산업계의 자발적 참여와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시민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반부패 척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참고자료인데요. 전 세계 18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가의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부패했는지를 그 나라 밖 사람들의 인식을 통해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이 지수를 만들고 평가하는 기관은 비정부기구인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전 세계에 본부를 두고 있죠. 특히 영국본부에서는 국방산업의 대표적인 반부패 지수인 국방반부패지수(GI·Government Defence Anti-Corruption Index)’방산기업반부패지수(DCI·Defence Companies Anti-Corruption Index)’를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무기를 사는 정부는 협상력의 우위를 이용해 뇌물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무기를 파는 기업은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위법한 제안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에서 비롯된 두 개의 지수는 방위산업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80여 국가의 반부패 지수를 조사… ‘국제투명성기구

“국가단위에서 국방 및 안보 기관의 부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통제장치와 비공식적 통제가 존재하고 있는지와 그 유효성을 평가합니다.”

영국투명성기구 관계자는 GI 측정 방법을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먼저 국방 및 안보 기관의 업무 절차 및 운영의 리스크를 5개 위험 분야(▲정치적 리스크 재정적 리스크 인사 리스크 운영 리스크 조달 리스크)로 나누는데요. 그 후 77개 세부 문항으로 평가한다고 해요. 영국투명성기구는 GI의 새로운 지표가 올해 3분기(7~9)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내년 1분기(1~3)에 평가가 진행되며, 평가 결과는 같은 해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에요.

국제투명성기구 홈페이지. 사진을 누르면 해당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방산 기업 반부패 지수(DCI)의 목적은 방위산업 기업 내부의 부패방지시스템과 투명성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들의 공개적인 반부패 의지 표명 및 활동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반부패 리더십, 위험관리, 방침과 규정, 교육, 인적통제의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A에서 F까지의 밴드를 부여하는 이 지수에는 한국의 방산기업 일부도 포함돼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평가는 올해 4분기(10~12)에 시작돼, 2019년 상반기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국투명성기구를 방문하며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대화의 방식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제3자의 눈으로 정부와 기업의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의 범위와 추세를 평가하고, 이것을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평가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이들의 정보공개를 장려합니다. 외부의 지속적인 요구가 없을 때는 바뀌지 않는 폐쇄적인 정보공개 관행이 있다는 것, 모든 조직이 외부에 자신의 반부패 정책과 규정을 공개하고 사회적 약속을 했을 때 스스로를 점검하고 주의하게 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인지하고 변화를 촉발시키는 효과적인 시민사회의 전략을 투명성기구와의 만남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공익제보자를 지원합니다”… ‘PCAW’

영국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시민단체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1993년 설립된 시민단체 ‘PCAW(Public Concern at Work)’입니다. 이곳은 내부고발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내부고발자를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공익제보자를 변호사 상담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죠.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전 세계 부패 인식 지수 지도. 붉을 수록 부패 인식 지수가 높다. 사진을 누르면 해당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국제투명성기구

내부고발은 부패, 뇌물, 안전 불감증 등 조직 내 다양한 문제를 초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알람 역할을 합니다. 이런 순기능 때문에 다양한 조직에서 내부고발채널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죠. 하지만 효과적인 내부고발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문화는 조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런 미비한 시스템과 폐쇄적 문화는 결국 큰 재난이나 스캔들을 만들어냅니다. PCAW는 이런 문제인식에서 시작된 단체입니다. PCAW의 설립에는 1987 193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선박 침몰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사고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반복적으로 안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내부고발채널이 확보돼 있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에 영국 사회에서는모든 조직에 공익제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제보하는 시민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PCAW  여론을 수렴해 본격 활동에 나섰습니다.

PCAW의 대표적인 성과는 1998년 공익제보 보호법(PIDA·Public interest disclosure act)제정입니다.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PIDA 제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죠. 2013년부터는 영국 내부고발위원회의 업무를 위임받아 내부고발에 대한 법적, 정책적인 기준을 검토하는 일도 해오고 있습니다.

PCAW에 방문한 곽글, 김경민 UNGC 한국협회 주임 연구원과 한정민 BSI 코리아 전문위원. ⓒBSI 코리아

PCAW무엇보다 내부고발자 혹은 예비 내부고발자를 자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화상담을 통해 누구든지 일터에서 비리나 부정을 목격한 경우 일차적으로 내부에서 보복에 대한 위험 없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지 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 내부에서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도와요.

PCAW의 정책팀장은 “PCAW에 접수되고 있는 질문이나 고발 중 방위사업과 관련된 내용은 통계상 많지 않다면서도 “적은 통계수치가 방위산업과 반부패 사건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위산업에서는 정보보호가 중요해서 제보가 외부에 알려지거나 제보자가 외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빈도수가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낮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효과적인 내부고발제도란 무엇일까요? PCAW명확한 내부고발 서면절차 제도 운영 책임자 지정 교육 비밀보장 익명성 보장 제보자 불이익 처분 방지 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위산업에서는비리로 인한 나비효과가 더욱 극명합니다. 반부패로 안 한 국방력 저하와 사고가 공공의 이익으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죠. 영국의 이런 체계적인 내부고발 프로그램과 이를 지원,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①편 보기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②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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