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4일(금)

명문대, 대기업 아니면 정말 ‘사람 취급’ 못 받나요?

곽사라 KMA 한국능률협회 일자리창출본부 연구원

한국 사회는 교육, 직장,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이 존재한다. 물론 경쟁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높은 성과와 생산성으로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매우 심각하다. 주변만 둘러봐도 한국인의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산율 감소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는 종종 돈을 좇느라 무한 경쟁의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같은 꿈을 좇아야 한다고 느끼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개인의 정신 건강은 물론, 사회적 불평등과 비윤리적인 행위도 늘어나는 추세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시되다 보니, 교육의 본래 가치마저 퇴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갈등의 본질일지 모른다.

◇ 협력 대 경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청년들의 작당 2기 ‘반끌조’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스페이스 작당

지난 7월부터 약 두 달간 청년들의 작당 2기 ‘반끌조’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돈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들이 있음을 논의했다.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먼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그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이클 샌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은 뒤 전문가들에게 경쟁에 대한 관점을 들었다. 송지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는 경쟁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사회적 부정적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인식 변화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획일화된 경쟁이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며 “다양한 니즈에 맞춘 새로운 경쟁 방식을 제시하고, 직업 체험이나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요하이 벤클러의 저서 ‘펭귄과 리바이어던’을 읽고 박대건 아카데미 쿱 대표가 진행하는 교육 특강 및 대담을 통해 전문가의 관점에서 경쟁 사회를 바라봤다. ‘펭귄과 리바이어던’에서는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강을 진행한 박대건 대표 또한 ‘협력과 공평성’을 강조하며, 협력은 경쟁보다 장기적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단어로 보여주는 이미지. /스페이스 작당

이어서 103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경쟁에 대한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통계 분석을 통해 현재 사회가 경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계와 협력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다수는 경쟁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나, 경쟁 속에서도 재미를 느끼고 협력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끝으로 스웨덴, 핀란드, 독일, 스위스, 덴마크, 싱가포르 등의 교육 시스템을 분석해 국가 간 비교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국 사회의 경쟁 완화 방안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며 유아 교육부터 고등 교육 및 직업 교육이 주는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덴은 연령이 혼합된 형제집단 구성과 자연친화적인 접근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연계를 제공한다. 핀란드는 다문화 고등교육을 지향하고, 포용적인 국제적 협력과 개인 맞춤형 지원에 중점을 둔다. 독일은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는 교육 및 직업교육의 듀얼 시스템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조화롭게 융합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한국 교육의 경쟁 과열 문제와 다양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바로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정서적 안정 및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청년들의 작당이 아닌, 모두의 ‘길거리 작당’으로

우리는 이러한 팀 활동을 회의록으로 정리하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만의 회의록을 작성하는 과정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그동안의 여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그 과정에서 협력을 맛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활동은 ‘길거리 작당’이다. 우리들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끌어내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는 소소한 작당에서 ‘대담한 작당’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국은 무수한 경쟁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다. 돈,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일까?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한국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모두의 고찰이 필요하다.

곽사라 KMA 한국능률협회 일자리창출본부 연구원

필자 소개

물질적 풍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한국 사회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신뢰와 협력 약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개인의 삶의 질과 정신 건강, 사회적 연대와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더 성숙한 사회적 의식과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국가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행동하려 한다. KMA 한국능률협회 일자리창출본부 소속.

※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작당의 ‘청년들의 작당’은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 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더나은미래는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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