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과 비즈니스 ‘물길’ 터주는 정부 역할 중요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김성우=“서구권 국가에 부러운 게 있다. 금융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독립적 기후금융 기관이 존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덕분에 이 국가들은 제2의 산업화를 이뤄내는 듯 보인다. 영국의 GIB는 2013년부터 2016년 초까지 10억파운드(약 1조5047억원)를 투자했다. GIB 운용자금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상풍력이 돈이 안 되는 시기에 일찌감치 투자를 했고, 현재 영국은 해상풍력의 선두주자가 됐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준비가 안 됐다. 기후 선진국들이 대학원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고등학생이다. 기업에 왜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기후금융을 하지 않는지 다그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 기업들이 기후금융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박형건=“지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삼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 정부는 이와 비슷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계획에서 나아가 행동해야 한다. 그린뱅크처럼 기후금융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생겨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독려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김주진=“이명박 정부에서는 모순적인 일들이 많았다. 석탄화력발전소를 20기 이상 허가해준 동시에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현재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탈석탄을 비롯, 에너지 전환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이 실행 단계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우리나라의 전력 시장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나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매우 많다. 석탄발전소에 연간 1조5000억원, 가스복합발전에 2조원의 보조금이 주어진다. 또한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 경제급전 규정’에 따르면 가장 싼 발전 가격을 제시하는 발전소부터 거래가 이뤄지는데, 구입 단가는 보통 원자력, 유연탄, LNG 순으로 저렴하다. 결국 원전과 석탄화력으로 생산한 전기부터 먼저 구매될 수밖에 없다. 친(親)석탄화력 정책 때문에 해당 발전소가 활발히 운영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이 없는 거다.” ☞김주진 대표가 말하는 미세먼지 솔루션
지난해 5월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무분별한 금융 제공을 방지하기 위한 ‘국민연금법’과 ‘한국산업은행법 및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기후솔루션에 의하면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이 2000년대 후반 이후 신설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9조4270억원,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9조4163억원의 금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Oil change international, 2013~2015년 분석 결과).
한편, 해외에서는 이미 공적 금융기관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나 대출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부터 주법 제185조에 의해 석탄회사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및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의 석탄화력 회사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유럽 최대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연기금(Norway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도 직·간접적으로 석탄화력에서 매출의 30% 이상을 얻는 회사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개정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기후변화 이슈는 미세 먼지다. 기후금융이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나.
박형건=“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은 매우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 사용을 줄여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 이런 면에서 미세먼지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보통 기후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온 국민이 미세먼지를 보고, 느끼고 있지 않나. 지금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이슈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건설 중인 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을 원점 재검토하고, 석탄발전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미세먼지, 무엇이 문제일까?
김성우=“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펼치려면 전 국민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휘발유차, 경유차보다는 전기차가 많이 보급돼야 한다.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고 전기차 충전소 사업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대적 예산이 드는 사업에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나. 정부가 첫발을 내디디면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따라가리라 본다.”
☞환경 무임승차 시대 끝.. 지구 기후변화 대응 ‘금융’ 솔루션 더할 때①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