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네팔, 대지진 이어 전염병 예방해야”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네팔 지진과 여진의 비극은 또 다른 재앙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다름 아닌 몬순(Monsoon), 즉 장마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위생이 열악한 난민촌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는 드물게 발생하는 설사 질환이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 ‘전염병의 폭풍(storm)’이 오기 전에 국제사회는 콜레라·장티푸스·홍역·간염 등 감염 질환의 창궐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콜레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창궐하는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콜레라 환자는 탈수 증세로 인해 몇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풍토성 콜레라 지역인 ‘말라위’에서는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해 20여만명이 집을 잃었다. 수재민 캠프에서는 이후 몇주 동안 콜레라가 창궐했다. 사망자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 정부, 기아자동차,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협력기관들이 말라위 정부와 힘을 합쳐 긴급 콜레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재민 캠프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 10만여명에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사용된 백신은 한국 정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스웨덴 정부 등의 지원으로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IVI가 개발한 것이다.

말라위의 발 빠른 대응 뒤에는 지난 시절 아이티와 르완다, 남수단의 뼈아픈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특히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 후 대규모 콜레라 창궐 사태를 겪었으며, 역설적이게도 이 사태는 네팔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난 초기에 백신 접종이 실시되지 않았고, 뒤늦게 국제 구호기구들이 아이티 주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아이티에서만 3년 동안 69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9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팔 상황은 말라위보다 훨씬 심각하다. 네팔 또한 풍토성 콜레라 지역으로, 오랫동안 크고 작은 콜레라가 발생해왔다. 네팔의 장마가 한 달 이내에 시작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IVI를 비롯한 국제 협력기관들은 질병 실태조사, 긴급 예방접종, 그리고 깨끗한 식수와 위생의 확보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콜레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