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계속되는 남극 이상고온… ‘푄 현상’에 영상 15.5도 기록

남극의 빙붕에서 떨어져 나오는 얼음 덩어리. /조선DB
남극의 빙붕에서 떨어져 나오는 얼음 덩어리. /조선DB

남극 반도에서 발생한 극단적인 고온현상의 원인이 ‘푄(Foehn) 현상’으로 밝혀졌다. 푄 현상은 습한 바람이 산맥을 넘어가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이다.

28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9일 남극 반도 시모어섬(Seymour Island)의 아르헨티나 마람비오기지에서 확인된 영상 15.5도의 기온이 관측됐다. 이는 지난 40년간 평균 기온인 0.9도보다 14.6도 높은 수치다. 같은 날 섬의 다른 관측소에서 남극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20.75도가 관측됐으나, 관측 오류 때문에 비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이날 극지연구소는 남극의 이상고온의 원인이 푄 현상이라고 밝혔다. 남극 반도가 위치한 위도 60~65도 지역은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발생하는데, 이 바람이 남극 반도에 남북 방향으로 뻗은 산맥을 가로지르면서 푄 현상을 만들어 남극 반도 북동쪽에 고온 현상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로티어스 환경과학 특별호에 5월 31일 게재됐다.

지난 40년(1981~2020년)간 2월에 남극 시모어섬의 마람비오기지에서 관측된 일 최고기온. /극지연구소
지난 40년(1981~2020년)간 2월에 남극 시모어섬의 마람비오기지에서 관측된 일 최고기온. /극지연구소

김성중 극지연구소 박사팀은 “이상 고온 발생일과 이전 며칠을 분석했는데, 강풍과 함께 급격한 기온상승을 동반하는 일반적인 푄 현상과 달리 2일간 약한 바람이 지속하면서 남극 반도 동쪽으로 꾸준히 열이 공급됐다”고 했다.

이례적인 현상으로 이 시기 서남극 전체에 극단적인 온난화가 나타났다. 같은 날에 마람비오기지에서 북서쪽으로 250km 떨어진 세종과학기지는 푄 현상의 영향을 직접 받진 않았지만, 2월 평균보다 높은 기온인 영상 8.3도가 관측됐다. 남극 반도 북동쪽 아르헨티나 에스페란자 기지에서는 사흘 전 18.3도가 관측됐는데, 남극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온으로 인정받았다.

남극의 이상 고온현상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남극과학기지들은 올해 최고기온을 연이어 갱신했다. 세종기지는 지난 2월 7일에 13.9도, 장보고기지가 지난 3월 18일 8.8도를 기록했다. 장보고기지에서 3월에 영상 온도가 확인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남극 이상 고온현상의 출현 빈도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극단적인 현상들이 지구온난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