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②③ 일주일에 6시간만 일하는 세상? 창의력·공감 능력으로 바꿀 수 있어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2)(3)

최근 공익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미디어’와 ‘공간’이다. 미디어의 발달은 공익의 키워드인 ‘소통’의 과정을 뿌리부터 바꿔놓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된 지금, 대중에게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더 큰 책임감과 고민을 요구한다. 공간의 개념 역시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단순한 장소의 개념이었다면, 젊은 체인지메이커들에게 공간은 일과 삶의 터전이자 자신이 속한 ‘공동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더나은미래·현대해상이 함께하는 공익 저널리스트 및 소셜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아카데미 ‘청년 세상을 담다’ 명사 초청 특강 2~3회는 비영리 IT 지원을 이끌고 있는 방대욱(49) 다음세대재단 대표와 체인지메이커들의 공간 공동체를 구성, 새로운 실험에 나선 정경선(29) 루트임팩트 대표의 강의로 꾸려졌다. 편집자 주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다음세대재단은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를 무조건 ‘탈락’시킵니다. 성적 자체를 아예 쓰지 말라고 하죠. 이미 ‘왓슨(인공지능 컴퓨터)’이 1초에 1000만권을 읽고 분석하는 시대입니다. 외운 것이 많은 사람은 더 이상 필요가 없죠. 우리는 컴퓨터를 뛰어넘는 ‘사람’을 원합니다.”

(왼쪽)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왼쪽)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방대욱 대표의 파격 발언에 강연을 듣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왓슨은 2011년 인간과의 퀴즈쇼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컴퓨터다. 인간의 언어를 분석해 축적된 데이터에서 완벽한 정답을 찾아내는 이 컴퓨터를 뛰어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창의성’과 ‘공감’을 키워드로 꼽았다.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입니다. 우리에겐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10년 후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 ‘1주일에 6시간 일하고도 행복한 세상’….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이런 상상력은 우리 사회에 큰 변수가 됩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에 가능성을 들이밀고 시도하세요. 이 사회는 ‘내’가 바꿀 수 있습니다.”

한편 그는 ‘공감’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감정이나 의견을 함께 느끼는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방 대표는 여기에 ‘행동’을 추가했다.

“아픈 사람을 보면 불쌍하게만 여기지 않고 뛰어가 약을 가져오는 것이 진정한 공감 능력입니다. 이는 공익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세요.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의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방 이사는 특히 공익을 전하는 언론은 단순한 사실(Fact) 전달을 넘어 자료(Data)와 정보(Information)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 앞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실들을 모아 ‘거주지 반경 200~400m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라고 가공한 것이 자료이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집 근처에서는 긴장이 느슨해지기 때문에 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라는 관점을 추가한 것이 정보입니다. 우리는 기사에 어떤 정보가 담겼는지, 왜 이런 정보를 담았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좋은 기사는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결성에서 나온다”면서 “비영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좋은 정보가 담긴 기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둔탁한 글로 아픈 곳을 찌르면 ‘네가 날 왜 찔러?’라고 반박할 뿐, 우리 사회가 바뀌진 않습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글이 베고 지나간 자리는 아픈 줄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죠. 비영리의 사실을 확인하고 정보를 모아 관계 지어 주세요. 청세담 여러분이 우리 공익 분야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글을 생산해주길 바랍니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디웰하우스의 체인지메이커들은 이곳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이 ‘술을 먹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체인지메이커’들의 집 ‘디웰하우스’를 만든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의 말이다. 공동체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더 큰 그림을 위해서 모두가 함께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체인지메이커’들이 위로를 받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인지메이커들은 그야말로 ‘일에 미친 사람’입니다. 자기 삶을 돌보는 것조차 사회적 미션을 해결하는 것 다음에 두고 있죠. 심지어 가족조차 그들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체인지메이커들이 한데 모여 살며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울입니다.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외로운 싸움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로부터 감정적 지원을 얻는 것이죠. 성공적인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이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미팅과 협업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 그래서 디웰은 입주자 16명을 받아들일 때 꼼꼼한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그에 대한 사명이 명확할 것. 둘째,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길 것. 셋째, 단체생활을 잘할 것. 서로 부대끼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 ‘협력적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웰은 체인지메이커들과 교류하고자하는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지하 1층과 1층 디웰 살롱과 체인지메이커들이 살고 있는 2,3층 거주 공간으로 구분된다. 정 대표는 “공간을 공유하며 생긴 경험과 그로 인한 공감은 공동체를 끈끈하게 만들고, 깊은 관계는 협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잘 모르는 페이스북 친구와의 관계는 ‘Thin (얕은)’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단순히 흘러가는 ‘정보’로 취급되죠. 하지만 커뮤니티에서의 관계는 다릅니다. 함께 술을 마실 만큼 ‘Thick(두꺼운)’한 관계에 있는 친구와는 무엇을 어떻게 함께할까 하는 ‘액션플랜’이 생기죠. 디웰은 체인지메이커들이 계속 물리적으로 부딪칠 수 있게 돕습니다. 그 결과 공동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고요. 향후 체인지메이커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구성원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는 올해 안에 디웰하우스 2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체인지메이커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일할 수 있는 건물도 계획중에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저는 지금 당장의 ‘리턴’을 바라지 않습니다. 작은 변화가 모여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는 더 많은 사람을 체인지메이커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시키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권보람∙강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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