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정체성 없는 황무지 空間에서 공동체 가능성 깨울 共間으로…

舊질병관리본부 부지, 111개 혁신단체 공간으로 대변신
서울혁신파크에 NGO·사회적기업 등 111개 단체 선정 입주 1000명의 혁신가들 협업해 경험·가치 공유

버려진 공간이 재탄생하고 있다. 지방 이전으로 텅 빈 공공건물에 사회 혁신가들이 입주하고, 쓸모없던 지자체 소유 공터가 공익 공간으로 변신한다. 지난달 26일 개관한 ‘서울혁신파크'(서울시 은평구)와 이달 초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언더 스탠드 애비뉴'(서울시 성동구)가 대표적 사례다. 편집자 주


 

서울 은평구 녹번동 10만9000㎡(약 3만3000평) 부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곳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청주시로 이전한 후, 이렇다 할 정체성 없이 대관이나 임대 등으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서울혁신파크’로 불린다. 사회 혁신을 꿈꾸는 NGO,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이 함께 모이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지난 5월부터 공간을 채울 단체를 공모, 약 361개의 단체, 1800여명이 몰렸다. 최종 111개 단체가 선정됐는데, 두꺼비하우징, 에이컴퍼니, 터치포굿, 대지를 위한 바느질, 동구밭, 해피브릿지협동조합HBCC,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 유명 사회적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입주 단체는 코워킹 공간을 이용하거나(1인당 월 3만원), 개별 사무실을 이용(1㎡당 1만3000원 내외)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된 개관 이벤트에는 500명 넘는 시민, 활동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서울혁신파크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된 개관 이벤트에는 500명 넘는 시민, 활동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서울혁신파크 제공

서울혁신파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혁신가들이 그들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흙미장·목공·바느질 등을 활용한 워크숍을 열거나, 도시형 생태예술 캠프를 개최하는 프로젝트 그룹 ‘킵스(Keeps)’의 조유나(39) 대표는 “신진예술가를 위해 일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와는 예술가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고, 공간 공유 전문 사회적기업인 ‘페어스페이스’와는 색다른 공간을 함께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3만평 부지, 32개 건물을 활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버려진 피아노를 수리해 기부하는 단체인 ‘달려라 피아노’는 이번 입주를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정석준(44) 대표는 “넓은 작업 공간을 확보하게 돼 폐피아노를 활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시장에 도전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정상훈 서울혁신센터장은 “사회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사람들 1000명이 한데 모여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보라”면서 “이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혁신파크는 청년일자리허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크리에이티브랩, 마을종합지원센터,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 포함, 총 11개의 서울시 중간 지원 기관이 함께하며 시너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입주 단체들에 상담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와이파이(마케터·전략컨설턴트·회계사·노무사·변호사·IT개발자로 구성된 지원 그룹)’도 합류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2018년까지는 호텔, 문화 복합 시설, 놀이 공간 등도 단계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취약 계층 교육·고용 한번에…컨테이너 박스에 담는 꿈과 희망

서울 성동구 공터에 공익 문화예술 복합공간 들어선다

‘도심 한복판에 100여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쌓고 취약 계층에 교육과 일자리를, 사회적기업에 고객과의 접점을, 일반 시민에겐 복합 문화예술 공간을 선사한다면?’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프라이탁(Freitag) 플래그십 스토어는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공간혁신 사례로 첫손에 꼽힌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프라이탁(Freitag) 플래그십 스토어는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공간혁신 사례로 첫손에 꼽힌다.

이런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다. 롯데면세점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가 함께 만들어가는 ‘언더 스탠드 애비뉴(Under Stand Avenue)’를 통해서다. 프로젝트명인 ‘언더 스탠드 애비뉴’는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와 ‘세우다’라는 뜻 ‘스탠드(Stand)’의 합성어로, 낮은 자세로 취약 계층의 자립을 돕는 공간을 의미한다. 컨테이너를 활용해 몰(mall)을 구성한 네덜란드의 ‘NDSM’ 예술가 부두, 문화예술 콘텐츠로 새로운 공간을 만든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도시 재건 프로젝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롯데면세점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15년 약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고, 아르콘이 총괄 운영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등지에서 지속 확대될 예정이며, 오는 10월 말 서울 성동구의 유휴 부지가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는 ‘유스 스탠드(Youth Stand)’ ‘맘 스탠드(Mom stand)’ ‘하트 스탠드(Heart Stand)’라 불리우는 사업이 진행된다. 그중 핵심 영역인 유스 스탠드는 스위스 비영리 단체 ‘잡팩토리’ 프로그램을 한국형 모델로 개발한 것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바리스타와 영상 디자인 등의 교육을 맡은 한양여대 산학협력단의 이정범 영상디자인과 교수는 “아이들이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3개월 과정, 24회)을 구성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맘 스탠드(Mom stand)에선 다문화 및 한부모 가정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간에 마련될 330㎡ 규모의 레스토랑·카페·쿠킹 스튜디오 등의 일자리로 연계해 자립을 도울 계획. 하트 스탠드(Heart Stand)는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의 공간이다. 감정 서비스 노동자들부터 가족 해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타악기를 이용한 프로그램,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미술 활동, 아빠와 함께하는 숲 속 체험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과 청년기업들도 이 공간에 참여할 예정이다. 취약 계층과 함께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소셜벤처 ‘마리몬드’와 ‘꽃피우다’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기획샵 형태로 참여를 확정했으며, 선배 창업가들이 모여 후배들의 협업과 연대를 돕는 단체 ‘언더독스’ 도 청년 창업가 육성을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민지 아르콘 사무총장은 “소외 계층이 한 공간 안에서 교육을 받고 일자리도 얻으며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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