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②] “우리나라 63.5%가 숲이지만…생활권 도시림은 국토의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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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②]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사 인터뷰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뉴욕의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이곳은 자연적으로 발생된 숲이 아닌, 철저히 계획하에 조성된 인공 공원이다. 공원으로 개발되기 전 이곳은 돌로 가득 차 있던 습지였다. 당시 뉴욕시는 도시가 계속 팽창되면서, 도시의 소음과 대혼란 속에서 쉴 만한 공간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1850년대에 버림받은 이곳을 거대한 공원으로 바꾸었다. 총 면적 341ha(헥타르), 약 여의도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센트럴 파크는 뉴욕 시민들의 휴식처는 물론 갖가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 도시의 공해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만난 박찬열(48)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사는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지금,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 숲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열 박사는 1994년 대학원 시절부터 도시 숲을 연구해온 산림 전문가다. 2003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본격 도시 숲 생태계 서비스 평가와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미세먼지와 도시 숲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3년 전부턴 숲 가치 측정과 도시 숲 교육은 물론 미세먼지의 연구하는 프로젝트 총괄을 맡고 있다. 지난해부턴 중구 일대의 가로수 지도와 사물인터넷 기술(이하 IOT)를 활용한 실시간 미세먼지 측정 및 알림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국토에 산은 많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 녹지는 극히 부족해

도시 숲은 왜 중요할까. 질문에 앞서 박찬열 국립산림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국토에서 60% 이상이 산이고 도시는 16%에 불과하지만, 인구 중 90%가 도시에 살고 있다”면서 “전국 곳곳에 산이 많지만 도시 안에 남아있는 산, 도시 숲은 존재 가치가 남다르다”고 입을 뗐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Green -U forest의 내부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청이 지난 2009년 전국의 도시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국토 중 약 17.3%가 도시림이었다. 도시림은 서울의 북한산 등 도시 내부에서 도시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환경을 보전하는 산림, 공원, 고궁 등에 조성된 숲 등을 총칭한다. 

박찬열 박사는 도시림 중에서도 ‘생활권 도시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활권 도시림’이란 시민들이 별도의 시간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밀착형 도시림을 일컫는다. 가로수와 도로변 녹지, 학교 숲, 소공원, 근린공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찬열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 중 63.5%가 산림이지만 생활권 도시림은 국토의 0.5%, 전체 도시림 면적의 3.7%에 불과하다.

지난 4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만난 박찬열 박사. ⓒ박민영 기자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1인당 생활권도시림 면적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이 각각 13㎡, 23㎡, 27㎡예요. 반면 우리나라 전국 평균은 7.76㎡로 특별·광역시는 6.78㎡, 도는 8.77㎡였습니다. 이는 전체 도시림 대비 1인당 면적인 245.95㎡의 3%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생활권 도시림이 적은 이유는 산림이 도시 외곽에 넓게 분포돼 있는 우리나라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도 생활권 도시림이 매우 적어요.”(박찬열 박사)

그는 생활권 도시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로 “생활권 도시림을 조성하면, 휴식공간은 물론 도시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 조절과 같은 환경기능 개선까지 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아무리 산이 많아도 생활권 도시림이 적으면 많은 사람들의 숲의 혜택을 얻기도 힘들고 숲의 필요성도 느끼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도시 숲을 확대하되 동네 공터, 공공기관 부지 등 시민들의 접근이 쉬운 곳에 생활권 도시림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도시 숲이 필요한 이유는?…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는 숲이 흡수해

인터뷰가 있던 지난 4일 중부지역의 초미세먼지가 최고 40㎍/㎥, 미세먼지가 최고 174㎍/㎥까지 치솟아 환경부 기준 ‘매우나쁨’ 단계까지 올랐다. 두터운 먼지층이 햇볕을 가려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었고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목이 따가웠다. 박찬열 박사는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홍릉수목원 숲 중앙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기를 가리키며 “그나마 숲이 있는 곳은 미세먼지 수치가 낮은 편”이라고 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안에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미세먼지 측정기를 숲 가운데에 설치했다. 사진은 측정기를 설명해주는 박찬열 박사. ⓒ박민영 기자

실제 이날 오후 12시 30분 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31.69㎍/㎥, 초미세먼지는 18.9㎍/㎥인 반면, 같은 시간 수목원에서 가장 가까운 측정소인 청량리역 사거리 앞 미세먼지 농도는 55㎍/㎥, 초미세먼지는 32㎍/㎥였다. 숲이 미세먼지가 23.31㎍/㎥, 초미세먼지가 13.1㎍/㎥ 더 낮았다.

대기오염물질 저감은 숲의 대표적인 기능이다. 특히 요즘에는 미세먼지 저감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나무는 크게 흡수, 흡착, 침강, 차단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인다. 흡수는 나뭇잎의 기공으로 먼지가 흡수되는 것을 말하며, 흡착은 나뭇잎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 침강은 숲 아래로 먼지가 가라앉는 것, 차단은 미세먼지의 이동을 빽빽한 숲이 막아주는 것을 말한다.

박찬열 박사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의 비중은 흡착과 침강이 각각 30%정도 되고 나머지 40%가 차단과 흡수 순”이라면서 “평균적으로 한 나무가 1년동안 에스프레소 1잔(30mL)만큼의 양(35.7g)을 흡수하니 숲이라고 가정하면 이 양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고 말했다. 흡착, 침강, 차단 등을 생각하면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는 셈이다. 실제 2016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는 숲이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세먼지 측정기의 내부 모습. ⓒ박민영 기자

그는 “무엇보다 ‘기후 취약계층의 산림 복지’ 측면에서도 도시 숲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취약계층이란, 기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낮아지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기후변화 영향에 쉽게 노출되고 대비가 취약한 노인, 어린이, 저소득층 등을 뜻한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최고 온도가 연일 갱신되고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 숲이 기온을 낮추고 미세먼지를 저감해 이들에게 ‘대피소’ 역할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국립산림원이 지난해부터 IOT를 활용한 실시간 미세먼지 측정 프로젝트롤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 현재 동대문구 청량리 역 부근과 홍릉수목원 중심 등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 알림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내년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자신과 가까운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1시간 마다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IOT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가까운 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미세먼지가 적은 장소도 안내 받을 수 있어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가정, 노인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곁에 가까운 숲 만드려면 시민 참여는 필수

도시의 숲은 도로와 빌딩숲 등에 막혀, 숲과 숲이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면 바람길을 막아 도시 안의 대기오염물질을 이동시키는 바람의 힘이 매우 약해진다. 서울 북악산 줄기~창덕궁 후원~광화문으로 연결되는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시대(사진·대동여지도 경조오부) 경도만해도 북악산 줄기가 광화문까지 이어졌지만, 도시개발로 인해 북악산 줄기는 창덕궁 후원, 종묘까지만 연결, 경복궁부터 광화문까지는 끊겼다. 이에 바람길이 막혀 도시의 온도가 높아지고 대기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도시 숲을 잘 조성하고 가꾸기 위해선 정부나 기업 뿐 아니라 시민참여가 필수적이다. 박찬열 박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은 시민들의 지지 아래 대대적인 녹지 조성이 가능했다”면서 “우리 지역에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근린공원이 생겨도 반대하지 않고, 시민들이 우리 동네에 숲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와야 정부의 숲 조성에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지도를 살펴보면 북악산 줄기가 광화문 일대까지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가끔 산림청으로 공원에 나무를 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전화가 온대요. 실제 심을 수있을까요? 아뇨, 사유지에 심는 건 괜찮지만 공유지에는 못 심어요. 그럼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나무를 심을 방법이 없구나 낙심하죠. 저는 정부가 숲 조성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행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시민사회와 협력해 시민들이 숲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도 찾아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나무 심기, 나무 분양 등은 좋은 시도죠.”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박찬열 박사는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걸어다니고, 공기청정기 대신 나무를 키우라”고 권했다.

“공기청정기도 전기로 돌아가요. 현재 대부분의 전기는 석탄화력발전을 이용해 만들어내고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공기를 또 오염시키는 셈입니다. 공기청정기는 좁은 구역에서 빠른 시간 안에 공기를 정화하지만, 숲은 흙, 태양과 물만 있으면 우리 지역 나아가서는 지구 전체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요. 결국 오늘 뿐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려면 우리에게 숲이 필요합니다.”

 

☞“미세먼지도 줄이는 숲의 가치는 얼마?”, ‘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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